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정서 `이상기류' 재확인
한나라당이 26일 치러진 대구동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텃밭 지키기'에 성공했다. 선거 종반까지 여야 후보진영 모두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다"고 할 정도로 접전양상을 연출한 승부였지만 결국 대구동을 주민들은 한나라당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선거는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유승민 전 의원이 맞붙었다는 점에서 `노-박 대리전'으로 불리며 선거기간 내내 전국적 관심을 모았다. 열린우리당 이 후보가 `힘 있는 여당후보론'을 내세워 한나라당의 아성인 대구에서 박근혜 바람을 넘을 수 있을 지, 한나라당 텃밭에서의 `묻지마'식 지지세가 여전히 유효한지 등도 주목의 대상이 됐다. 지역 정가에선 이번 선거의 특징으로, 이 후보가 내세운 `먹고 사는 문제'와 관련된 공약들이 어필했다는 점과 `박풍'이 예전같지 않았다는 점을 꼽았다. 이 후보가 선점한 `공공기관 동구유치' 이슈는 한나라당 박 대표까지 직접 나서 한나라당도 유치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힐 만큼 선거 종반까지 최대 쟁점으로 힘을 발휘, 유 후보를 고전하게 만들었다. 이 후보의 지역개발론은 특히 30-40대 젊은 유권자층을 중심으로 강한 지지를 받았다. 반면 박근혜 대표의 잇단 대구동을 지원유세나 이회창 전 총재의 방문, 강정구 교수 파문과 관련된 정체성 논란 쟁점화 등 한나라당의 `바람몰이식' 선거운동은 결과적으로 선거승리로 연결됐지만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다.기존 친 한나라당 지역 정서나 더블 스코어 이상 차를 보인 정당 지지도에도 결과적으로 8% 포인트 차의 승부가 된 것은 이런 배경이라는 것. 이는 `대구=한나라당' 이라는 등식이 더이상 절대적이지 않음을 의미하는 동시에 유권자들이 `합리적 선택'에 무게를 싣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일각에선 이번 선거과정을 보면서 한나라당의 텃밭이 무너지고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지난 4.30 영천 재선거에서 이상기류가 감지된데 이어 `분신화'를 이어온 텃밭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대구에서도 선거 막판까지 당락을 놓고 긴장감을 유지하는 힘겨운 승리가 된 것은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라는 지적이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4.30 영천 재선거에 이어 또 한번 텃밭에서의 이상기류를 확인한 선거였다는 점에서 향후 적지 않은 과제를 남겼다는 평가가 나왔다. 유 후보 선거대책위 관계자는 "(선거 현장에서) 현 정권의 무능과 실정을 비판하는 목소리와 함께 한나라당의 무능을 비판하는 유권자의 목소리도 의외로 많았다"고 말했다. 유 후보는 "처절한 변신노력이 없으면 한나라당이 대구의 희망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류성무 이덕기 기자 tjdan@yna.co.kr (대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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