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안 대신 해임촉구결의안 수용 검토
열린우리당은 29일 자진사퇴를 거부하고 있는 허준영 경찰청장에 대한 압박을 강화했다. 전날 당 지도부가 사퇴의 불가피성을 공개적으로 표명한데 이어 이날에는 구체적인 사퇴유도 계획까지 흘러나왔다. 당의 고위당직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민주노동당이 경찰청장에 대한 탄핵안을 요구하는 대신 스스로 해임촉구결의안을 제출한다면, 우리당 의원 상당수가 서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집권여당이 경찰청장에 대한 해임촉구결의안을 주도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정치적 부담을 고려해 야당의 움직임에 동조하는 모양새를 취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당에 허 청장에 대한 탄핵안 제출을 요구하고 있는 민노당에 대한 `역제안'인 셈이다. 이 당직자는 탄핵안 대신 해임촉구결의안을 제안한 이유에 대해 "탄핵안은 법리적 논쟁이 수반되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부담스럽다"고 설명했다. 탄핵안은 재적의원 3분의 1의 발의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을 요건으로 하기 때문에 법률적 요건도 일반 법률안보다 까다롭고, 국회를 통과시킨다 하더라도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거쳐야 한다. 허 청장의 사퇴불가 입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경찰에 대한 압박도 시작됐다.검경수사권 조정 문제를 다루고 있는 한 의원은 "경찰청장이 정치권으로부터 외면당해 사실상 `식물청장'이 됐다"며 "이런 상태에선 검경수사권든 뭐든 경찰측 의견을 반영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당이 허 청장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게 된 데에는 청와대와의 교감뿐 아니라 원내전략상 필요성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우리당이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차질없이 새해 예산안과 이라크파병연장동의안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허 청장의 파면을 예산안 처리와 연계한 민노당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고일환 기자 koman@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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