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1.12 21:10
수정 : 2006.01.13 00:02
“당직 도맡은 쪽에 지지도 하락 책임” “당권파 지적은 전 당의장들 모독” 반발
열린우리당의 2·18 전당대회를 앞두고, 선두주자인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과 김근태 의원이 정면으로 부딪치기 시작했다. 당 안팎의 예상보다 훨씬 빨리 불붙었다.
김 의원은 12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지난 2년간 그(정동영 전 장관쪽) 흐름과 계열에 있는 분들이 주요 당직을 도맡다시피 했다”며 “그런데 당 지지도 하락의 책임이 없다고 하면 결국 국민과 당원이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정 전 장관에게 직격탄을 쐈다. 김 의원은 한 신문과의 11일치 인터뷰에서도 “정 전 장관이 의장이 되는 건 화장만 고치는 것이지만, 김근태가 되면 제품이 바뀌는 것”이라고 말했다. 의외의 ‘도발적’인 자세다.
김 의원의 이런 기세는 ‘개혁의 깃발을 들고 바람을 일으킨다’는 전략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 쪽은 구호도 ‘해야 할 개혁은 한다’로 정했다고 한다. 김근태계로 통하는 한 초선의원은 “우리가 비판하는 것은 ‘정동영’ 개인이 아니라 애매모호한 태도로 좌고우면하다 개혁의 기회를 놓친 당을 전면적으로 바꾸자는 것”이라며 “당 노선을 개혁으로 바로잡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전 장관 쪽은 일단 무시하는 태도로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내심 불편해하는 기류다. 정 전 장관은 12일 <문화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김 의원의 공격에 대한 질문을 받고 “큰틀에서 아름다운 경쟁으로 전당대회를 마무리 하자는 데 이의가 없다”며 “김 의원께서 어떤 발언을 하시든 그 틀 안에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권파’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단호하다. 정 전 장관은 11일 기자회견에서 “(특정 계파를) 당권파라고 하는 건 그간 당의장을 해온 분들에 대한 모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내에선 두 사람의 이런 대결구도를 2001년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의 ‘이인제-노무현’ 대립구도로 견주는 시선이 적지 않다. 당시 노무현 후보는 초반에 상대적으로 앞서고 있던 이인제 후보 쪽을 계속 비난하는 ‘네거티브 전략’을 썼다. 이인제 후보 쪽은 나중에 지지도가 뒤집어지자 맞대응을 자제했던 것을 아쉬워했다는 게 당시 상황을 지켜본 이들의 공통된 얘기다.
이런 탓인지 정 전 장관 쪽에서도 ‘주전파’와 ‘주화파’가 대립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아직은 신중론을 펴는 이들의 목소리가 크다”며 “당시 ‘대세론’을 앞세우던 이인제 후보와 지금의 정 전 장관은 처지가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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