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론회 전문
*사회 유재건. 좋은 얘기 말고 본론만 하자. 7명이 10분씩한 뒤 종합토론.
△정세균
어려울 때 친구가 정말 친구다. 종아리 때릴 때 장남이 훨씬 더 책임지고 맞아야. 대한민국 책임지는 장남, 열린우리당 책임지는 장남으로서 회초리 맞겠다. 요즘 열린우리당과 안 어울리는 두 단어가 언론에 등장. 오만과 이상주의. 제가 보기엔 전혀 동떨어진 정당이라고 생각. 그런 얘기가 나온데는 뭔가 근거가 있겠지만, 제가 당의장으로서 직무 맡고 있는 동안엔 오만 대신 겸손, 이상 대신 리얼리스트란 말이 나오도록 최선다하겠다. 태생부터 누구보다 겸손하고 철저하게 현실주의적 입장에서 국정 운영 책무지고 있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
1년5개월전 총선 직후 경향 6월2일자에 제가 ‘열린우리당에 바란다’ 칼럼 써 세가지 주문했다. 혁신과 통합의 정치, 대화와 타협의 정치, 87년 이후 거리의 정치 넘어선 성찰 정치.
두 가지 전제하겠다. 여당에 대한 칭찬 생략. 학계 입장에서.
첫째, 열린우리당은 중도개혁정당. 자기 정체성이 최근 보면 불명확. 중도개혁으로서 명확히 해야 한다. 정치란 게 살아있는 생물과도 같아서 지지율 일희일비할 필요없지만, 최근 지지율 경향은 문제 있다. 무엇이 하강을 갖고 왔는지 성찰. 21세기적인 세계화 흐름에 개혁 열망 결합시키는 데 있다. 열린우리당이 여러 정치프로그램 제시하고 있지만, 국민 시선에서 보면 미래지향적이지도 않고 개혁 열망 높은데도 응답이 없는 것 같다.
내일신문 조사 보면 보수와 진보 역전돼. 보수 중도 진보 3대4대3 비율은 큰 변화 없다. 문제는 중도와 온건진보층의 지지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는 것. 중도개혁정당이라며 중도 세력이 원하는 성장과 사회통합, 진보가 원하는 개혁과 사회양극화 대응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 못해.
둘째, 정치는 정책으로 응답하는 것이다. 정치, 정책, 이와 연관된 담론은 패키지로 움직이는 것. 그러면 열린우리당의 정치 상품은 뭔가? 안 잡힌다. 한나라당은 청계천 상품도 있고, 박정희식 경제개발이라는 역사적 자산도 있어.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이런 게 없어. 정당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정책 둘러싼 활발 토론. 당내 정책경쟁이 중요. 그런데 열린우리당내에는 정책 경쟁 있나? 열린우리당에 이런저런 흐름 있다면, 흐름들 간에 정책 경쟁 하고 있나? 인물 경쟁 말고. 안 보인다. 정책적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국민 시선에 보여야 한다. 정책 경쟁은 당내 분열이 아니라 민주주의 활성화 시키는 것이다. 오히려 시너지 효과 발휘하는 거다. 네거티브보다는 포지티브로 나가는 게 중도개혁정당에 걸맞아. 동반성장과 양극화 해소. 혁신과 통합의 문제. 그렇다면 무엇을 혁신하고 어떻게 통합할 지를 구체적 정책으로 대답해야 한다.
시장원리에 공정성 더하고, 양극화 해소하면서 신중산층 육성 전략 세우고, 과거사 정리하되 미래에 맞추는 것이 지지자들이 바라는 것.
셋째, 정당이 원활히 작동하려면 리더그룹과 중간간부, 신진그룹, 당원의 유기적 관계 중요. 40년대 중반과 50년대 초반이 리더, 50년대 중후반이 중간, 386세대가 신진. 유기적 협업과 분업이 중요한데 분업만 보이고 협업은 안 보여. 리더 그룹 못지 않게 긴조 세대인 70년대 중후반 학번 세대 그룹과 386 가운데에서도 초반 그룹 등 중간 그룹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 리더와 신진 연결시키고, 대국민 정책과 담론에서 이티셔티브 역할 해야. 그런데 이 중간 그룹들의 역할이 제가 보기엔 덜 눈에 띈다.
