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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2.01 20:12 수정 : 2006.02.01 20:12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합의의 문제점과 대응방안’이라는 주제로 1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오른쪽)이 박정은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팀장(왼쪽)의 발언을 듣고 있다. 이종찬 기자 rhee@hani.co.kr

최재천의원 “상호방위조약 위배 알고도 속여”
회의록 공개하며 ‘이종석 인사 청문회’ 별러
외교부 “사전협의 필요” NSC “지금은 불필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한-미간 합의를 앞두고,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외교통상부가 이견을 보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은 1일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합의의 문제점과 대응방향’ 토론회에서, 지난해 12월29일 열린 국가안보회의 상임위원회 회의자료를 공개한 뒤 이렇게 밝혔다. 최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쟁점은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인정이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부합하는 것인지 △주한미군의 이동과 관련해 사전협의 등 통제장치를 둘 것인지 등 크게 두 가지를 놓고 논란이 벌어졌던 것으로 나온다.

당시 회의에서 당시 국가안보회의 사무차장이던 이종석 통일부 장관 내정자는 “미국이 침략을 받지 않은 경우에 주한미군을 한반도 이외지역으로 이동시키는 것은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어긋난다고 볼 수 있다”며 “이와 관련해 외교통상부 조약국은 한-미 합의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 사무차장은 “따라서 (외교부 조약국은) 한-미 상호방위조약 ‘정신’으로만 하기 보다는 ‘문자와 정신’으로 엄격히 하는 것이 더 낫다고 했다”며 “그러나 현실적 여건을 고려해 절충한 것이 현재의 ‘사전협의’ 조항”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최 의원은 “정부 스스로 전략적 유연성을 인정해주는 게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벗어나는 행위일 수 있다는 점을 알고도, ‘정치적·정책적 성격의 선언’이라고 주장한 것은 국민을 기만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와 통일부 등은 대체로 “납득이 가지 않는 주장”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 내정자가 당시 외교부 조약국 등의 입장을 설명한 뒤, 자신은 현실적 여건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것이다.

또 외교부쪽이 ‘통제장치’ 마련을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일본의 경우처럼 ‘사전협의’ 조항을 넣는 것이 최선이 아니라는 게 엔에스시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일본의 경우, 주일미군의 이동에 대해 사전협의하도록 명시했지만 오히려 이동을 보장해주는 장치로 변질됐다는 것이다.

이날 일부 내용이 공개된 당시 회의록에서도 이런 고민과 논의 과정이 깔려있다. 당시 엔에스시 상임위 회의에선 ‘전략적 유연성’ 협상과 관련해 △조약 형식의 각서교환 △‘사전협의’ 조항이 없는 공동성명 △‘사전협의’ 조항이 있는 공동성명 등 모두 3개의 협상안을 두고 논의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조약 형식의 각서 교환은 한-미 상호방위조약 범위를 벗어나며, 국회 동의 절차 등 공론화 과정에서 한-미 동맹 전반에 대한 논란으로 번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폐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의에서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정치적 성격의 선언이지만 통제 절차를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사전협의 조항이 있는 공동성명을 주장했다. 반면, 이종석 사무차장은 “우리 쪽이 제시한 3개 기본개념 가운데 ‘전략적 유연성’과 ‘동북아 분쟁 불개입’에 대해서는 미국 쪽과 합의를 보았으나, 사전협의는 미결상황이어서 향후 상황 도래시 논의하자는 입장”이라며, ‘사전협의’ 조항 없는 공동성명을 주장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우리 정부는 미국과의 전략 대화에 임하면서 ‘전략적 유연성의 필요성을 존중한다’(1항)는 조항과 ‘한국의 입장을 존중한다’(2항)는 조항을 넣는 방향으로 협상했는데, 미국이 1항만 요구하고 2항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사전협의를 한다’는 3항까지 포함하는 절충안을 제시하려고 했다”며 “그러나 미국이 2항을 수용했기 때문에 3항을 굳이 넣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3항은 오히려 주한미군이 자유롭게 나갈 수 있는 길을 터줄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 내용이 들어가는 것을 차선으로 생각했다”며, ‘사전협의’ 조항이 필요한 것으로 보는 최재천 의원과 정반대의 입장을 취했다.

반면, 최 의원은 “국회 차원에서 전략적 유연성 합의에 대한 반대 결의안을 내는 한편, 용산기지 이전 협정 등 한-미 군사·외교 전반에 대한 청문회 개최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하는 등 논란을 이어갈 것임을 예고했다.

이런 논란에서 어느 쪽이 옳은지와는 별개로, 이번 문제제기는 여권 안에서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오는 6일 이종석 통일부 장관 내정자에 대한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여당 내부에서 이 내정자의 문제점을 제기한 것을 두고 ‘제2의 1·2 개각 파문’을 예고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이미 이 내정자에 대해선, 한나라당과 일부 언론이 ‘사상’과 ‘자질’을 문제삼고 있다.

정인환 이용인 기자 inhwan@hani.co.kr

‘유연성’ 관련 NSC 회의록

〈지난해 12월19일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의 ‘전략적 유연성’ 협의와 관련된 논의 내용〉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외교부는 ‘제3안:공동성명Ⅱ’ 입장임. 정치적 성격의 선언이지만 통제 절차를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봄.

이종석 국가안보회의 사무차장=우리 쪽이 제시한 3개 기본개념 중 ‘①전략적 유연성’과 ‘②동북아 분쟁 불개입’에 대해서는 미국 쪽과 합의를 보았으나, 셋째(‘③사전협의’)는 미결 상황임. 우리 쪽은 ③과 관련해 향후 상황 도래시 논의하자는 입장임. 따라서 가능하다면 ‘제2안:공동성명Ⅰ’로 가는 것이 바람직함.

권진호 안보보좌관=‘제2안:공동성명Ⅰ’로 합의되어도 미국 쪽의 입장을 고려해 볼 때 큰 성과로 볼 수 있음. 우리 쪽 기본개념 ①, ②가 함축적 의미를 담고 있으므로 굳이 새로운 내용을 추가할 필요는 없음.

……〈‘외교적 민감성을 염려’해 중간 생략〉……

조영택 국무조정실장=전략적 유연성 인정이 한-미 상호방위조약의 정신에 부합하는 것인지?

이종석 국가안보회의 사무차장=미국이 침략을 받지 않은 경우에 주한미군을 한반도 이외 지역으로 이동시키는 것은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어긋난다고 볼 수 있음. 이와 관련, 외교부 조약국은 한-미 합의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고 함. 따라서 한-미 상호방위조약 ‘정신’으로만 하기 보다는 ‘문자와 정신’으로 엄격히 하는 것이 더 낫다고 함. 그러나 현실적 여건을 고려해서 절충한 것이 현재의 ③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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