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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0.17 16:00 수정 : 2018.10.17 16:00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 정인선 코인데스크코리아 기자 ren@coindeskkorea.com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 인터뷰

대정부질문서 “ICO 허용” 역설
지난 1년 정부 규제는 예방주사
무분별한 투기 재현되지 않을 것

새로운 가능성 정부가 막아서야
11월 정무위 특위나 청문회 열 것
심층검토 뒤 법·가이드라인 촉구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 정인선 코인데스크코리아 기자 ren@coindeskkorea.com

미래에 개발될 블록체인 서비스에 대한 사용 권리(간혹 지분)를 약속하고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집하는 행위를 ICO(Initial Coin Offering·암호화폐공개)라고 한다. ICO에 참여한 투자자는 해당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코인(‘토큰’이라고도 불린다)을 받는다. 그 프로젝트가 애초 기대대로 성공을 거두면 코인 가격이 크게 올라 수익을 얻을 수 있고, 반대로 프로젝트 개발이 좌초되거나 처음’부터 사기를 치려고 작정한 세력이 추진한 ICO라면 투자금을 모두 날릴 수 있다.

좋은 사업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다수의 투자자들로부터 직접 큰 돈을 모을 수 있다는 점에서 혁신적인 투자금 모집 방법이라는 칭송을 받는가 하면, 아이디어를 담은 몇 장 짜리 문서(보통 ‘백서’라고 불린다)만으로 돈을 모으는 만큼 사기꾼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하기 쉽다는 우려를 낳기도 한다. 백서에서 약속한 내용이 구현되기도 전에 코인이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거래될 수 있기 때문에 해당 프로젝트의 기술력이나 사업실력과 무관하게 투기판이 벌어진다는 비난도 뒤따른다.

우리 정부는 일찍이 ICO를 사기, 투기, 도박이라는 틀로 규정하고 이를 금지했다. 새로운 기회에 도전하려는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은 당연히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바른미래당과 창조한국당 소속 일부 의원들이 이들의 반발을 등에 업고 ‘ICO 허용’을 주장하고 나섰다. 현 정부가 일자리, 부동산 등 경제 분야에서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야당들이 블록체인을 소재로 ‘혁신’이라는 이미지를 선점하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여당 소속 민병두 의원이 대정부질문을 통해 ICO를 허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당 중진 의원이 정부나 청와대와 다른 주장을 펴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다. 더구나 민 의원은 국회 정무위원장이다. 정무위원회는 ICO나 암호화폐 거래소와 관련된 법률이 만들어지려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관문이다. 민 의원의 발언을 예사롭게 넘길 수 없는 이유다. <코인데스크코리아>는 지난 13일 민병두 의원을 만나 ICO, 암호화폐, 블록체인에 대한 생각을 두루 들었다.

-ICO를 허용해야 하는 이유는?

지난 1년여 정부 규제에 긍정적인 면도 있다. 많은 거품이 사라지면서 '이거 함부로 뛰어들 시장이 아니다'라는 생각은 하게 된 것 같다. 큰 예방주사를 맞은 거다. 그래서 ICO와 거래소를 열어도 국민들이 함부로 뛰어들지는 않을 거라고 본다. 지금은 백신이 성공한 것으로 보고 열어 줄 필요가 있다. 최근에 관련 법을 만든 프랑스를 포함해 스위스, 몰타, 에스토니아, 싱가포르 등은 ICO를 제도의 틀 안에 두려고 한다. 다른 나라들이 ICO의 가능성에 시선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2년간 ICO 모금 규모가 벤처캐피털이나 엔젤투자로 모금한 것에 비해 훨씬 크다. 트렌드가 바뀌었다. 세계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블록체인 관련) 특허를 출원하고 새 비즈니스 모델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 단계를 뛰어넘는 새 코인이 등장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데 그 가능성을 막을 이유는 없다.

특히 중개자 없는 경제모델의 가능성을 생각하면서 상상력의 날개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퍼블릭 블록체인을 활용해서 누군가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데카콘 기업(100억 달러 이상)이 될 수 있다. 결국 중개자 없는 이 시장에서도 지배적 플랫폼이 등장할 텐데 우리가 그걸 놓치면 안 된다. 그런 가능성이 있는데 정부가 모든 것을 ‘사기다, 투기다, 자본세탁 가능성이 있다’며 막는 건 문제가 있다.

-국무조정실이 11월에 ICO에 대한 정부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여전히 ICO에 허용에 부정적이다.

국무조정실, 금융위원회와 당정 협의를 했는데 둘 다 부정적이다. 정부는 작년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규제 조치에 만족스러워하고 그것이 정부의 소임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정부가 (11월에) 다시 ICO 규제를 발표할지라도, 업계의 목소리를 광범위하게 듣고 확실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만약에 그로 인해서 우리나라 블록체인 산업이 발전하지 못한다면 정부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국회에 이미 발의된 블록체인 법안들이 있다.

