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6.24 05:00
수정 : 2019.06.24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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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방지법 시행령 반대 시민의견서 제출 기자회견’이 2016년 5월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려 활동가들이 시민들이 적어서 보낸 ‘테러방지법 시행령 반대’ 문구를 들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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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방지법 시행령 반대 시민의견서 제출 기자회견’이 2016년 5월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려 활동가들이 시민들이 적어서 보낸 ‘테러방지법 시행령 반대’ 문구를 들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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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이 테러방지법 조항을 활용해 출입국 정보 3천여건 등을 수집한 것으로 드러났다. 테러방지법은 국정원이 ‘테러위험인물’로 판단한 사람의 출입국·금융거래·통신정보·개인정보·위치정보 등을 광범위하게 수집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법 제정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이 필리버스터까지 해가며 결사반대했던 법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집권당이 된 뒤 테러방지법 개정과 관련해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 국정원, 테러위험인물 출입국 정보 등 3214건 들여다봐
23일 <한겨레>가 입수한 국정원 테러방지법 활용 현황 자료를 보면, 국정원은 2016년 3월 테러방지법이 제정된 뒤부터 지난달 24일까지 이 법 제9조를 활용해 모두 3214건의 정보를 수집했다.
이 조항은 국정원이 테러위험인물의 출입국·금융거래·통신정보·개인정보·위치정보 등을 수집할 수 있는 절차 등을 규정하고 있다. 특히 9조 4항은 ‘대테러활동에 필요한 정보나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대테러조사 및 테러위험인물에 대한 추적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조항에 근거해 특정인에 대해 ‘위치 추적’을 한 것도 61건이었다.
테러방지법은 국정원의 감청 권한도 확대했다. 기존 통신비밀보호법은 ‘국가안전보장에 상당한 위험이 예상되는 경우’에만 국정원이 감청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테러방지법으로 통신비밀보호법 해당 조항에 ‘대테러활동에 필요한 경우’가 감청 사유로 추가됐다. 국정원이 이 조항을 활용해 감청을 한 것도 23건에 이르렀다. 국정원은 “감청 대상은 모두 외국인이었다”며 “외국인에 대한 감청은 법원 허가 없이 대통령의 서면 승인만 있으면 된다”고 했다.
■ 국정원 자의적 운용 가능
정보 조회 건수가 조회한 사람의 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3000여건을 조회한 점으로 미뤄 국정원의 감시 대상이 된 인원의 수도 상당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문제는 테러방지법이 테러위험인물의 개념만 정의하고 있을 뿐, 어떤 절차를 거쳐 특정 인물을 테러위험인물로 지정하는지 등은 규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국정원이 어떤 인물을, 어떤 이유로 테러위험인물로 봤는지를 다른 기관에서는 원천적으로 파악할 수 없다는 뜻이다. 법 제정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도 이런 점을 크게 우려해 당시 원내대표였던 이종걸 의원은 본회의에서 수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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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016년 3월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 직권상정 저지를 위한 필리버스터 마지막 토론자로 나서 발언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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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민주당은 여당이 된 뒤 테러방지법 개정과 관련해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국회엔 윤종오 전 민중당 의원과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테러방지법 폐지안과 개정안이 한 건씩 올라와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국정원 개혁을 위해 대공수사권과 국내정보 파트 폐지 등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테러방지법은 상대적으로 작은 이슈라 관심이 덜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김효선 간사는 “국정원의 국내정보 수집 금지, 대공수사권 폐지 등이 이뤄진다고 해도, 국정원이 자의적으로 테러방지법을 악용할 소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며 “민주당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법 폐지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법령과 지침에 따라 심사위 심사 절차를 거쳐 테러위험인물로 지정하고 있기 때문에 내국인 사찰에 악용될 가능성은 없다. 현재까지 내국인이 지정된 경우는 없다”는 입장이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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