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2.15 19:55
수정 : 2006.02.15 22:17
조기숙 청와대 홍보수석 고별사
여당서도 사퇴 표적 후임에 이백만씨 내정
뭇사람의 입길에 오르내렸던 조기숙 청와대 홍보수석이 15일 ‘고별사’를 돌렸다. 청와대에서 일한 지 꼭 1년 만이다.
조 수석은 고별사에서 “일부 언론과 엘리트 집단에 대해 온몸을 던져 항거했다”고 스스로 표현했듯이, 비타협적 태도로 일관해 왔다. 그래서 많이 깨지기도 하고 상처도 입었다.
청와대 안에서도 “노무현 대통령을 대신해 매를 맞아주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 조 수석은 불 속으로 뛰어들었다”고 그의 헌신성을 높이 평가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조 수석의 유연성 없는 노선 때문에 대통령의 부정적 인상만 강화시켰다”는 비판적 평가가 있다.
여당 안에서도 조 수석을 둘러싼 논란과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열린우리당이 두 차례의 재·보선에서 패배할 당시 당에선 ‘청와대 참모진 교체’니, ‘청와대 인적 쇄신’이니 하는 요구들이 쏟아졌고, 그때마다 조 수석에게 눈길이 쏠렸다. 지난해 말부터는 ‘청와대 홍보라인 교체’라는 요구로 구체화되더니, 2·18 전당대회 국면이 시작된 이후엔 김영춘 후보가 “대통령과 국민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게 홍보수석의 역할인데 오히려 더 멀게 만들었다”며 조 수석을 거명해 사퇴를 촉구하기에 이르렀다.
이를 두고 조 수석은 “청와대 사람들조차 일부 언론을 통해 저를 접하다 보니 왜곡, 오보, 거짓말이 실체적 모습을 압도했다”고 서운함을 표현했다. 상처 입은 조 수석은 이미 지난해 12월 말 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언론이 문제가 있는 것이지 조 수석의 잘못이 아니다”라며 받아들이지 않다가, 조 수석이 ‘어머니’의 처지에서 미국 유학 중인 두 아들의 진학 문제를 꺼내자 “보내자니 아깝고 붙잡자니 미안하다”며 뜻을 꺾었다는 후문이다.
조 수석은 곧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로 복직해 가족이 있는 미국에서 6개월 가량 안식년을 보낸 뒤, 가을 학기에 강단에 복귀할 것으로 전해졌다.
조 수석의 후임에는 이백만 국정홍보처 차장이 사실상 내정된 상태이며, 청와대는 16일 인사추천회의를 열어 이 차장을 홍보수석으로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 수석은 고별사에서 “무엇보다 청와대 안과 밖을 가로막고 있는 거대한 벽에 작은 구멍을 뚫고 소통을 위한 파이프 하나라도 연결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떠나면 청와대는 물론이고 나라가 조용해질 것 같아 한편으론 매우 기쁘다”고 자신의 처지를 희화화하면서, “저를 비판하는 데 많은 지면을 할애하던 일부 언론은 그 지면을 무엇으로 메울지 걱정이 된다. 총량불변의 법칙에 따라 제가 언론에 얻어맞는 동안 다른 분들은 좀 편안하셨을텐데 제가 떠남에 따라 성가시게 생겼다”고 뼈있는 인사말로 끝을 맺었다. 김의겸 임석규 기자
kyummy@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