박용진, 하태경, 정병국, 제윤경 의원 등이 법안 발의를 했다. 어떤 법안은 사실 ICO 금지법안에 가깝고, 어떤 법안은 진흥법안 일변도인 측면이 있다. 그만큼 이걸 보는 시각이 굉장히 다르다.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정기국회가 끝나면 의원들은 다 내년 총선을 생각해서 총선 현장으로 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이런 문제에 대해서 큰 관심이 없는 거다. 현장에서 하루가 급하다며 목이 타들어 가는데 국회가 외면하는 건 큰 문제다.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 정인선 코인데스크코리아 기자 ren@coindeskkorea.com

-정무위원장이 ‘ICO를 허용해야 한다’고 했으니 일단 정무위에서는 통과 가능성이 높아진 건가?

나는 의지가 강하다. (정무위) 다른 의원들도 의지와 전문 지식을 갖고 임했으면 한다. 주무위원회인 정무위원장이 목소리를 크게 내고, 또 최근 수십명의 의원들이 몇 차례 토론회를 통해 목소리를 냈으니 정부에겐 상당히 압박이 될 것이다. 금융위가 굉장히 부담스러워 한다고 한다. 정부는 법이나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데 굉장히 큰 부담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마치 암호자산을 인정하는 것처럼 비추어질까 걱정하는 것이다.

법을 만든다면 세세하게 규정하기보다 기본 성격, 임무, 감독 이렇게 크게 세 부분으로 하면 된다. 자산의 성격에 따라 어떻게 규제할 것이냐. 사기, 투기, 자금세탁 등 생기는 문제를 어떻게 단속할 것이냐. 거래소 안전성은 어떻게 담보하고 어떻게 규제할 것이냐. 백서는 어떻게 검증하게 할 것이냐. 애널리스트들이 정기보고서를 내게 할 것이냐. 감독 관청은 무엇을 할 것이냐. 이런 걸 규정하면 된다.

국회가 작년 이맘때쯤 블록체인 제정법 청문회를 하고 1년 동안 손을 놓고 있는 건 임무 방기다. 11월부터 정무위 차원의 블록체인 청문회나 특위를 열 예정이다. 여기서 법률, 금융, 소프트웨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으려고 한다. 법이나 가이드라인은 최소화된 형태여야겠지만, 검토는 전반적이고 심층적으로 해야 한다. 그렇게 국회가 하나의 의견을 모아서 법이든 가이드라인이든 정부에 촉구할 계획이다.

-정부에서 이 이슈의 키를 쥐고 있는 건 금융위와 청와대 아닌가?

현재는 (범정부 가상통화TF를 주관하는) 국무조정실이 컨트롤타워다. 청와대에서도 이 문제를 주시하는 분들이 일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결국 대통령의 결단 형식으로 가면 굉장히 좋을 텐데 쉽지는 않을 것 같다.

-비트코인의 탄생 배경은 2008년 금융위기였고, 블록체인의 철학적 배경은 탈중앙화다. 정부가 좋지 않게 보는 건 어떻게 보면 자연스럽지 않나? 손에 잡히

는 금융기관과 달리 블록체인이나 암호화폐는 관리가 어려울 수 있다.

(블록체인이) 금융감독을 피해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건 아니라고 보고, 탈중앙화나 탈중개화가 가져올 미래가 나쁘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어떤 정부는 그걸 굉장히 소극적으로 볼 수 있고 또 어떤 나라는 능동적으로 볼 수 있다. 근데 어느 정부가 블록체인을 적극적으로 육성해서 아마존이나 알리페이같이 세계적으로 지배적인 플랫폼이 만들어졌을 때, 소극적인 정부가 그걸 막을 수 있을까. 막지 못하면 결국 그들의 경제적 식민지가 되는 수 밖에 없다. 그 경쟁에서 낙후되지 않도록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

-제주도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블록체인 특구에 대한 의견은?

원희룡 제주지사가 찾아와 한 시간 이상 대화했고 다른 많은 지자체와도 접촉하고 있다. 제주도가 법률상 특구의 지위를 갖고 있어서 선도적으로 노력한 건 높이 평가한다. 그런데 제주는 법률, 금융 연결서비스 자원이 충분하지 않고, 프로젝트로 연결될 수 있는 부분도 적지 않은가 생각한다.

그리고 정부 당국은 특구 차원의 ICO 허용이 우리나라 전체를 열어주는 것과 똑같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정부가 가이드라인 혹은 법을 통과시킨 다음에, 특구가 거기에 맞춰서 발전 모델을 찾는 건 가능하겠지만 특구에 대해 예외적으로 (먼저) 열어주는 건 지금으로서는 생각하기 어렵다.

김병철 코인데스크코리아 기자 juan@coindesk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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