넷째, 21세기는 다른 세계. 다른 나라 정당 전략 벤치마킹 필요. 다른 나라 혁정당이 추구한 전략을 고민해야. 아일랜드 네덜란드 덴마크 영국이 중시한 건 새로운 사회 협약. 두 개의 신사회가 우리 사회에 두드러져. 동일한 공간에서 살고 있음에도 전혀 다른 두 개의 국민이 존재하는 게 사회의 현실. 강남과 비강남으로 대변되는 생활의 양식, 언론, 정치 모두. 열린우리당은 이런 분열을 통합시켜야. 자본과 노동, 정규직과 비정규직.. 새로운 사회통합 모색해야. 아일랜드나 영국이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는 교훈이란 것은 새로운 사회 협약 없이는 선진국 불가능하다는 것. 중도개혁 정체성에 맞는 사회협약에 이니셔티브 잡아야 한다.
△박태견 프레시안 논설주간
정체성이란 단어 자체가 경제적 측면이 강하다고 본다. 중산층 서민 대변하는 정당인데 본질적으로 경제적 측면의 접근이다.
요즘 참여정부 3년 동안 극단적으로는 중산층 서민 되고, 서민 빈민 됐다고 한다. 양극화 극심해져서. 열린우리당이 지향해온 중산층과 서민의 붕괴가 지지율 급락으로 나타나.
노 후보가 나왔을 때 반칙없는 세상 약속했고 국민 대다수 공감했다. 경제적 측면에서 반칙은 불로소득 의미. 일 안 하는 사람이 폭리 취하는 구조. 아파트 투기. 노 후보가 당선됐을 때 서울 신도시 땅값 내렸다. 강력한 노 정권 출범은 불로소득 소진 의미한다고 했었다. 그런데 이게 2003년 참여정부 출범 이후 경제팀 면면 보면서 폭등하기 시작. 경제 관료들을 스텝으로 앉혔고, 경제수석 없애면서 관료에 전권. 부동산 경기 부양책 내놔.
국민들이 이게 어떻게 된 거냐고 했다. 가장 많이 쏟아낸 대책이 부동산 대책인데, 국민 기만책이었다. 강남 값 뛰고 주상복합 고급 아파트 뛰고 규제 안 하고. 여론 빗발치면 규제에 들어가고. 그러면서 강남재건축은 또 규제 대상에서 빼고. 당시 경제팀이 건설업체를 살려야 성장한다는 숫자에 빠졌기 때문. 소위 숫자에 연연하는 정책, 관료에 의존하는 정책.
3% 성장했지만, 질적으로 어떤 변화가 왔는가? 중산층 서민의 붕괴와 이탈로 나타났다. 아파트값은 1천조, 땅값은 5천조. 계층적으로 젊은 세대와 중산층이 도저히 집 가질 수 없는 상황 됐다. 예전엔 11년이면 집 장만, 요즘엔 19년. 젊은층들이 고통 기간 길어져. 내수 경제가 왜 안 움직이냐고 질문하는데, 주거 비용 폭등시켜놓고 쓸 돈이 어디있냐.
일련의 경기 부양층이 칼을 꽂았고, 기업도시 혁신도시로 전국 땅투기. 지지율 하락의 근원이다. 땅값 오르는 비율과 지지율 하락은 반비례. 정체성도 극명히 드러나. 분양원가 공개하라고 90%가 그랬는데. 건설업자 세금 얼마나 내냐.
