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등원거부속 ‘병행투쟁론’ 솔솔

열린우리당이 21일 국회 과기정위 전체회의를 소집하는 등 `반쪽국회' 강행을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은 사학법 원천무효 조치 없이는 절대 등원할 수 없다는 강경입장을 재확인했다.

한나라당은 특히 "염치없다" "적반하장이다" 등등의 표현을 써가며 우리당의 일방적 국회운영 태도를 강도높게 비난했다.

강재섭 원내대표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사학법을 원천무효화하거나 재개정 등 원천무효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타협은 없다"면서 "지금은 등원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등원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강 원내대표는 또 "지금 우리가 이러고 있는데 여당이 타협할 생각은 안하고 참 염치없다"면서 "우리가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는 상임위는 사회를 보지 말고 다른 상임위는 절대 참석하지 말 것을 의원들에게 특별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이규택 당 사학법무효화투쟁본부장도 "우리가 어차피 루비콘강을 건넜는데 다시 건너려면 어떤 결과물, 명분이 필요하다"면서 "사학법 원천무효를 위해 끝까지 싸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강경기조 속에서도 당 원로들을 중심으로 원내외 병행투쟁론, 국회 본회의 저지, 등원후 국회의장 사회 거부 등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조만간 강경일변도의 투쟁방향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덕룡 전 원내대표는 전날 비공개로 열린 사학법투쟁 확대회의에서 "장외투쟁 일변도가 장기적으로는 투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만큼 단선보다는 병행투쟁도 필요하다고 본다"며 원내외 병행투쟁론을 제안했다. 이 제안에 대해 이상득 의원도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당 핵심 관계자는 "강경투쟁을 해야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지만 투쟁방향과 관련해서는 병행투쟁론을 비롯해 국회 본회의를 끝까지 저지시키는 방안, 일단 등원한 뒤 국회의장 사회를 거부하는 방안 등 다양한 제안이 나오고 있다"면서 "현재 의견을 조율하고 있으며, 조만간 큰 가닥이 잡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향후 투쟁방향에 일정정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당 일각에서는 노무현 대통령과 종교계 지도자들의 23일 면담이 향후 투쟁방향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한편 노 대통령과 종교계 지도자들의 면담에 대해서는 가시적인 결과나 타협을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가 우세했다.

유정복 대표 비서실장은 "설득을 할지, 설명하는 선에서 그칠지, 아니면 오히려 반격을 당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면서 "기본적으로 교계는 다른 집단하고 다르기 때문에 쉽게 설득당하고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인성 기자 [e-mail]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