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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환 경찰청 감사관이 15일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 사돈인 배아무개씨의 음주운전 및 은폐 의혹 논란과 관련해 감찰 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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봐주기 수사·부실감찰…3년간 은폐
경찰, 사건 재조사키로…승진·돈 요구한 임 경사 징계
청와대 개입 여부 의혹…야당 “국감서 진상 밝혀야” 노무현 대통령 사돈 배아무개(61)씨의 음주 교통사고가 3년여 은폐됐으며, 이 과정에 경찰의 봐주기, 이를 약점잡아 승진과 돈을 요구한 한 경찰관의 부적절한 처신, 청와대와 경찰의 부실한 감찰조사와 대통령 사돈 비호 등 심각한 부실과 부정이 작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은 15일 이 사건에 대한 감찰 조사 결과를 국회 행정자치위에 보고하면서 “2003년 4월24일 배씨가 낸 사고는 음주 교통사고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음주사고 은폐 과정=경찰청 감사관실의 조사 결과를 보면, 배씨는 이날 저녁 7시10분께 경남 김해시 진례면 신월리 용전마을 입구에서 아들의 승용차를 몰다 임아무개(42) 경사의 차 앞 범퍼를 들이받고 파출소로 연행됐다. 배씨는 음주측정을 거부한 뒤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의 대통령 사돈 담당인 김아무개 경정에게 전화했다. 이어 김해경찰서 정보과 직원들이 진례파출소로 사고 내용을 묻는 전화를 했고, 파출소 직원은 배씨를 풀어 줬다. 당시 배씨는 초등학교 교장 이아무개씨와 저녁을 먹으면서 반주로 소주 두 잔 정도를 마신 상태였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파출소 직원들은 배씨가 대통령 사돈이라는 점 때문에 부담을 느꼈고, 임 경사가 ‘아버지 친구 분’이라며 사고 처리를 원하지 않는다고 해 음주사고를 묵인했다”고 밝혔다. 당시 김해경찰서 정보과 서아무개 과장은 소식을 접하고 급히 파출소로 찾아가기도 했다. 배씨는 그 해 6월 임 경사와 합의하는 게 좋겠다는 민정수석실 김 경정 등의 조언을 받고 진례파출소장인 천아무개 경사한테 부탁해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받아냈다. 하지만 임 경사는 2004년 9월까지 양아무개 김해경찰서장과 오아무개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행정관 등을 만나 사건 무마를 미끼로 승진과 보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임 경사가 청와대에 두차례 낸 진정에 대해 감찰조사를 한 경남경찰청은 지난해 3월 “음주운전 증거가 없고, 사고 접수 경찰관들이 상사나 외부로부터 이와 관련한 문의나 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진술한다”며 조사를 마무리했다. 경찰청은 사고조사와 감찰조사 모두 부실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음주 교통사고를 단순 교통사고로 처리한 경찰관들과 지휘간부들에게 계고 및 인사조처를 하고, 품위를 손상한 임 경사를 징계하기로 했다. 또 경남경찰청의 부실한 감사에 대해 관련자들을 징계하는 한편, 배씨의 교통사고를 재조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도로교통법의 처벌 기준(혈중 알코올농도 0.05%)에 해당하는 상태에서 운전을 했는지 입증하기는 어렵지만, 배씨가 음주측정을 거부한 것에 대해 처벌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여전한 의혹들=이번 조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야당이 진상이 철저하게 밝혀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나서, 파장은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유기준 의원(한나라당)은 “경찰 간부가 배씨를 귀가조처할 것을 종용하고 임 경사한테 합의를 요구했다”며 “국정감사 등을 통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이 사건을 발생 당시부터 알고 있었고 임 경사를 직접 접촉했는데도 음주 교통사고가 은폐됐다는 점도 의혹으로 남는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당일에는 경찰에 사고 내용 파악을 요청한 것이고, 2004년 9월에는 임 경사를 만났는데 황당한 내용이어서 경찰청에 진정사건을 넘겼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찰청의 이번 감찰조사 때까지 배씨가 음주 사실을 청와대에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배씨가 대통령한테 누가 될까봐” 음주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보고에서 당시 경남경찰청장이던 이택순 경찰청장이 그 해 6월13일 김해경찰서를 순시하는 과정에서 배씨가 단순 교통사고를 냈다는 구두보고를 받았다는 종전 설명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청와대까지 나선 사안에 대해 관할 지방경찰청장이 한참 뒤에야 진상과 다른 내용의 구두보고만 받았다는 것이 사실인지에 대한 의구심은 가시지 않고 있다. 이본영 김의겸 성연철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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