조중동 비판 많이 하는데, 보수언론의 경제정책 논조에 휘말려갔다. 부자가 돈 써야 경제가 산다는 논리에서 사치품 특소세 면제했다. 웃기는 얘기다. 한국경제가 부자가 돈 안 써서 어렵나? 중산층서민이 쓸 돈이 없어서 그런데 정책은 엉뚱하게 나타난다. 끌려간 거다. 대기업이 잘돼야 경제가 산다며 인위적으로 환율 방어했다. 대기업 수출 잘된 거 절반은 환율 방어 때문이다. 그런데 대기업 잘 돼서 경제 순기능 발휘됐나? 국민 혈세로 대기업 도와준 것. 열린우리당의 경제적 정체성에 큰 하자가 있다. 이런 혼란은 국민들한테 많은 불만과 실망.
특히 노대통령이 대연정 언급하면서 한 말이 압권. 부동산이나 경제정책에 한나라당과 안 다르다고. 경제적 정체성 없다는 것 큰일. 스스로 시인한 것. 대다수의 냉소를 받은 데 반성해야.
참 실망스럽다. 대통령 분양원가 공개 반대하면서 10배 남는 장사도 있다고 했다. 계급장 떼고 토론하자는 말까지 나왔다. 대통령 한 마디에 사라졌다. 국민적 지지 받을 수 있는 계기에서 포인트 놓쳤고, 계급장 얘기하신 분도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는 분인데 물러났다.
왜 부가가치세 논의 안 하나? 생필품(라면 분유 생리대) 부가가치세를 8%로 낮춰봐라. 서민에 직접적 혜택 돌아오고, 중소기업에 혜택 돌아온다. 이런 고민해야 한다. 재경부 관리들한테 말했더니 펄펄 뛴다. 요즘 세수 부족하니까 나오는 얘기가 사치품에 과세한다고. 경제 관료 믿지 말아라.
미테랑 정치특보가 쓴 책 보면, 미테랑과 말할 때 사회 경제 이런 거 5분 이상 토론 안 했다고. 밀어붙인다는 것. 경제적 정체성에 엄격하다는 것. 클린턴 자서전에도 나와. 민주당의 경제적 정통성 지키려고 밤낮 토론하고, 어케 저항을 뚫을지 고민했다고.
제발 주변에 국민 모독하는 사람들은 청와대든 어디든 격렬하게 비판해 달라. 표피 민심과 바닥 민심이 다르다는 말이나, 대통령이 배지 달아줬는데 이제 와서, 이런 말은 국민 모독이다. 노대통령을 만들어준 것은 국민인데. 조작 대상으로 보는 건 큰 착각. 국민이 대통령이라는 창당 정신으로 돌아가라.
△정진우 목사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정치의 집은 국민이다. 국민들 믿고 돌아가는 노력 안 기울이면 어려움 극복 난망. 최근 일련의 정치적 변화, 80년 이후 민주화 근본적 변화에는 한국 정치가 모리배들의 정치여서는 안 된다는 국민 깨달음에서 이뤄진 것. 노정권 출범 아무도 예상못했지만, 국민경선이란 기막힌 작품, 탄핵 정국에서 이런 정국 만들어준 것은 국민. 국민 빼면 아무것도 남는 게 없는 정당이 열린우리당이다.
그런데 많은 국민들이 느끼는 건 현란한 수사에도 불구하고 국민한테 돌아온다는 느낌이 안 든다. 대신 기존 정치의 특정 정치나 힘 있는 사람 의식해서 자신의 행보를 흩뜨러트리는 모습만 보고 실망.
17대 총선이 한국 정치의 정상화를 의미하는 거라고 생각했었다. 87년 6월 항쟁 이후 정상적 모습이지 않았나. 그래서 정치면도 안 보고 교회 문제 신경 쓰고 살아야겠다고 생각. 그런데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는 느낌. 상생이라는 단어. 상생 정치가 뭘까? 마음이 닫히는 느낌. 또다시 말장난 하는 게 아닌가, 배가 불러서 사단이 났구나 라는 생각. 상생이란 말에는 누구랑 상생하겠다는 건지 알 수 없어. 아니나 다를까, 작년 개혁 입법 과정에서 보여준 열린우리당 태도는 희망 걸어온 사람한테 큰 실망. 보안법 그거 하나 없애지 못하는 개혁국회가 가능한가? 과거에 늘 듣던 말이 힘이 없어서 못한다는 말인데 과반도 넘었지않나. 17대 국회 구성한 국민의 뜻은 정치권 상생이 아니다. 민족의 상생, 온 국민의 상생하라는 거다. 그런데 열린우리당은 상생을 지극히 협애한 방식으로 접근했다.
