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2.02 17:30
수정 : 2006.02.02 17:30
열린우리당 2.18 전당대회 진출 후보 8명을 선출하기 위해 2일 실시된 예비경선 결과는 당내 계파간 세력구도 및 합종연횡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당내 최대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정동영 후보는 이날 경선에서 총득표 기준으로 406표를 획득해 1위를 찧했고, 재야파를 이끌고 있는 김근태 후보는 325표로 2위에 올랐다.
예비선거를 앞두고 각 후보측에서 실시한 대다수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가 정 후보에게 3~4% 포인트라는 근소한 차로 뒤졌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예상보다 큰 표차가 발생한 셈이다. 이 같은 결과가 나온 원인은 예비경선 유권자의 성격 때문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이날 예비경선에는 국회의원 144명과 중앙위원 40명, 시.도당 선출직 상무위원 259명, 여성 상무위원 49명 등 모두 492명에게 투표권이 부여됐다. 특히 선출직 상무위원들은 지역구 의원들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당내 계파간 세력구도가 예비경선 결과에 그대로 반영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간당원 2천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김 후보가 1천481표를 얻어 정 후보(1천627표)와 단 146표 차이를 보인 것도 이날 경선과 여론조사간 괴리를 반증하고 있다. 이 때문에 김 후보측에서는 "조직력이 약해 예선에서 패배했지만, 여론조사에서는 2.3%포인트밖에 뒤지지 않았다"며 "본선에서는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근태 후보측의 심정적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 김두관 후보가 여유있게 3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간발의 차이로 3위에 올라선데 대해서도 각종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김두관 후보는 예비경선에서 164표를 획득해 179표를 얻은 김혁규 후보에게 뒤졌지만, 여론조사에서 선전해 3위가 됐다.
일각에서는 김근태 후보와 경쟁관계에 있는 정동영 후보측이 배제투표를 시도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하고 있다. 정 후보측이 자파 유권자들에게 `정동영-김혁규-임종석' 순으로 투표 방향을 제시한 것 같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김혁규 후보는 총득표 기준으로 김두관 후보에게 단 2표 뒤지는 4위를 차지했고, 임종석 후보도 4위에 비해 한참 뒤떨어진 5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불과 29표차로 김두관 후보를 추격하는데 성공했다.
김두관 후보가 고전한 것은 유시민 의원이 주도하고 있는 참정연의 공식후보로 나섰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참정연은 전대 대의원의 10% 가량을 차지하기 때문에 참정연의 지지를 받는 것이 본선 득표에는 상당히 유리하지만, 국회의원 사이에서 유시민 의원에 대한 반감이 뚜렷하기 때문에 예비경선에서는 오히려 불리하다는 것이다.
임 후보가 예상외로 선전한 것은 민주당과의 통합론을 주장하면서 계획대로 호남표를 얻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임 후보는 호남지역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염동연 의원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40대 재선그룹 가운데 이종걸 후보가 탈락한 것은 역시 당내 기반과 세력 구도에 비춰보면 크게 이상할 것이 없다는 분석이 많다. 이 후보는 정동영 후보와 가까운 관계이지만, 짝짓기 표를 얻는데 실패했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또한 경기도를 지역구로 삼고 있기 때문에 당내 대다수를 차지하는 영.호남표를 얻는데도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또한 이 후보는 부동표의 향방을 좌우하는 5분 연설에서도 경쟁자들에 비해 분명한 메시지를 주는데 실패했다는 지적도 있다.
당초 탈락후보로 분류됐던 김영춘 후보는 서울시당위원장을 지내면서 구축한 당내 기반과 부산 출신이라는 점이 영남표를 얻는데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투표 직전 실시된 각 후보들의 연설 등 현장 분위기도 투표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동영 후보가 예상보다 큰 표 차이로 1위를 차지한 것은 `신 몽골기병론'을 앞세운 열정적인 연설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정 후보의 격정적인 연설 직후 연단에 오른 김근태 후보는 지금까지의 이미지 변신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 의장의 활기찬 모습과 대비돼 보일 수밖에 없었다.
이와함께 전대협 의장 출신의 임종석 후보가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통합론을 호소력있게 피력한 것이나, 김혁규 후보가 유머가 돋보이는 연설로 유권자들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한 것도 `현장 연설'의 위력이었다.
koman@yna.co.kr 고일환 기자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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