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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한나라당 의원들이 12일째 이어 온 국회의장실 점거농성을 풀기에 앞서 김원기 국회의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행사를 열기 위해 펼침막을 설치하고 있다. 이종찬 기자 r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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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황 교수 사건등에 별 관심 못얻어도 인천집회 강행 “노 대통령 거부권 행사해야 끝낸다” 당내 이견 진압
한나라당의 사립학교법 무효화 원외투쟁이 세밑까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길거리로 나선 지 열하루째인 23일, 한나라당은 폭설 피해와 황우석 교수 사건에 여론의 눈길이 쏠린 ‘악조건’속에서도 인천시청 앞에서 5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집회를 강행했다. 박근혜 대표는 이날 집회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종교계 지도자의 간담회를 두고 “사학법을 처리한 뒤 의기양양하다가 국민의 반대 여론이 높아지자 종교 지도자들을 만나고 시행령을 고치겠다고 한다”며 “이는 사학법 개정이 잘못됐다고 시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이어 “노 대통령은 사학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고 국회 재의를 요청해야 한다”며 “그것만이 잘못을 고칠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은 27일(대구), 28일(대전), 29일(서울) 집회도 계획하고 있으며, 26일부터는 투쟁의 정당성을 알리는 신문광고도 싣기로 하는 등 ‘장기전’을 예고하고 있다. 당직을 맡은 한 의원은 “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 한 끝까지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내에서 이런 흐름에 ‘제동’을 거는 목소리는 쏙 들어가버렸다. 무엇보다 박근혜 대표의 ‘서슬’이 워낙 시퍼런 탓이다. 원외투쟁 초반에 “색깔론으로 몰고 가는 것은 옳지 않다”며 이견을 보였던 소장파 의원들은, “당내 분란으로 비칠 경우 정부·여당과 언론에 이용당할 수 있다”며 비판을 자제하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김덕룡·이상배 의원 등이 원내활동과 원외투쟁을 함께 하는 ‘병행 투쟁론’을 꺼내기도 했으나, 강경론에 밀린 뒤 자취를 감춰버렸다. 이른바 당내 ‘비주류’로 박 대표와 각을 세워온 권철현·이재오·홍준표·김문수 의원 등 3선 중진들은 내년 5월 지방선거 준비에 뛰어든 이후 지도부 비판에 입을 다문 지 오래다. 당 관계자는 “박 대표가 사학법 투쟁에 정치생명을 걸다시피 하고 있어서 누구라도 딴소리를 내기가 매우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호남 폭설 이후 투쟁 동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한나라당이 이날 국회의장실 점거농성을 푼 것도 그런 사례다. 한 의원은 “박 대표가 폭설 피해 지역을 방문해 직접 보고 나면 원외투쟁에 대한 생각을 바꾸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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