17대 국회는 나라다운 나라 제대로 해보자는 역사의 엄숙한 명령으로 출발. 개혁평화세력의 과반. 입법 권력의 본질적 교체. 숙명을 지닌 국회다. 열린우리당은 이런 의미 미흡했다. 17대 국회는 우리같은 사람들로 보면 눈물이다. 대통령 봐도 안 되는구나 생각하다가 열린우리당이 과반 되니까. 해방 이후 한 번도 권력 놓치 않고 쥐락펴락한 기득권을 본질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 운전대를 바꿔줘야 한다. 지난한 과정을 거쳐서 이뤄진 것. 다시 이 출발점에 서라.
개혁의 열매가 없다. 한국 축구 보는 것 같다고 한다. 문전처리 미숙하다구. 박주영이 왜 인기냐. 골을 잘 넣어서 그런 거 아니냐. 맨날 공차면서 뻥 차는 사람한테 누가 박수 치냐. 한다 그러면 해야 한다. 보안법, 수도이전 돌파해 내야지. 누가 하나? 대통령이 못하고 과반 정당이 못하면. 한다 그러면 한 골이라도 확실하게 넣어라.
대연정도 그렇다. 안 되는 거 왜 자꾸 던져가지고. 수구 세력에게 역사의 운전대를 맡기면 갈 곳이 없다. 부동산 정책 확실히 해라. 말만 무성하지 말고 남은 개혁 과제 지금이라도 서둘러라. 보안법 우습지 않냐. 사학법? 뭐가 문제라는 거 모르는 사람 없다. 군대 개혁 해야지. 양심적 병역거부 해야지. 결과물을 달라.
목소리 큰 사람, 힘센 언론, 이념주의주장 그런 거 말고. 국민들은 정치인 싸우는 거 싫어하는데 같은 편으로 보이는 사람들 있다. 민노당 민주당 힘 합쳐서 하면 국민들이 좋아한다. 그런데 같은 편끼리 싸우는 것처럼 보이고. 민주세력의 분열로 비춰지는 일에 신중해라. 아직도 수구 냉전 세력이 기승부리는 데 힘을 모아봐라. 열린당이 성숙한 지도력으로 해야 한다. 그게 맏형의 책임이다.
△홍순영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지금 열린우리당에서 중소기업 정책에 거의 올인 하다시피 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런데 중기 정책 얘기하려면 중기가 갖는 본질적 문제를 분석해야 하는데, 그런 거 하는 자리는 아니니까 정책에 대해서만 얘기. 흔히들 중기 문제라고 하면, 문제가 기업 숫자만큼 많다고 한다. 300만개. 어느 정권에서 한꺼번에 해결하기 어려워. 정책이 계승되면서 차츰차츰 나아지는 것.
중소기업이 처음에 상당히 실망. 열린우리당은 중기 관련 관심 가장 많고 포커스 맞출 줄 알았는데, 인수위 구성 때부터 별 관심 없더라. 그 이후에도 정책의 중심에 없었어. 그러다 작년 77 종합대책 나오면서 다행이. 철저히 실태조사해서 정책 만들었고, 체계적으로 만들었다는 의미. 과거에는 약자 지원이었는데, 글로벌 경쟁력 강화 쪽으로. 상당히 방향성은 맞아.
정책 추진 과정과 성과를 정보망으로 하는 것도 바람직한데, 문제는 종합대책 1년 넘었는데 중기가 어렵다니까 고민. 잘 하고 있지만, 보완할 건 있다.
