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1.09 11:40
수정 : 2005.11.09 11:40
DJ언급 계기 통합론 공론화 가속도
내부 합의점 없어 `갈등불씨' 우려
열린우리당에서 최근 본격 제기된 민주당과의 통합논의가 당 지도부의 김대중(.DJ) 전 대통령 면담 이후 찬반 양갈래로 뚜렷하게 갈리는 분위기이다.
당내 통합론자들은 김 전 대통령의 `정치계승', `전통적 지지표 복원' 언급에 주목하면서 천군만마를 얻은 듯 통합론 확산에 가속도를 붙일 태세이다.
반면 당내 `친노세력' 일부에서는 "도로 호남당으로 돌아갈 것이냐"고 반발하기 시작했고, 그동안 침묵을 지키던 청와대도 "지역구도로 가는 것은 창당정신에 맞지 않는다"고 일정한 거리를 두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때문에 범여권의 통합론은 향후 전개 양상에 따라 새로운 당내, 당청간 갈등을 야기할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일단 DJ 언급 이후 외견상 통합론에 힘이 실리고 있는 형국이다.
10.26 재선거 패배 이후 통합론을 먼저 제기했던 염동연 의원은 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제 당 지도부가 알아서 해야 한다"면서 "양쪽에 당의 대표성이 있는 사람들이 나서야 한다"고 통합논의 가속화를 촉구했다.
민주당과의 `끝장토론'을 제안했던 호남 출신의 주승용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의 언급은 통합을 촉구하는 발언"이라면서 "이달 내에 민주당 의원들과 만나 바람한 방향이 무엇인지 고민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당 확대 간부회의에서도 이 문제가 화제가 됐다.
배기선 사무총장은 "김 전 대통령을 존경하고 지지했던 사람들이 민족 문제를 해결하고 민생을 키워나가는데 지혜와 힘을 모으길 바라는 김 전 대통령의 뜻을 음미하길 바란다"고 언급, 우회적으로 통합론에 힘을 싣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친노세력 일부에서는 당내 통합론 확산에 경계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참여정치연구회를 이끌고 있는 이광철(光) 의원은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지역주의의 극복"이라면서 "통합론을 주장한다면 이는 김 전 대통령의 큰 뜻을 왜곡시키는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정치를 계승한다는 것이 지역주의를 계승하자는 것도 아니고, 도로 민주당이 되자는 것은 김 전 대통령의 뜻을 왜곡.폄하하는 일"이라고 반발했다.
통합론에 대해서는 조경태 의원 등 영남권을 중심으로 "과거 정치로 돌아가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견지하고 있는 상태이다.
지도부도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상호 의장비서실장은 "김 전 대통령이 당의 통합을 얘기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 지지층을 결집시키라는 점을 말한 것"이라면서 "정당과 정당의 통합 문제는 우리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기 위해 제기될 문제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반면 전날 동교동을 함께 방문했던 이강래 의원은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우리당 내에서 민주당과의 통합에 반대하는 세력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절대 다수는 통합해야 한다는 쪽에 비중이 가 있다"면서 "통합을 주장했던 분들의 입장에서는 자신있는 근거를 찾았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황재훈 기자
jh@yna.co.kr (서울=연합뉴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