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청 갈등 고조…‘당 분화 신호탄’ 관측도
결국 노무현 대통령은 `유시민 카드'를 선택했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적지않은 의원들이 "그가 보건복지부 장관에 임명된다면 심각한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청와대를 향해 수없이 경고 메시지를 보냈지만, 노 대통령은 눈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오히려 당초 5일 당 지도부와의 간담회에서 의견을 조율한 뒤 최종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던 예상을 깨고 4일 전격적으로 유 의원 내정을 발표했다. 허를 찌른 셈이다. 세력에 밀려 자신의 뜻을 포기하지 않는 노 대통령의 스타일이 유감없이 발휘된 것이다. 청와대측은 `식견이 탁월하고 매우 개혁적이고 창의적인 재선의원'을 임명하는데 대한 당의 반발은 "대통령의 고유영역인 각료임명권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김완기 인사수석은 "대통령께서 심사숙고해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당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지만, 그 때문에 물러 설 수는 없었다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은 예상대로 격앙됐다. "뒤통수를 때린 것", "함께 당을 할 수 없을것 같다"는 강경 반응이 다수였지만, 당내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인사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온건론과 "적임자를 임명한 것"이라는 적극적 옹호론자도 꽤 있었다. 이른바 친노세력과 비노세력이 이번 `유시민 입각'을 통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 보이는 양상이다. 유시민 입각 파문은 일차적으로 당과 청와대간 심각한 갈등 양상으로 치달을 공산이 커 보인다. 물론, 청와대는 5일 당 지도부와의 만찬 간담회를 예정대로 진행하고 유 의원 입각 문제에 대해 당을 설득할 것임을 밝히고 있다. 과거 `대연정 파동' 때와 마찬가지로 노 대통령이 `진정성'을 갖고 설득한다면 당이 수긍할 것이라는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당의 반발에는 다분히 감정적 요소가 섞여 있고, 그 매듭을 이성적으로 풀어 나간다면 해결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2.18 전대와 5월 지방선거라는 빅 이벤트가 예정돼 있는 정치일정을 감안할 때 유 의원 문제가 심각한 사태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내부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당이 이 같은 청와대측의 기대에 부응할지는 미지수다. 일단 산자부 장관 입각이 발표된 정세균 의장의 사퇴가 기정사실화됐고, 원내대표도 공석이어서 당을 이끌 지도부가 공백 상태다. 청와대와 교감할 창구가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의원들의 개별적인 반발은 도를 더해 갈 가능성이 크다.역설적으로 이 때문에 일정기간 반발과 설득, 그리고 냉각기를 거친 후 표면적인 갈등은 자연스럽게 봉합되는 국면도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전당대회가 최대 변수다. 정동영(.DY) 전 통일 장관계와 김근태(.GT) 전 복지 장관계의 치열한 맞대결이 예상되는 전대에서 당.청 관계는 핫 이슈가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번 사태로 인한 DY계와 친노측의 갈등, 친노진영 내부의 분화, 그리고 GT계의 `정동영 고립전략'이 맞물리면서 때이르긴 하지만 노 대통령과의 선긋기가 일부 당권주자를 중심으로 제기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노 대통령의 집권 4년차를 맞아 노 대통령과 당간에 구심력보다 원심력이 강하게 작용하는 쪽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 친노 세력과 비노 세력의 치열한 대결은 불가피하다. 지방선거를 전후해 여권발 정계개편이 현실화될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는 이유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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