우선, 중기는 생산요소가 부족해 외부 환경에 약해. 말이 중요. 예를 들어, 아무리 경기가 안 좋아도 부양책을 하지 않겠다든가, 목표 성장률 5%를 포기한다든가, 이런 말 나오면 당장 금융쪽에서 중기 대출 줄인다. 그런 말들은 필요 없는 것 같다. 정부 발표가 신중해야. 기본적으로 정책은 시장에 충격 주지 말아야 하고 예측을 어렵게 하면 안 된다.
또, 최근 좀 줄었지만, 예전처럼 재경부가 다 하는 게 아니다보니까, 정부 청와대 조율이 잘 안 되서 발표 다음날 딴 얘기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사업계획 세우는 데 큰 불안감. 반기업 정서 만연돼 있는데 당이 좀 나서야 할 것 같다. 시장경쟁에 의한 기업 구조조정(퇴출 인수합볍 등)이 필요. 너무 작은 규모의 경쟁력 떨어지는 기업 많기 때문에 악순환. 얼마 전 중기특위가 청와대에 중견기업 정책 보고한 것은 바람직.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에 올인 하고 있어서 분위기 많이 변하고 있는데, 좀 더 노력해야. 이게 해결돼야.
△ 박효종 서울대 교수
저는 합리적 보수주의자라고 생각. 쓴말 하겠다.
첫째, 열린우리당이 뜨고 가라앉은 건 물에서 뜨고 물 때문에 가라앉은 것. 총선 승리했지만 재보선 참패하는 것, 실패에서 어떤 메시지 배워야. 정부와 여당이 채워질 수 없는 깨진 항아리에 물을 붓고 있다. 국정의제가 상당히 추상적이고 비현실적이다. 기득권 바꿔야 한다든지 균형발전해야 한다든지 친일과거 청산해야 한다든지 지역구도 깨야 한다는지 다 옳은 말이지만 추상적이고 손에 안 잡힌다. 기득권 반발 때문에 안 이뤄지는 게 아니고, 이런 문제는 점진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들. 정체성을 진보라고 보는데, 저는 진보를 존중하지만, 다만 진보적 이상이 21세기형이 돼야 한다. 20세기형이 아니고.
대 담론을 가지고 개혁이라고 밀고 나가다보니까 손에 잡히는 열매가 없다. 실사구시적 개혁을 추구해야 한다. 거대담론적 개혁 어젠다를 다운시켜야 한다. 열매가 없으면 평가에서 결국 부실.
둘째, 부여당이 당파적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개혁코드 진보코드 진정성은 있다고 보지만, 흑묘백묘론이 필요하다. 너무 코드, 특히 인사문제에서. 대연정이냐 소연정이냐 이런 것도 너무 시스템적으로 접근. 시스템이라는 것도 손에 잡히는 무엇이 없는 것. 개혁 능력이 있다면 흑묘백묘 가리지 말고 인재 중용해야. 통합도 거기서 나와. 개혁 추진세력과 반대 세력의 갈등이라기보다는 통합이라는 어젠다를 참여정부와 여당이 진정성을 갖고 접근해줬으면.
셋째, 말만 잘한다는 비판도 있고 장점이기도 하는데, 설득하는 권위와 설득당하는 권위를 둘 다 갖춰야. 이게 오만성으로 비추고, 독백하는 정부와 여당이란 소리. 설득할 수 없으면 당할 수도 잇는 게 권위의 본질. 그런데 독백하는 정부는 의사소통에 문제 있는 것. 참여정부의 탈권위주의는 큰 평가. 그러나 독백하는 정부는 오만하고 고집 센 정부로 비춰져. 아래로 임하는 정부의 모습이 아니다.
