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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의원 20여명이 12일 사립학교법 강행처리에 항의해 국회의장실을 점거한 가운데, 한국교총 회장 출신인 이군현 의원(오른쪽 서 있는 이)이 사학법 통과에 대해 강한 불만을 밝히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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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일정 거부 의장실 점거농성·사학단체 집회 등 원회투쟁 “국가 정체성 몰 사안 아니다” 소장파 중심 내부 반대의견
사립학교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에 대한 한나라당의 반발 강도가 세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12일 주요 당직을 맡은 17명의 의원으로 ‘사학법 무효 투쟁 및 우리 아이 지키기 운동본부’(본부장 이규택 최고위원) 구성을 마치고, 곧장 의원 20여명이 김원기 국회의장실 점거농성을 벌였다. 또 사학단체가 여는 대규모 집회에 동참하고, 지역구 의원들을 통해 ‘시국 귀향보고회’를 열기로 하는 등 원외투쟁 방식도 구체적으로 밝혔다. 한나라당이 특정 현안에 이처럼 ‘올인’하는 것은 1년 전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이후 처음이다. 한나라당이 ‘사학법 반대 투쟁’에 힘을 쏟는 주된 이유로, 당 관계자들은 박근혜 대표의 강경한 태도와, 박 대표의 상황인식을 규정하는 ‘이념주의’를 꼽는다. 박 대표는 지난 9일 사학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 “사학법은 헌법에 규정된 우리 체제를 뒤흔드는 법안으로, 반미·친북 이념을 주입시키려는 것이 목적”이라며, ‘국가 정체성’의 문제로 규정하고 강력 투쟁을 선언했다. 그는 12일 의원총회에서도 “국가보안법이 우리 체제를 지키기 위한 투쟁이었다면, 사학법은 우리 미래와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라며 “한번 나섰으면 끝까지 확실히 해야 한다”고 의원들을 다잡았다. 서병수 정책위의장은 “박 대표 체제 들어 ‘모든 국회 일정 거부’를 선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사안의 ‘중대성’을 전했다. 한 의원은 “박 대표의 태도가 워낙 강해 반론을 제기하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열린우리당이 국회 본회의장을 미리 점거한 채 법안을 강행처리하는 등 ‘절차’적으로 한나라당을 자극한 점도 극렬하게 반발하는 명분이 되고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반발 밑바닥에는 사학재단 및 종교단체와의 관계를 의식한 ‘정치적 고려’가 자리잡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한나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사학들, 그 가운데서도 한국기독교총연맹 등 기독교와 가톨릭계, 불교계 등에 최대한 성의를 보이고, 그들과 보조를 맞춰갈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현실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의원은 “사학 및 종교 재단이라는 ‘호랑이’의 등 위에 올라탄 이상 쉽게 내려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당의 강공 몰이를 주도하는 의원들의 면면도 이런 분석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교육위원인 이군현 의원은 보수 성향의 한국교총 회장 출신이고, 김영숙 의원은 전국 초·중·고 교장회가 비례대표로 추천한 인물이다. 이강두 최고위원은 지난 9월 옛 상지대 재단 쪽의 ‘공권력에 의한 상지학원·상지대 강제탈취 진상조사 청원서’를 소개했다가 시민단체와 상지대 쪽으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은 바 있다.이런 강경 대응에 대해 당내 비판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원희룡 최고위원 등 소장파 의원들은 여당의 강행처리를 문제 삼으면서도 “국가 정체성 문제로 몰아갈 사안은 아니다”라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 사퇴 의사를 밝힌 강재섭 원내대표 또한 원외투쟁 방식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갖고 있으며, 사실상 박 대표에게 ‘공’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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