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통한 분위기 최고위원회, 걸어온 길과 나갈 길 고민 “진정 비정규직·서민곁으로”
국회의원 재선거 이튿날인 27일, 민주노동당은 침울한 하루를 보냈다. ‘조승수 전 의원이 잃어버린 땅’(울산 북)을 되찾는 데 실패한 충격은 의석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당이 그동안 걸어온 길과 앞으로 나갈 길에 대한 고민을 통째로 던졌다. 한나라당이 국회에서 ‘전승’을 자축한 이날 아침, 서울 여의도 민주노동당사에선 무거운 분위기 속에 김혜경 대표 주재로 최고위원회가 열렸다. 회의 참석자들은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재선거 패인과 향후 방향에 대해 의견이 크게 갈리지 않은 탓이다. 최고위원회는 울산 패배에 대해 “국회의원, 구청장, 구의회를 민주노동당이 장악하고, 노동자가 밀집한 지역이라는 유리한 지역에서의 패배는 당의 정치활동, 지역사업, 노조와 당의 지역사업 결합 방식 등 전반적인 문제를 깊이있게 검토하고 평가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정리했다. 패배 원인을 두고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끌어안지 못한 점 △선거 준비 부족 △최근 민주노총 비리 △지역내 쓰레기 매립장 건설 등에 대한 주민들의 반감 등이 주로 거론됐다. 최고위원 가운데 일부는 ‘지도부 사퇴’를 조심스레 꺼내기도 했지만, 열린우리당처럼 즉각 분출되진 않았다. 당 관계자는 “그만큼 충격과 고민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은 다음주 최고위원들과 의원단, 시도당 위원장 등의 연석회의를 열어, 종합적인 재선거 평가와 함께 향후 당의 진로를 논의하기로 했다. 이 때 지도부 사퇴론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노회찬 의원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민주노동당이 나름의 노력을 했지만, 연대의식을 주지 못했다”며 “최근 당이 삼성, 엑스파일 등의 문제에서 분투하고도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는 데는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민주노총과의 관계도 핵심적인 고민거리다. 민주노동당 당원 가운데 40% 정도가 민주노총 조합원이다. 노 의원은 “당이 민주노총과 멀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그러나 월수입 150만원 이하의, 훨씬 더 어려운 서민층의 지지를 얻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규직 노동자들에 집중된 지지기반을 확장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 당직자는 “영세 자영업자와 주부, 여성 등에게 ‘민주노동당을 찍으면 나에게 실제로 도움이 된다’는 느낌을 주지 못하는 게 문제”라며 “이대로 가선 내년 지방선거 결과도 뻔하다”고 말했다.김종철 최고위원은 “무상의료 도입과 최저임금 인상, 세제 개편 등에 집중해 일반 서민들을 파고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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