넷째, 총리가 야당 면박하고 그런 것을 바라보는 국민의 눈을 생각해라. 국회나 언론하고 다투는 모습... 국정홍보처는 홍보를 잘 하면 되는데 언론과 다투는 것으로 비춰져. 이게 오만한 정부로 보이는 것. 민주정부는 겸손해야 한다. 겸손한 정부는 싸울 때 싸우더라도 국민 목소리를 듣는 데는 겸손하다. 선거에서 지면 부덕의 소치라고 말하고 시작해야 하는데, 대통령 구하기 담론이 쏟아지는 건 오만해 보여.
다섯째, 저는 참여정부를 건달정부라고는 생각 안해. 그러나 일하는 법을 모르는 정부다. 청계천은 왜 뜨나? 천성산은 왜 그러나?
△하승창 함께하는 시민행동 대표
여당에 중심이 없다는 느낌. 연속해서 보궐선거에서 패하고서도 정권 유지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일하는 모습 보여야 정상인데, 선거에 어떻게 이기지라는 차원에서 자기 반성하고 있다는 생각. 대단히 무책임. 정치공학적이고 선거공학적인 모습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모습. 퇴행적이다. 그래서 향후 국정운영 책임을 누가 주겠나? 한나라당은 말이라도 뉴라이트 하겠다는 데 여당이 거꾸로 가는가? 탄핵 역풍도 있었지만, 열린우리당에 대한 지지는 전근대적 정치 타파하고 정책 중심 정당 만들자는 것.
첫째, 정책 일관성이 없다. 그게 신뢰와 지지자 잃는 이유. 부동산 문제 등. 조직의 중심이 없고 결정된 정책을 실현하지도 못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정체성이 중도라는데 민노당 빼고 안 그런 정당이 어딨냐? 다들 중산층 서민 지향한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구체적 정책을 가지고 일관성 있고 실효성 있게 해야. 금까지 열린우리당 아젠다 설정은 구호로만 설정. 동북아 균형자론, 검찰 제자리 찾기 이런 게 뭔 정책이냐. 이미지와 방향성만 있지 정책 내용이 없잖나. 구호로만 얘기하면 이거냐 저거냐 선택의 문제만 남을 뿐 내용이 없어. 미래아젠다 설정도 못해.
특히 사회경제적 개혁이란 게 안 드러나. 구호만 있지. 설사 어떤 정책을 내놨다 하더라도 일관성 없어 신뢰 떨어져.
둘째, 조직의 중심이 없다. 정치적 혼선은 있을 수 있다.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의견으로 모아가는 과정이 중요한데 그게 안 보인다. 정책이 좁혀지지 않는 다양성이 당에 존재할 수 있다. 당에 지티계 디와이계 친노 반노가 있는데 거기에 무슨 정책이 있는가? 정책 없이 특정 대권주자한테 줄서서 가실 건가? 정책 없이 사람 중심으로만 움직이고 있다.
정책 실현 못하는 결정적 핑계가 한나라당이 발목 잡는다는 것인데, 된 것도 있지 않냐? 되는 건 그럼 어떻게 돼냐? 의석도 제일 많은 정당인데, 한나라당 때문에 안 될 수도 있지만, 그건 한나라당에 대한 그만큼의 대중적 동의가 있는 거니까 더 설득하고 공감대 넓혀야 하지.
속풀이 정치 이런 것도 시장판 가는 것도 좋은데, 물건 팔아주는 게 아니라 거기 가서 정책 토론할 수 있지 않나? 무능을 커버하기 위한 이벤트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김종구 <한겨레> 논설위원
현실정치적 측면이나 국민 눈에 비치는 이미지적 측면에서 말씀드리겠다.
첫째, 열린우리당은 정치적 손해를 감수할 용기 없이 욕심이 너무 많은 정당이다. 둘째, 끊임없는 자기 부정을 통해 정체성 훼손하고 일관된 이미지 상실한 것이다. 셋째, 내부 구성원들이 정제되지 않은 열정 표출하고, 상호간 신뢰 부족을 드러내고 있다.
