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1.06 11:08
수정 : 2006.01.06 11:08
고진화 "박대표 백합서 잡초된 듯"
주류측 "자기들만 잘났나 성숙해져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사학법 이념투쟁을 `병'으로 치부한 원희룡 최고위원의 발언 파문이 6일 여전히 당내 분위기를 뒤숭숭하게 만들고 있다.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진 전날 원 최고위원이 `진노한' 박 대표를 찾아가 `표현의 부적절함'을 사과하면서 사태가 봉합되는 듯 보였지만, 실상은 인식의 차이와 감정의 앙금을 깨끗이 정리하지 못한 채 갈등의 불씨를 남겼기 때문이다.
원 최고위원은 이날도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대변인실 브리핑이 일방적으로 왜곡됐다"며 "당론으로 장외투쟁을 결정한 것을 부인하지 않지만 소수의견으로 (이념ㆍ장외투쟁이 잘못됐다는) 내 견해를 유지하는 것이고, 문제가 있으면 징계하라고 했다"는 입장을 지도부에 전달했음을 재확인했다.
그는 "(내가) 이념적 편견이 있다거나 열린우리당 대변인 등의 딱지를 붙여 집단 왕따시키는 것은 집단주의가 아닌가"라며 "사학법 투쟁은 다양한 견해가 수렴됐기보다 일방적 반발속에서 극단적 방법론까지 가 버렸다"고 지도부를 재차 비판했다.
그는 또 SBS라디오 `진중권의 SBS전망대'에 출연, 박 대표를 겨냥해 "당 대표의 견해와 다르다고 침묵을 강요한다면, 당내 의견도 못받아들이면서 어떻게 다양한 국민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있느냐"고 `쓴 소리'를 했다.
수요모임을 중심으로 한 당내 소장파들도 원 최고위원의 표현은 잘못됐지만 견해 자체는 잘못되지 않았다는 반응을 대체로 보였다.
고진화 의원은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김인영입니다'에서 "원 의원의 발언은 당의 어떤 상황에 대한 자기 진단"이라며 " 사학법과 별 연관없는 전교조나 전교조의 이념을 문제삼아 전면화시키니까 시대착오적 논쟁 등을 종결하자고 한 의미"라고 원 최고위원을 옹호했다.
그는 박 대표에 대해 "이런 충언을 수용하는 넉넉한 자세가 필요하다"면서 "박 대표는 참신한 이미지가 있었으나 최근 소장파들이 보기엔 백합같던 박 대표의 이미지가 잡초로 변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있다"고 고언했고, 지도부에 대해서도 "`박비어천가'를 불러서 될 일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수요모임 대표인 박형준 의원도 "원 최고위원의 표현이 과한 측면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그 간의 소신을 말한 것이므로 당내에서 그 정도 비판은 허용돼야 한다"며 "당내 이견에 대해 취하는 태도가 전체주의적 정당 같은 모습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문제는 언제든 다시 재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같은 문제 제기에 대해 박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역시 반감을 내비치고 있어 지도부와 소장파간 충돌이 재연될 가능성도 없지않아 보인다.
박 대표의 핵심 측근은 원 최고위원의 왜곡 브리핑 주장에 대해 "이해가 안된다. 자신도 다 동의한 내용으로 안다"고 말했지만, "더 이상 문제를 삼지 않으려 한다"며 논란 확산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 핵심 당직자는 원 최고위원에 대해 "자신만이 정치의 중심에 있고 나머지는 생각이 없는 사람으로 아는데, 이것 또한 병"이라며 "성숙한 모습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한편 소장파와 함께 `비주류'의 양대 축을 이루는 `국가발전전략연구회'의 핵심 의원은 "원 최고위원이 방법이 잘못됐다고 지적했으면 모르지만 표현을 그렇게 한 것은 심했다"며 중립적 입장을 견지했다.
이승우 김경희 기자
lesli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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