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호남민심' 딜레마
"악재는 터지는데 뾰족한 방도는 없고..." 열린우리당이 `호남민심'을 놓고 속앓이를 하고 있다. 누구보다도 호남민심의 흐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16일 DJ정부 시절의 불법도청 수사를 정면 비판한 것을 계기로 DJ측과 현 여권이 사실상 결별수순에 접어든 듯한 흐름이 확연해지고 있는 까닭이다. 물론 우리당은 전직 국정원장을 구속처리한 검찰을 연일 공격하며 `DJ 끌어안기'에 온갖 공을 들이고 있지만 이미 악화될 대로 악화된 호남민심을 달래기엔 역부족이라는 얘기가 당 내부에서조차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호남의원들의 `자포자기'한 표정 속에서 여실히 읽혀진다. DJ가 현 정권을 공개리에 비판하면서 민주당과의 통합논의가 급속히 동력을 상실했을 뿐만 아니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신들의 지역내 입지약화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팽배한 듯한 분위기다. 주승용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큼에서 "계속 악재가 나오니까 정말로 난감하다"며 "민주당과 통합을 추진하려고 했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아쉬움을 표시한 뒤 "이번 사태의 파장이 창당초심 발언과 맞물려 호남민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윤근 의원은 "현 정권과 각을 세웠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DJ로서는 그 같은 비판발언이 당연한 일"이라며 "이번 수사는 국민의 정부에 대한 커다란 이미지 손상이 아니냐"라고 비판했다. 내년 지방선거 준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호남지역의 한 초선의원은 " 내년 정치 지망생들은 우리당에 있고 싶어하지 않는 분들이 많다"며 "차라리 무소속이 낫지, 우리당으로 과연 되겠느냐는 분위기가 많다"고 걱정했다. 또다른 호남의원은 "지방선거까지 시간은 많다"며 "문제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그러나 우리당 내에서는 분위기 반전을 모색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송영길 의원 등 당내 율사출신 의원들이 임동원, 신건 전 국정원장의 변론을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송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큼에서 "당내 율사출신 3∼4명과 접촉해 변호인단 참여 동의를 받은 상태이고 추가로 다른 의원들을 물색하고 있다"며 "18일중 두 전직원장을 만나 면담을 하고 변호활동 계획을 짤 예정"이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도 황급히 `지원사격'에 나서고 있다. 김영삼(.YS) 정권때의 `미림팀' 등 과거 불법도청 행위에 대한 진상규명이 병행돼야 한다며 필요한 입법지원에 나서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세균 임시의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정책의원총회에서 "우리당은 국가공권력에 의한 반인권적 범죄의 공소시효 연장 법안을 당론으로 발의해 놨다"며 "형평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법적.제도적 뒷받침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검찰의 독자판단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수사의 성격상 DJ측의 `상한 감정'을 달랠 수 있는 묘책을 찾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비관론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사태를 계기로 DJ측과 현 여권의 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얘기들이 여당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원내대표단에 속한 한 의원은 "수사중인 사건인데 우리가 뭘 어떻게 하겠느냐"라고 말했고, 또다른 기획통 의원은 "진실이 밝혀지는게 바로 치유책"이라며 "여권으로서는 이 문제에 관해 속수무책"이라고 털어놨다. 냄동 기자 rhd@yna.co.kr (서울=연합뉴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