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0.27 02:15
수정 : 2005.10.27 02:15
“대기업노조로는 한계”…진로모색 진통 예고
“기대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제부터가 문제다.”
울산 북구의 투표율이 52.2%로, 국회의원 재선거 선거구 네곳 가운데 최고라는 집계가 나왔을 때만 해도, 서울 여의도 당사에 모인 김혜경 대표 등 민주노동당 지도부와 당원들은 “해볼 만하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결국 윤두환 한나라당 후보의 벽을 넘지 못했다.
민주노동당은 울산에서 총력 유세전을 펴고도 조승수 전 의원이 잃어버린 의석을 되찾는 데 실패함에 따라,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됐다.
우선 각종 법안을 단독으로 발의할 수 있는 의석수 10석이라는 교두보를 잃고, 9석의 ‘한 자리수 정당’으로 남게 됐다. 무엇보다, 당 지지도가 30%가 넘는 지역에서 패배했다는 점이 뼈아픈 대목이다. 지역구 의원이 경남 창원을의 권영길 의원 한 사람만 남게된 점도 부담이다.
민주노동당은 이제 새로운 진로 모색을 놓고 당 안팎의 논쟁에 직면하게 됐다. 심상정 원내수석부대표는 “(현대자동차 노조위원장을 지낸 울산북의 정갑득 후보가)대기업 노조위원장 출신의 ‘업보’를 극복하지 못했다”며 “영세 하청 노동자 등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에 당이 좀더 치열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새삼 깨달았다”고 밝혔다. 그는 “주로 민주노총에 국한된 당 지지층을 영세사업자 등 그밖의 서민들로 넓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고민은 1월로 예정된 당 지도부 개편을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를 둘러싼 논의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내년 5월 지방선거와도 직결되는 문제다. 김성희 부대변인은 “지도부 개편을 놓고, 아주 젊은 인물을 내세우자는 등의 논란이 촉발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 의원 보좌관은 “지난 4월 재선거 때 당원이 1만명이나 되는 성남 중원에서 패했지만, 당은 위기 돌파를 위한 치열한 고민을 하지 않았다”며 “이번 패배를 당 쇄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국민들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지켜야 할 것은 분명히 지키되,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리는 우리 스스로의 혁신에 주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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