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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1.30 20:59 수정 : 2006.01.30 20:59

원내대표 합의 `막전막후'

열린우리당 김한길, 한나라당 이재오 원내대표가 30일 북한산 `산행회담'을 통해 국회 정상화라는 결실을 끌어냄에 따라 50여일간의 정국 파행상태가 일단락되게 됐다.

여야가 이날 전격적인 합의에 이르게 된 것은 사학법 교착 정국이 계속될 경우 직면할 모두의 부담이 적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당으로서는 국회 장기공전에 대한 부담이, 한나라당은 사학법 장기투쟁에 따른 국민적 여론이나 민심의 부담이 그동안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일단 이번 합의를 토대로 여당은 한나라당이 요구하던 재개정 약속 없이 국회를 정상화시키는 수확을, 한나라당은 재개정 합의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일점일획도 고칠 수 없다"던 여당에서 사학법 재개정을 논의할 수 있다는 대답을 얻어내는 수확을 얻었다.

이때문에 이번 산상회담을 통해 여야가 모두 얻을 것을 얻은 `윈-윈 합의'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여당은 당장 사학법 재개정 논의 합의에 따른 당내 역풍에 직면할 위기에 놓여 있고, "재개정 없이는 절대 등원이 없다"던 한나라당도 아무런 담보 없이 등원하는데 따른 위험 부담을 질 수밖에 없게 됐다.

여야가 국회 정상화에 합의했지만 사학법 개정 전망이 밝지 않은 것도 국회 정상화 후 또 다른 격돌을 예고하고 있는 점이다. 현재로서는 여야가 핵심조항인 개방형 이사제 존폐 문제를 두고 쉽사리 물러설 것이라는 전망은 거의 없다.

한편 이날 여야간 합의는 사전 조율됐다기 보다 `협상 주역'인 두 원내대표간 즉석 합의에 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더욱 `드라마틱'해 보인다.


설 연휴 마지막날인 이날 오전 북한산성 입구에서 만난 양당 원내대표는 3시간 가량의 산행 내내 끊임없이 대화를 이어갔고, 이따금 손을 맞잡고 서로 끌어주며 산을 오르는 등 친밀감과 여야 관계 복원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양당 원내대표는 목적지인 대동문 성루에서 기자들은 물론 측근들까지 멀리 떨어뜨려 놓은 채 약 45분간 회담을 하면서 사실상 합의안을 결정했다고 한다.

전날까지 양당간 사전 조율 없이 회담에 임했지만 두 원내대표 모두 회담 전부터 국회 정상화의 `대의'에 공감해왔고, 산행 과정에서 이를 재확인한 만큼 전격 합의에 이를 수 있었다는 게 양측의 설명이다.

물론 "사전조율은 없었다"는 양측 주장이 어디까지 사실인지는 알기 어렵지만 어쨌든 당 지도부로부터 상당한 권한을 위임받고 산에 오른 두 원내대표가 합의안의 많은 부분을 최종 결정했다는 점을 현재로선 부인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재오 원내대표는 산행에 앞서 박근혜 대표에게 합의 내용에 미리 언질을 줬고, 하산길에 합의 내용을 추후 보고하면서 `승락'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두 원내대표는 사학법 재개정 논의와 국회 정상화가 골자인 4개항의 합의문을 전격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짧게 받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

이 원내대표는 `사학법 재개정은 논의만 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복잡한 내막이 있어 모두 말할 수 없다"고 답한 반면, 김 원내대표는 "(합의 과정에서) 특별한 내막이 있다고 보지 말아달라"고 밝혀 묘한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두 원내대표는 추어탕 집에서 원내 수석부대표들이 최종 합의문을 다듬는 동안 `여야 관계 복원'의 중요성을 한 목소리로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김 원내대표는 "여야 관계를 풀어갈 때 입법부로서 동질성을 앞세우는 게 맞다"며 "앞으로 여야 관계를 풀어가면서 이 원내대표와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여야 원내대표가 호흡을 잘 맞춰 존중.배려하고 정치의 새로운 문화 패턴을 만들려 한다"며 "김 원내대표에게 오늘 좋은 것을 많이 배웠고 앞으로도 국회 운영을 잘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가 "오늘 산행에서 누구 하나 미끄러지면 끝이라는 심정으로 손을 잡고 갔다왔다"고 하자, 이 원내대표는 "내가 넘어질 뻔 했는데 김 원내대표가 손을 잡아줘서 안 다쳤다"고 화답했다.

이승우 기자 lesli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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