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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11 11:48 수정 : 2005.10.11 15:33

고건 전 국무총리 / 연합뉴스

뚜렷한 실체없이 정치권을 맴돌고 있던 `고건 영입론'이 여권 문지방 안으로 성큼 들어왔다.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이 10일 "(고 전총리가) 경선을 각오하고 우리당에 들어온다면 굳이 마다하지 않겠다"고 언급한 것을 계기로 `고건 영입론'은 단연 여권내 주요 화두로 부상하고 있는 것.

물론 의원 대다수는 겉으로는 "원론적인 얘기일 뿐"이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하고 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문 의장 발언의 `행간'과 고 전총리측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듯한 표정이 역력하다.

이는 현 구도에서 `고건 변수'의 영향력이 그만큼 크다는 반증으로도 풀이돼 여권내 대권 방정식이 복잡해질 개연성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 의장 발언의 `진의'는 분명히 드러나 있지 않지만 현 시점에서 고건 영입론은 여러 갈래의 `복선'을 깔아둔 다목적 포석이라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무엇보다도 문 의장의 언급은 민주당과 한나라당 일부, 신당을 중심으로 본격화되고 있는 고 전총리 영입 움직임을 `견제'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특히 지지도가 바닥으로 추락한 상황에서 내년 지방선거를 치러야 하는 여권으로서는 대권후보 지지도 1위를 달리는 고 전총리를 `우군'으로 삼는 모양새를 취하는 것이 선거전략상 유리한 것으로 판단할 수도 있다.

우리당 관계자는 "호남민심 이반 등으로 인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권을 둘러싼 정치환경이 그야말로 `쓰나미' 같은 상황"이라며 "고 전총리를 활용하는 문제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의장의 언급이 노무현 대통령과의 교감 하에 나왔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다시말해 여권내 차기 대권 패러다임을 `다자화'하면서 완전경쟁 구도로 가져가겠다는 노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돼있다는 것. 이 경우 정동영(.DY) 통일장관-김근태(.GT) 복지부장관을 양대축으로 한 여권내 역학구도에 적지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문 의장의 발언 이후 고건 영입론에 대한 당내 기류는 원론적 반응을 보이면서도 계파에 따라 미묘한 입장차가 감지되고 있다.

우선 유력 차기주자로 분류되고 있는 정 장관측은 "공정한 경선절차를 밟는다면 마다할 이유가 있느냐"며 영입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측근을 통해 "좋은 일"이라며 "참여정부 총리로 일했던 분인 만큼 당이 규정한 절차에 따라 참여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DY 진영의 이 같은 입장은 고 전총리가 여권내로 들어와 경선을 치르는 것이 오히려 대선국면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DY와 고 전총리는 공히 호남을 지역적 기반으로 두고 있다는 점에서 대선전에 양측이 어떤 식으로든 교통정리를 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해 당내 또 다른 핵심주자인 김 복지장관측은 공식 반응은 자제하고 있지만 내심 탐탁치 않아 하는 분위기다.

GT측 관계자는 "고 전총리가 지금 당에 들어와서 무엇을 할 수 있느냐"며 "참여정부에 몸담았다는 경력과 그 분의 정치적 성향은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DY측과의 양자 경쟁구도를 염두에 두고 있는 GT측으로서는 고 전총리라는 또 다른 `빅카드'의 영입이 자칫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개혁당파가 주도하는 참여정치연구회는 원론적 반응속에서도 부정론이 강한 편이다. 이광철(光) 의원은 "누구든 당에 들어와 경선을 치를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하고 원론적인 수준의 얘기"라면서도 "그러나 당에 들어온다고 후보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참정연과 가까운 김두관 청와대 정무특보도 이날 CBS 라디오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에 출연, 고 전 총리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기본적으로 당의 정체성에 동의하면 다 열려 있지만 우리당에 그다지 어울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영입 반대 입장을 밝혔다.

계파색이 옅은 중도진영은 일단 가능성은 열어놓자는 입장이 우세해 보인다. 정세균 원내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공정한 경쟁이나 필요한 절차를 밟는다면 고려할 수 있다고 본다"며 "특히 참여정부 들어 총리까지 지냈던 고건씨 입장에서는 우리당과 가장 잘 매치된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내의 이같은 분붇 견해 속에서 고 전 총리측은 급할 것 없다는 분위기다.

고 전 총리는 이날 연합뉴스 기자와의 통화에서 문의장의 경선 조건 영입 언급에 대해 웃으면서 "묵묵부답입니다"라고 짤막하게 말했다.

노효동 기자 rhd@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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