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1.11 19:46
수정 : 2005.11.11 19:46
이 시장·손 지사 등 대선 예비주자들 반발
소장파·비주류도 “공정성 잃었다” 비난
한나라당이 지난 10일 운영위원회를 통과한 당 혁신안 개정안을 놓고 내홍에 휩싸였다.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국민선거인단에 당의 책임당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운영위가 수정 의결한 것을 두고, 당내 소장파와 비주류 의원들이 “국민경선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며 집단적으로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이명박 서울시장과 손학규 경기지사 등 대선 예비주자 쪽도 분명한 반대 의견을 밝혀, 논란이 증폭될 전망이다.
이 시장의 핵심 측근은 11일 “당 지지율이 올라갈수록 (당원이 아닌) 일반 국민 곁으로 더 가까이 가야 하는데, 후보 선출에서 오히려 국민 참여를 후퇴시켰다”고 비판했다. 그는 당원 선거인단을 책임당원(2000원 이상의 당비를 6개월 이상 낸 당원)으로만 구성한 것에 대해서도 “일정액 이상의 세금을 낸 사람에게만 투표권을 주자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헌법에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손 지사 쪽도 “국민과 일반당원의 참여 폭을 넓히는 시대의 흐름에 거꾸로 가는 것”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이들은 중앙위의 수정 의결이 대선후보 경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구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론상 책임당원이 대선후보 선출에서 최대 80%의 비중을 확보할 수 있게 되면, 내년 7월까지 당권을 유지하게 될 박근혜 대표가 유리해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운영위는 지난 10일 대통령과 광역단체장 후보자를 △전당대회 출석 대의원 20% △책임당원 선거인단 30% △일반 국민선거인단 30% △여론조사 20%의 비율을 반영해 선출하되, 책임당원 선거인단으로 추첨되지 않은 당원들도 일반 국민선거인단 추첨에 응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혁신안 개정안을 의결했다.
당내 소장파 의원들의 모임인 ‘새정치 수요모임’의 박형준 대표는 “애초 혁신안의 핵심 목표는 공정한 대선 후보 경선 관리에 있다”며 “(잠재적인) 대선 후보들이 불공정 시비를 걸어올 게 뻔한 내용을 통과시킨 것은 혁신안 자체를 흔드는 행위로, 좌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이 모임 소속인 원희룡 최고위원은 “책임당원 40만명이 국민경선단에 들어가 있으면 어느 국민이 경합을 벌이면서까지 국민경선단에 지원하겠느냐”며 “이는 국민 사기극으로, 경선 흥행 실패와 대선 패배라는 독약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그는 애초 혁신안을 마련한 홍준표 혁신위원장을 향해서도 “제대로 된 혁신안 관철을 위해 단식농성을 해서라도 국민들 앞에 호소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비주류 의원들의 모임인 ‘국가발전전략연구회’(대표 심재철)도 이날 성명을 내어 “특정 후보를 염두에 두고 유불리를 따지며 ‘위인설칙(爲人設則)’을 하고자 한 마음이 앞서지 않았는지 되돌아보라”고 운영위의 결정을 비판했다. 심재철 의원은 개인성명을 통해 “침몰하려는 당을 구해내자”고 주장했다.
수요모임과 국가발전전략연구회 소속 의원들은 오는 14일로 예정된 의원총회에서 혁신안의 재수정을 강력하게 요구할 방침이다. 그러나 박 대표 쪽은 “국민경선단은 어차피 당원이 참여해도 물리적인 통제나 구분이 어렵다”며 “이번 결정이 박 대표에게 유리하다고 보는 시각 자체가 불순하다”고 반박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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