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1.06 19:25
수정 : 2006.01.06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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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오른쪽)과 원혜영 정책위의장(가운데)이 6일 서울 영등포동 당사에서 새 임시의장을 뽑기 위한 비상집행위원 및 시도당위원장 연석회의를 마친 뒤, 임시의장으로 추대된 유재건 비상집행위원(왼쪽)에게 자리를 권하고 있다. 이종찬 기자 r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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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의장 추대로 갈등 일단 물밑 잠복
서명파 공개토론 세 불려…재선 그룹도 회동
열린우리당은 6일 유재건 비상집행위원을 2·18 전당대회 때까지 당을 이끌 임시의장으로 추대했다. 이에 따라 ‘1·2 개각’으로 불거진 당-청 갈등은 일단 잠복기에 접어들었지만, 유감 성명을 발표한 ‘서명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청 관계 재정립 요구도 커지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집행위와 시·도당위원장 연석회의를 열어, 비상집행위원 가운데 나이가 가장 많은 유 의원을 당 의장으로 추대했다. 연석회의는 유재건·한명숙·김혁규 의원 등 3명을 놓고 과반수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투표를 계속 하는 방식으로 3차례 투표를 벌인 끝에 유 의원을 의장으로 뽑았다. 이로써 열린우리당은 창당 2년2개월 만에 정동영-신기남-이부영-임채정-문희상-정세균 의장에 이어 7번째 당 의장을 뽑았다. 3선인 유 의장은 당내 보수 성향 의원들의 모임인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모임’(안개모) 회장을 맡고 있다.
한편, 18명의 서명파 의원들은 이날 모임을 열어, 오는 9일 ‘당-청 관계와 당 혁신’을 주제로 공개 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이 토론회 제안에는 김태홍·송영길·김교흥·박찬석·양형일·오제세·주승용 의원 등 7명이 가세해 제안자가 25명으로 늘었다. 임종석·오영식 의원 등 재선 그룹 의원 6명도 이날 모임을 열어 당·정·청 시스템과 당내 상황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전당대회 출마를 위해 이날 비상집행위원을 사퇴한 김영춘·조배숙 의원은 2·18 전당대회에서 당-청 관계 재정립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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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군 견제와 균형 정계 재편 장기적 포석
유시민 입각 정치적 의미는
‘1·2 개각’을 둘러싼 파문이 진정되는 분위기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 내부의 거센 반발을 무릅쓰면서까지 유시민 의원을 입각시킨 배경을 놓고는 설왕설래가 여전하다. 청와대 쪽의 설명과 달리 당에선 정치지형 재편을 노린 포석이라거나, 대선후보의 다각화 시도라고 분석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대선후보 다각화 시도= 청와대는 “한 정파의 대표인 사람을 지도자로 키워야 한다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유 의원의 입각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유 의원을 장관으로 내정한 데는 ‘대선주자 수업’이라는 성격이 있다는 점을 굳이 부인하지 않은 것이다.
유 의원도 지난해 “흥행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경선에 나설 생각이 있다”며, 오는 2007년 당내 대선후보 경선전에 뛰어들 수 있음을 내비친 적이 있다. 당내의 상당수 의원들도 “가게에 상품이 많을수록 좋은 게 아니냐”라며 “경선 흥행을 위해선 대선후보의 숫자를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얘기한다.
핵심 당직을 맡고 있는 한 의원은 6일 “이번 파문이 결과적으로 유 의원을 잠재적인 대선 예비후로로 각인시킨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다만, 자생력에 의하지 않은 ‘관제후보’라는 낙인이 찍힐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노 대통령이 정동영 전 장관과 김근태 의원 등 앞서가는 유력 주자들을 견제하면서 ‘이해찬-유시민 라인’으로 제3의 대선 후보군을 짜겠다는 구상을 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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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가 6일 오후 대한항공 1250편으로 김포공항에 도착한 뒤 차를 타고 어디론가 이동하고 있다. 인터넷신문 <코리아포커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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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재편 포석= 유 의원의 입각 자체를 곧바로 정계개편과 연결시키기는 어렵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지난해 연정론과 선거구제 개편을 주장했고, 다당제를 언급하는 등 정치지형 재편에 꾸준한 관심을 보였다. 유 의원 역시 지난해 독일식비례대표제를 주장하며 ‘정치지형의 창조적 파괴’를 역설한 바 있다. 이 연장선에서 노 대통령이 탈당을 결행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주도적으로 새판짜기를 도모하기엔 힘이 빠졌다는 반론이 우세해 보인다. 노 대통령은 의욕적으로 밀어붙였던 연정론이 무력화된 뼈아픈 경험이 있다. 또 각종 정책을 추진해나가려면 144석에 이르는 여당의 의석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처지다. 한 초선 의원은 “노 대통령이 유 의원 입각을 통해 당장 정계개편을 시도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당내 ‘친노세력’을 결집하고 지방선거와 개헌 등 장기적인 정치일정에 대비하려는 포석일 수는 있다”고 분석했다.
정국구상 돌파용= 물론, 청와대 쪽은 이런 종류의 정치공학적 해석에 손사래를 내젓는다. 노 대통령이 기존의 정치관행이나 셈법에 기대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이런 접근법으론 판을 잘못 읽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청와대 쪽은 ‘유 의원의 추진력에 대한 대통령의 신뢰’로 설명한다. 노 대통령이 양극화 해소를 위한 재정·세제·연금 개혁 등의 난제들을 해결하는 데 유 의원의 돌파력과 충성이 유효할 것이라고 평가했다는 분석이다. 오는 17일로 예정된 노 대통령의 새해 정국구상과 유 의원의 입각이 연관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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