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2.23 20:27
수정 : 2005.12.23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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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정치부 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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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4시10분, 국회 본청 2층 국회의장실 집무실의 ‘닫힌’ 문이 열렸다. 그리고 ‘주인’인 김원기 국회의장을 맞았다. 개정 사립학교법안 국회 통과에 항의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교대로 밤샘 점거농성에 들어간 지 12일 만이다.
한나라당의 이규택 ‘사학법 무효투쟁 및 우리아이 지키기 운동본부’ 본부장은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 “오늘 인천 집회와 27일 대구 집회에 집중하려 의장실 농성을 풀기로 했습니다. 사실 의장은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죽은 의장실에 더 있어 봐야 마치 시체실에서 농성하는 기분이라 …”며 농성투쟁 중단을 선언했다. 김 의장을 ‘주검’으로 규정하면서까지, 애써 승리감도 고취시켰다.
하지만 그의 발표는 ‘퇴각 선언’에 가까워 보였다. 20명 안팎씩 농성을 하기로 했지만, 의원들의 참가율은 60%를 넘지 못했다. 밤을 새는 의원들은 더 적어서, 한 보좌관은 “실제 밤을 샌 의원은 보통 5명 남짓”이라고 했다. 늘 나오는 의원과 늘 빠지는 의원들의 ‘양극화’로 불만은 쌓여갔다.
지난 19일에는 임인배 의원이 국회의장 비서실 여직원에게 욕설을 퍼붓는 사건이 벌어졌고, 의장실 안에서의 음주와 흡연 사실도 드러났다. 이후 농성은 급격히 힘을 잃었다. 농성은 그 뒤로 4일을 버티다가 막을 내렸다.
당내 강경파인 송영선 의원은 의총장에서 “이게 뭐냐, 점거를 했으면 의장 모가지를 틀어쥐든지, 끝을 봐야지”라며 “맨날 하는 사람만 하고 …, 나 앞으로 안 해!”라며 소리를 질렀다. 또다른 한 의원은 조용히 한탄했다. “상처는 많고, 남은 것은 없고 ….”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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