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4.16 21:25
수정 : 2019.04.16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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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 인천가족공원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일반인 희생자 5주기 추모식에서 헌화를 마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향해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항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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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대표 ‘혁신’ 가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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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 인천가족공원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일반인 희생자 5주기 추모식에서 헌화를 마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향해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항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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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세월호 참사 5주기에 나온 전·현직 국회의원들의 잇따른 막말로 곤욕을 치렀다. 황교안 대표가 발빠르게 사과하며 수습에 나섰지만, 유야무야되는 듯한 ‘5·18 망언 징계’ 약속과 돌발적으로 터져나오는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 요구에서 나타나듯, 당에 내재한 ‘극우 성향’을 제어하지 못할 경우 황 대표가 표방하는 ‘혁신’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황 대표는 16일 오전 인천가족공원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일반인 희생자 5주기 추모제에 참석해 “지난 정부에 몸담고 있었던 사람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유가족분들께 마음을 담아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황 대표는 세월호 참사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다. 논란을 빚은 차명진 전 의원(부천소사 당협위원장)과 정진석 의원의 세월호 관련 발언도 사과했다. 그는 추모제 직후 입장문을 내어 “세월호와 관련된 부적절하며 국민 정서에 어긋난 의견 표명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세월호 유가족과 국민들께 당 대표로서 진심 어린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차 전 의원은 15일 세월호 유족들을 향해 “징하게 해 처먹는다”, 정 의원은 16일 아침 “받은 메시지”라며 “그만 우려먹으라. 징글징글하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려 논란을 불렀다.
한국당은 이날 차 전 의원과 정 의원을 당 중앙윤리위에 회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표가 직접 사과하고, 징계 회부 결정도 공개하는 등 이례적으로 신속한 조처를 한 것은 당 관련자와 지지자들의 동조 행위가 이어지는 것을 막고 여론의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날 황교안 지도부의 핵심 의원들은 주변 의원들에게 ‘관련 발언을 삼가라는 대표의 지시가 있었다’는 메시지를 돌리는 등 물밑 진화에 나섰던 것으로 전해진다. 논란이 커지자 차 전 의원은 이날 “황 대표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세월호 사고 책임자로 고발당했다는 뉴스를 보고 흥분한 나머지 감정적 언어로 세월호 유가족을 비난했다”며 사과했고, 정 의원은 “세월호 유가족이 아니라 세월호 문제를 우려먹는 정치권을 겨냥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당내에선 일부 의원과 당원, 지지자들의 감정적 언행이 황 대표가 표방하는 혁신 행보에 두고두고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세월호 문제로 황 대표를 공격하는 여당의 행태에 분노가 큰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섣부르게 반응하면 우리 당을 고립시키려는 여당의 노림수에 말려드는 꼴이 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 문제와 5·18 망언자 징계 절차 등 국민 정서를 건드릴 수 있는 민감한 ‘뇌관’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이다. 실제 당내에선 5·18 망언자에 대해 동정론을 펴거나 이날로 구속기간이 만료된 박 전 대통령의 석방을 공개 요구하는 등 ‘태극기 세력’과 손을 잡으려는 움직임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친박계’인 홍문종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박 전 대통령의 석방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보수 우파의 통합을 원한다면 박 대통령 무죄 석방을 외치는 국민들의 절규에 동참해 달라”고 당 지도부를 압박했다.
일단 당내에선 “5월이 되기 전 5·18 발언 징계 문제부터 마무리짓자”는 의견이 다수다. 당직을 맡고 있는 의원들을 중심으로 징계 수위에 대해 여론 수렴 작업을 진행 중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당 관계자는 “세월호 발언에 대한 사과로 급한 불은 껐다. 국민의 보편 정서를 고려하면 5·18 발언에 단호한 징계가 불가피하겠지만, 아직 출범 초기인 황교안 지도부로선 핵심 지지층의 정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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