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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18 10:59 수정 : 2005.11.18 10:59

당내 개혁진영 "원칙대로 처리" 주장

금융산업구조개선법(금산법) 개정을 둘러싼 열린우리당 내의 기류가 원칙론 쪽으로 선회하고 있는 조짐이다.

당초 원칙론과 현실론 사이에서 `절충지대'를 모색하던 당내 논의의 분위기가 원칙론 쪽으로 `클릭 이동'하고 있는 듯한 징후가 감지되고 있는 것.

금산법 논란의 핵심인 삼성 금융계열사의 `5%룰' 초과지분 처리해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기류가 단적으로 읽혀진다.

당초 우리당은 삼성생명과 삼성카드의 초과지분을 모두 강제처분하자는 박영선 의원안과 의결권만 제한하자는 정부 안을 절충한 형태의 청와대 안을 유력히 검토해왔다.

청와대 안이란 삼성카드의 초과지분은 강제매각하고 삼성생명의 초과지분은 의결권만 제한하는 분리대응안을 뜻한다.

그러나 이달초 국회에서 열린 금산법 개정 공청회를 거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당초 유력시되던 청와대의 분리대응안에서 박영선 의원안 쪽으로 논의의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는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특히 17일 열린 제3정조위원회 실무자 회의에서는 삼성생명과 삼성카드 모두 `5%룰'을 초과하는 지분은 예외없이 일정기간 내에 해소토록 하는 안이 `유력안'으로 검토됐다는 후문이다.

다만 박영선 의원이 주장한 `강제처분'이라는 용어 대신 `기준에 잇하도록 한다'는 표현을 써, 삼성 스스로 이를 해소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반드시 강제처분하지 않더라도 증자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길을 터준 셈이다.

물론 우리당은 청와대의 분리대응안도 계속 검토한다는 입장이지만 `방점'이 일괄해소안에 놓여져있다는게 정책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당초 정부가 제출한 원안은 입지가 크게 좁아진 듯한 분위기마저 나타난다.

우리당의 기류가 이처럼 바뀐데는 일단 시민단체와 경제계 일각에서 `삼성 봐주기'가 논란이 제기되는 것을 의식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동인은 당의 정체성 논란이 결정적이라는 분석이다.

10.26 재선거 참패 이후 당의 잡를 모색하고 있는 당 지도부로서는 위기탈출의 해법으로 `개혁 정체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내부의 여론이 커다란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금산법처럼 재벌개혁 문제와 직결된 사안을 당론화하는 과정에서 우리당이 마치 특정기업을 편드는 것처럼 오해를 사는 것은 가급적 피하려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정책위 핵심관계자는 "당론을 정하면서까지 재벌 봐주기라는 말을 들어서는 안되는 것 아니냐"며 "원칙대로 갈 수 밖에 없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특히 당내 개혁.진보를 표방하는 세력들이 `원칙대로 처리'를 주장하고 있는 점도 적잖은 압박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당내 재야파 모임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연)는 내주초 모임을 갖고 금산법에대한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다. 민평연 대표인 이호웅 의원은 "당의 정체성을 바로 세욱 원칙을 분명히하는 쪽의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개혁성향 모임인 신진보연대는 최근 성명을 내고 "소급입법을 운운하는 것은 재벌 눈치 보기"라며 "박영선 의원의 안대로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오는 21일 정책소의총과 25일 정책의총에서 과연 이 같은 원칙론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내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명분과 원칙만을 앞세워 국내 경제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삼성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론이 만만치 않고 대외적 신인도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정책이라는 것이 마녀사냥식으로 특정기업을 겨냥하는 쪽으로 가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현실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잘다. 또다른 경제통 의원은 "침묵하는 다수가 많다"고 말했다.

정부측 주장대로 소급입법 등 위헌논란의 시비가 여전한 것도 원칙론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에 따라 이번 금산법 개정을 놓고 해묵은 `실용 대 개혁' 논쟁이 재연되면서 당내 노선갈등이 다시 촉발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노효동 기자 rhd@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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