첫째와 관련해, 목표 설정은 높게 해놨는데 현실적 힘은 달리는 상태. 단적인 예로, 재선거 참패 이후 내년 봄 지방선거에서 완패하면 당이 깨진다는 우려 팽배. 당이 가는 길이 옳은지 신념이 흔들리고 있는 것 아닌지 의구심 들어. 민주당에서 분당해서 창당할 때 열린우리당에게 불리한 정국이라는 거 알고도 했어. 명분과 실리를 한꺼번에 가지려고 했어. 정치개혁 거창한 이념 말하면서 전통적 지지 계속 바라고, 영남 개혁 세력 표 모아주길 바라고, 젊은 층 몰아주기 바라고... 17대 총선에서 승리했지만, 비정상적 상황에서 비정상적 승리. 탄핵 반사작용으로 역풍으로 어부지리. 열린우리당이 잘 한 게 아니었어. 그러면 당시 촛불의 의미를 새기고 거기서부터 새 출발했어야 하는데 자만감에 빠져. 열린우리당 안에는 불법 취득물을 신고하지 않은 의원들이 많다는 농담도 있어. 배지 주웠다는 비아냥. 총선 승리는 열린우리당에 오히려 독약. 17대 총선 끝나고 100년 정당 만들자는 의기와 패기는 어디로 갔나? 신념이 흔들리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
이런 신념 부족이 자기 부정으로 나타나. 정책 문제는 생략하고. 유권자들이 어떤 정당 바라볼 때는 말을 듣고 판단하는 게 아니라 그 정당이 다른 정당을 어떻게 규정짓는가를 보고 판단. 그동안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을 차떼기당 수구당이라고 했다가 갑자기 대연정 제의하고 정책 차이 없다고 했어. 민주당에 대해서도 부패정당 지역정당이라고 하다가 지금은 일각에서 평화개혁세력 연대 얘기하고 있어.
통합 화해 이런 거 많이 말하지만 정치적 행태 보면 야당과 대립각 세우는 경우가 더 많았어. 상생을 얘기하다 대립하고, 대립하다가 화해 얘기하고. 그러다보니 기본적으로 지향하는 가치가 뭔지 국민들을 헷갈리게 해.
여당이 요즘 대통령 욕하고 있지만, 대통령 의제를 앞서가지도 못하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 말에 대해서도 여당이 환호작약하는 게 우스운 모습. 계승과 극복인데, 극복은 어디가고 계승에만 환호하는 게 새로운 정치에 걸맞지 않아.
세번째. 조직이 잘 나갈 때는 화기애애하다가도 어려울 때는 겉잡을 수 없는 파열음 내. 열린우리당은 잡초와 같은 근성은 없어지고 내부 구성원들도 풍찬노숙하면서 쌓인 동지애와 전우애가 희박하다. 그러다 보니 상황 어려워지니 막말 나와. 나가라 출당하라 이런 말 막 나와. 국민들 볼 때는 아, 저 정당은 뺄셈정치에 강한 정당이구나. 당청 관계도 마찬가지. 어떨 때는 지당합니다 했다가 어려워지니까 비판(물론 비판은 정당하지만)하고.
김영삼 정권 시절 못잖게 당청 관계가 상하수직적인 것 같다. 긴밀한 혐의 통로 없이 우왕좌좡 하다가 대통령 주도하면 따라가는 것. 원인을 보면 노대통령의 정치적 능력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게 아닌지. 탄핵과 총선 거치면서 대통령 정치적 판단이 탁월하다는 믿음이 부지불식간 쌓여 잇는 것 아닌지. 정치 9단에 못지 않다고 얘기들을 가차 없이 하더라. 대통령이 신이냐고 말한 것은 그동안 대통령을 신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의 반증.
연말에 대통령이 풀어놓을 보따리가 뭔가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있는 분들이 있는 것 같다. 묘수풀이나 묘책이라는 게 쉽게 나오기 어렵다. 정세균 의장이 실패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앞으로 실패 되풀이할 수 있다는 각오로 나가야 한다.
△정세균 마무리
값진 말씀. 다 적었다. 반론을 제기해볼라 해도 마땅치 않다.
정리 <한겨레> 정치부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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