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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열린우리당 상임고문이 11일 서울 영등포동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18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이종찬 기자 r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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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 4·15 총선처럼 지방선거 승리” 대중성 높지만 불분명한 ‘콘텐츠’ 고민
‘어게인(Again) 4·15.’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11일 2·18 전당대회를 향해 공식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동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모토로 “4·15여, 다시 한번”을 제시했다. 정 전 장관은 “(2004년 4·15 총선 당시) 1위 탈환의 소중한 경험을 살려 반드시 지지율 1위를 재탈환해 5·31 지방선거에서 꼭 승리하겠다”고 밝혔다. 그에게 4·15 총선은 정치적으로 ‘화려한 빛’이다. 고작 47명의 의원을 이끌고, 그는 과반 여당이라는 성과를 이뤄냈다. 정 장관 쪽 관계자는 “1월11일은 2년전 열린우리당 첫 전당대회에서 당의장으로 선출된 날”이라며 “일부러 이 날을 잡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예고와는 달리, 정 전 장관은 크게 달라보이지 않았다. 이날 회견에서 “주식회사 열린우리당을 명실상부한 우량기업으로 만들겠다”는 약속은 있었지만, 우량기업으로 가는 분명한 의제나 화두가 없었다. 민주당과의 통합이나 개헌 문제 등 민감한 내용은 에둘러 피해가는 신중한 모습도 그대로였다. 정동영 캠프 관계자는 이를 “의도된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사표를 제출한 뒤, 전국을 돌며 분위기를 띄워가는 김근태 의원과는 정반대로 그는 산사에서 묵상에 빠지는 것을 선택했다. 서서히 분위기를 몰아가겠다는 것이다. 정 전 장관은 강점이 많다. 무엇보다 탄탄한 대중성이 무기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플러스의 임상렬 대표는 “당의장으로나 통일부 장관으로나 리더십은 무리가 없었고, 정치입문 경력에 비해 주변을 구성하는 인력도 풍부한 편”이라고 평가했다. 당내의 세도 든든하다. 당장 이날 저녁 그를 지지하는 의원 수십명이 광화문의 한 식당에 모여 필승을 기원했다. 여러 차례의 내부 여론조사에서도 줄곧 1위를 차지했다. 그렇지만 고민 또한 깊다. 한 참모는 “지난 2004년에는 속도전으로 중세 유럽을 제패했던 몽골기병처럼 정치판을 휩쓸겠다는 ‘몽골기병론’으로 젊고, 순발력있는 후보의 이미지를 분명히 할 수 있었다”며 “지금은 그것을 대체할 이미지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콘텐츠, 즉 정책과 노선 역시 불분명하다는 평가가 많다. 박성민 민컨설팅 대표는 “대통령이 되기에는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자기다움’이 별로 강렬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당 의장이 된다손쳐도 5월 지방선거의 전망이 희망적이지 않다. 당 지지도는 한나라당에 훨씬 뒤쳐져 있고, 지난 4·15 총선 때의 탄핵처럼 선거판 전체를 좌지우지할 외부 ‘호재’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이런 악조건 탓에 그는, 의장 당선이 “독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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