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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27 19:20 수정 : 2005.10.27 19:25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가운데)이 27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굳은 표정으로 의원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열린우리당 재선거 참패 후폭풍


열린우리당에 10·26 재선거 전패의 후폭풍이 거세게 불어닥치고 있다. 문희상 의장 체제의 퇴진 요구와 조기 전당대회론은 물론이고, 당·정·청 시스템의 쇄신 등 여권체제의 전면적 개편 요구가 공개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더 이상 이대로 갈 수는 없다”는 위기 의식의 표출이다.

재야파인 ‘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민평련)는 이날 오전과 오후 잇따라 모임을 열어, “대대적인 당 쇄신작업에 즉각 착수하고, 내년 초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병 선고” “현체제유지 우스운 일”…책임론 들썩
민평련 “김근태·정동영 복귀 2006년초 전당대회 열자”

이 모임의 선병렬 의원은 “당 쇄신을 위해선 현 지도부가 무조건 사퇴 의사를 밝혀야 한다”며 “당이 개혁을 실천하려면 지도부에 정치적 무게가 실려야 하는데, 현재 대통령 비서실장 수준의 대표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우원식 의원은 “청와대는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 시스템이 부족하고, 정부에는 열린우리당의 정체성과 반대로 움직이는 관료가 많다“며 “당·정·청 전반을 쇄신하고, 당이 독자적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현 지도부가 (거취를) 결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학진 의원은 “당내에 방향과 간극이 너무 커서 같이 갈 수 없는 사람이 많다”며 “당이 이대론 존속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평련 의원들은 28일 열리는 당 중앙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현 지도부가 사퇴하고 비상대책위를 구성한 뒤, 조기 개각과 대선 예비후보들의 당 복귀를 통해 늦어도 내년 초에는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는 주장을 집중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호웅·김태홍 의원 등은 재야파 소속으로 지도부에 참여하고 있는 장영달 상임중앙위원이 먼저 사퇴할 것을 촉구했으나, 내부 결론은 내리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기남 의원이 중심이 된 ‘신진보연대’도 이날 성명을 내어, “이번 재선거 성적표는 정부와 열린우리당에 중병을 선고한 진단서”라며 “말로만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당이 아니라 실제로 이들을 대변하는 당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당의 인적 구조를 전면 쇄신하고 비상대책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초선 의원들도 책임론을 적극 제기했다. 정청래 의원은 “나무는 가만히 있으려고 하나, 바람이 그만두지 않을 것”이라며 “올해 실시된 두 번의 재·보궐 선거에서 ‘27대 0’의 성적을 거둔 문 의장 체제는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재천 의원은 “내년 1월 특별기구를 구성해 당·정·청의 전면적 쇄신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문병호 의원도 “대안이 없으니 현 체제로 그냥 가자는 것은 우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날 노무현 대통령이 문 의장 체제에 힘을 실어주는 듯한 발언을 하고 나선 데 대해선, 당내 일각에선 청와대 책임론을 제기하는 등 심상치 않은 조짐이 보이기도 했다.

한 초선 의원은 “노 대통령이 잘못해서 이렇게 됐는데, 잘못한 사람이 수습하면 잘 되겠나”라며 “대통령이 잘못했으면 이제는 당이 나서서 수습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종인 의원은 “당 지도부는 주된 책임자는 아니다”라며 “노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에 저항하지 못한 게 (당의) 잘못이라면 잘못”이라고 말했다.

한 재선 의원은 “대통령이 당을 혼자 좌지우지하려 한다”며 “또 다른 권위주의 아니냐”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청와대에선…현 체제 유지 뜻

청와대 사진기자단
“이번 재선거 결과를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로 받아들인다. 열린우리당은 동요하지 말고 정기국회에 전념해달라”

노무현 대통령이 27일 10·26 재선거 참패에 대해 서둘러 수습책을 내놓았다. ‘23 대 0’으로 졌던 4·30 재·보궐 선거 때도 논평 하나 내지 않았던 청와대였다. 그만큼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노 대통령이 이날 “열린우리당은 동요하지 말고 정기국회에 전념해달라”며 “개인적인 견해와 이견이 있더라도 당의 갈등으로 확대되어 국민들께 우려를 끼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은, 열린우리당에서 분출되고 있는 지도부 교체 요구와 관련해 당분간 문희상 의장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개각 등 국면전환용 대안을 내지 않겠다는 생각도 들어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이번 재선거 결과를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로 받아들인다”는 말도 했다. 선거 패배의 책임을 파고 들어가보면 궁극적으로 자신에게 닿아있다는 점을 솔직하게 드러낸 것이다. 책임을 인정한 만큼, 그 해결책도 제시하겠다는 뜻으로 읽히기도 한다.

하지만, 뚜렷이 준비된 대안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대연정’ 이후 정국운영 구상을 하고 있지만, 정치적 의제라기 보다는 정책적 의제에 가깝다는 게 핵심 참모들의 얘기다. 오히려 한 참모는 “내년 지방선거 대책 등에 대한 고민은 이제부터 시작된다”고 말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안에선 노 대통령의 생각을 두둔하는 기류도 적지 않다. 박병석·민병두·전병헌 의원 등은 “지금은 정기국회 회기 중이므로 지도부가 물러나도 대안이 없다”며 “당분간은 현 지도부를 중심으로 질서있게 국면을 전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친노직계’로 분류되는 서갑원 의원도 “사퇴론을 들고 나오는 것은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다”라며 “어차피 내년 2~3월이면 지방자치선거대책본부가 꾸려지므로 자연스럽게 가면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 지도부와 가까운 의원들 사이에서도 노 대통령의 이날 언급이 ‘땜질식 처방’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 의장 체제를 떠받치고 있는 한 중진의원은 “의원들 불만이 이미 목구멍까지 꽉 차 올라와 있어, 시간이 문제일 뿐 문 의장의 사퇴는 불가피한 것 같다”며 “노 대통령의 말이 먹히지 않을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노 대통령이 뭔가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노 대통령이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언제 당으로 돌려보내느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은 2002년 지방선거에서 상처를 받았던 경험이 있어서인지, 대선주자들이 지방선거 전면에 나서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며 “하지만, 등을 떼밀어 내보내지 않는다는 뜻이지, 본인들이 결심을 하면 말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 주자들이 당으로 복귀할 경우 무게중심이 당으로 쏠리면서 레임덕 현상이 올 수도 있지만, 이를 받아들이겠다는 분위기이다.

김의겸 이태희 기자 kyu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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