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2.25 20:08
수정 : 2005.12.25 20:08
하위법 규정 없어 혼란 불가피
폭설 피해 복구 지원등 불가능
내년 예산안이 올해말까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정부는 헌법 규정에 따라 ‘준예산’을 편성해 집행하게 된다. 하지만 헌정 사상 준예산을 편성한 적이 없고, 관련 규정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내년 예산 집행에 일대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행 헌법 제 54조 3항은 예산안이 회계연도 개시 전에 의결되지 않으면 △공무원의 봉급 등 기본 경비 △법률에 의해 설치된 기관 유지비 △계속 사업비 등에 국한해 전년도 예산에 준하여 예산을 지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른바 ‘준예산’ 제도이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항목의 예산을 어떻게 집행해야 되는지에 대해 명문화된 하위법 규정이 없다. 이를 구체화해줘야할 예산회계법에는 예산안이 의결되지 못하면 헌법 54조 3항에의 규정에 의거해 예산을 집행하도록 규정돼 있다. 하위법이 헌법에 구체적인 절차 규정을 다시 떠넘긴 것으로, 준예산에 대한 입법 미비인 셈이다.
이런 상태에서 준예산을 집행하게 되면, 최소한의 국가 기능 유지 외에는 사실상 정상적인 국가로서의 기능을 할 수 없게 된다. 기획예산처는 준예산을 편성하게 되면, 헌법이나 법률에 의해 설치된 기관이나 시설 유지 이외의 모든 사업에 대한 경비 지출이 중단된다고 밝혔다. 또, 최근의 호남지역 폭설 피해에 대한 예산 집행이 늦어질 뿐 아니라 아동·장애인시설같은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지원 등 각종 사업 추진이 불가능하게 된다.
이와 함께 예산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모든 중앙부처 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와 산하기관도 내년 예산안을 확정하지 못해 전반적인 예산 집행 일정이 늦춰지게 된다. 이는 반복적인 추경 편성으로 이어지고, 부실 집행에 따른 예산 낭비를 불러온다.
변양균 기획예산처 장관은 “지난 1960년 헌법 개정 때 도입된 준예산 제도는 내각책임제 아래서 국회가 해산될 경우를 상정한 것으로 그 실체가 거의 없다”며 “정상적인 예산 집행을 위해서는 늦어도 28일까지는 예산안이 의결돼야한다”고 말했다.
정석구 선임기자
twin8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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