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직자들 "싸움은 이제 그만"
“소변인시대 열겠다”에 “오월동주의 심정” 댓글
강정구 교수 발언파문 이후 결빙국면을 보여온 여야관계에 모처럼 `훈풍'이 불고 있다.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고 상호 비난전에 골몰해온 여야의 `간판' 당직자들이지만 21일 한나라당의 당직개편을 계기로 "싸움은 이제 그만하자"며 서로 상생정치 복원을 다짐하는 모습이다.
이 같은 해빙기류는 양당의 `입'인 대변인끼리 주고 받은 필담에서 단적으로 묻어나고 있다.
한나라당 이계진 대변인이 21일 취임 일성으로 "소변인의 시대를 열겠다"면서 "정쟁을 가능하면 안하도록 하겠다"고 하자, 열린우리당 전병헌 대변인이 댓글을 달고 "오월동주의 심정"이라고 화답했다.
전 대변인은 댓글에서 "혼자만 웃는 것이 아니라 국민과 상대당도 함께 웃을 수 있는 정치문화를 만들자"고 `뼈있는' 말을 남기기는 했지만 시종 "품격 있고 신사적인 대변인 문화를 만들자" "적어도 상대의 감정에 상처 내는 강팍한 논전은 말자" "언제 밥이라도 함께 하자"는 등 화해 제스처로 일관했다.
전임 전여옥 대변인과 하루가 멀다하고 험한 `입씨름'을 주고 받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다.
경색 일변도였던 여야관계에 이처럼 `온기'가 돌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양당 `카운터파트'간의 인연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먼저 우리당 전 대변인과 한나라당 이 대변인은 고려대 선후배 사이다. 과거 이 대변인이 진행하던 모 TV 프로그램에 직접 출연한 인연도 있다는 후문이다.
양당 대표의 비서실장인 우리당 우상호 의장 비서실장과 유정복 대표 비서실장은 연세대 동문이다. 우리당 전대변인과 한나라당 유 비서실장은 학사장교 동기(1기)로 광주 보병학교 훈련장에서 구슬땀을 같이 흘렸다고 한다. 우리당 배기선 사무총장과 한나라당 최연희 사무총장은 지난 2000년 법사위에서 함께 활동한 인연이 있다. 배 총장은 2003년 `굿데이 신문'의 정가 칭찬릴레이 코너를 통해 최 총장을 추천한 적이 있다. 배 총장은 최 총장에 대해 "일을 맡겨놓으면 끝까지 가는 분"이라며 "정치적인 꾸밈이나 계산보다는 국민과 나라의 보탬이 되느냐를 신경쓰신다"고 칭찬했다. 양당의 공식 협상창구인 원내대표간에도 때마침 화해무드가 완연하다. 우리당 정세균, 한나라당 강재섭 원내대표는 21일 회담에서 쌀 비준동의안을 23일 본회의에 상정하기로 합의했고 소주세도 연내에 올리지 않기로 뜻을 모았다. 그렇지만 이 같은 해빙무드가 오래가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당장 새해 예산안 처리를 놓고 여야간 대결정국이 불가피하고, 불법도청 수사와 X파일 특별법.특검법 처리 등 `인화성'을 띤 현안들이 즐북다. 여야 모두 내부로부터 정체성 논란에 직면하고 있는 것도 여야관계를 긴장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관측이다. 그 때문인 지 여야 당직자들 모두 겉으론 "앞으로 잘 될 것"이라고 여야 관계에 낙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언제든지 경색국면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계감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 또한 읽혀지고 있다. 노효동 기자 rhd@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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