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하늘의 명령 거역말라”, 한나라 “원외투쟁 계속한다”
사립학교법을 둘러싼 여야의 대치국면에 ‘호남 폭설’이라는 돌출변수가 얹어졌다. 여권은 22일 청와대까지 나서, “민생 현안을 다루자”며 한나라당의 국회 복귀를 압박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원외투쟁 강행 의지에 흔들림이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다만, 정부에 폭설 피해 대책을 촉구하는 등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이 묻어났다. 청와대 “한나라, 그만 하라”=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날 청와대 상황점검회의에서 “제1야당인 한나라당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며 “폭설 피해 대책 뿐 아니라 내년도 예산안과 부동산 관련 법안 등 민생 현안이 쌓여 있는데도, 여론에 밀리고 명분도 없는 고질적인 색깔론을 들고 나와 장외투쟁으로 국회를 파행시키는 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한나라당은 그동안 입만 열면 민생 우선을 외치지 않았느냐”며 “이렇게 직무유기를 해도 되는 것인지, 국민의 인내를 시험하겠다는 것으로 밖에는 이해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나라당이 금강산 관광 지원 예산을 피해 복구비로 전용하자고 주장한 것에 대해 “기가 막힌다”고 쏘아 붙였다. 열린우리당도 ‘압박’ 강도를 높였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한나라당의 불참 속에 국회 행정자치위원회를 연 데 이어, 오는 27일에는 국회 재정경제위원회를 소집해 ‘8·31 부동산 종합대책’ 후속 입법인 종합부동산세법 등을 처리하기로 했다. 정세균 의장은 “한나라당이 계속 등원을 거부하면 다른 대책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원혜영 정책위의장은 “한나라당은 하늘의 명령을 거역하지 말라”며, 폭설을 등원의 계기로 삼을 것을 주문했다. 국회 농림해양수산위 소속인 조일현 열린우리당 의원과 이정일 민주당 의원,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 등은 이날 한나라당 소속인 이상배 위원장의 협조 거부로 상임위 전체회의가 무산되자 기자회견을 열어 “한나라당은 국회로 들어와 폭설 대책을 논의하라”고 촉구했다. 한나라, ‘투쟁 계속, 하지만…’=한나라당은 여권의 등원 압박을 “적반하장”이라고 받아쳤다. 이계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청와대 비서실장이 나서 야당에 충고하는 등 정치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볼썽사납고 본분을 벗어난 일”이라며 “대통령이 사학법을 날치기 처리한 배후라는 지적도 있는 마당에 이해할 수 없는 적반하장격 발언”이라고 주장했다. 박근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폭설 피해에 대해 특별히 언급하지 않은 채, 사학법 투쟁에 관해 발언을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는 “사학법 문제를 해결하는 최선의 방법은 대통령이 날치기 사학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라며, 23일로 예정된 인천 집회 강행을 재확인했다. 한 당직자는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 시한인 31일 이전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 한 당의 태도에 별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폭설 피해 속에서 원외투쟁을 계속하는 것을 놓고 서로 의견을 타진하는 등 ‘부담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원외에서의 ‘말치레’만으로는 그동안의 ‘호남 끌어안기’ 노력이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이날 국회 농해수위 진행에 당이 협조하지 않은 것을 놓고도 한 의원은 “잘못된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인천 집회를 앞두고 23일 오전 열리는 의원총회에서 소장파 등 일부 의원들이 폭설 등의 ‘환경 변화’를 이유로 원외투쟁 일변도의 당 대응 방향에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한나라당은 이날 호남폭설피해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정부에 호남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할 것을 촉구했다. 황준범 이지은 기자 jaybee@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