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2.25 18:15
수정 : 2005.12.26 01:08
한나라, 등원 계속 거부… 여당, 28일 본회의 요청
사립학교법안 처리에 반발하며 국회 일정을 거부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원외투쟁이 장기화하면서 새해 예산안이 회계연도 개시일인 1월1일을 넘기는 사상 초유의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25일 “늦어도 28일까지는 예산안을 처리해야 한다”며 한나라당의 등원을 촉구했으나, 한나라당은 등원을 거부한 채 원외투쟁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분명히했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이날 전남 영광의 폭설 피해 지역을 방문한 자리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사학법 개정안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든지, 재의를 요청할 때까지 투쟁한다고 이미 말한 바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끝까지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재섭 원내대표도 지난 23일 “국회의장이 사회를 볼 기미가 보일 때는 언제든지 본회의장을 점거할 것”이라고 말해 예산안 통과를 저지할 것임을 밝혔다.
한나라당이 28∼30일로 잡힌 국회 본회의를 물리적으로 막으면 내년 예산안 연내 처리가 불가능해지면서 1960년 국회 해산에 대비해 만든 제도인 ‘준예산’을 편성하는 초유의 일이 발생하게 된다. 한나라당이 원외에 머물며 본회의 진행을 막지 않더라도, 여당이 제1 야당의 협조 없이 예산안을 단독으로 처리하는 것 역시 전례가 없는 일이다.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예산안 처리가 정부 수립 이후 45년 동안 한 차례도 해를 넘긴 경우가 없다”며 “다른 정치적 쟁점과 분리해 늦어도 28일까지는 예산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 의장은 “한나라당이 계속 등원을 거부할 경우, 한나라당 없이도 국회 의사일정을 진행할 것”이라며, 김원기 국회의장에게 28일부터 30일까지 사흘동안 예산안 처리 등을 위한 국회 본회의 소집을 요청했다.
황준범 이지은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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