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2.22 22:23
수정 : 2006.02.22 22:23
한국외교 ‘대미편향’ 에 문제의식…386 참모들에 ‘배후이론가’ 노릇
청와대가 22일, 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이 1일 공개한 ‘국가안전보장회의 문건’의 유출자라고 발표한 의전비서관실 이아무개(50) 행정관은 독특한 성향의 외교관료다.
1988년 외시 22기로 외교관 생활을 시작한 그는 지난 대선 때 노무현 대통령이 민주당 경선 후보로 나선 초기부터 실무 공무원으로는 이례적으로 노 후보를 공개지지하며 적극적 지원 의사를 밝혔다. 학생운동을 하지 않은 그는, 외교관 생활을 하며 ‘한국외교의 대미편향’이 심각하다고 판단해, 시민운동단체 활동에도 적극 참여해왔다고 한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외교통일안보 분과에서 일하기도 했다.
이런 사정으로 그는 학생운동 경험이 있는 청와대 안 국정상황실·민정수석실 등의 ‘386참모’들과 두터운 교분을 쌓아, 외교안보 분야에 관한 한 이들의 ‘실무에 밝은 이론가’ 노릇을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참여정부 들어 외교통상부 조약국에서 일하며 조약과장까지 했다. 윤영관 외교부 장관 경질사태로까지 번진 ‘북미국-조약국 갈등’의 핵심 인물이기도 하다. 당시 조약국은 ‘사상 최악의 협정’으로 평가받은 1990년 용산미군기지 이전 협상을 “전면 백지화하거나 근본적 재검토”해야 하고, 당시 진행중이던 새로운 용산기지이전 협상 결과도 “국민에게 막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만큼 국회 비준을 받아야 한다”는 논리로 대미 협상창구였던 북미국을 맹공했다. 전략적 유연성 등과 관련한 최근의 문건 폭로도 이런 문제의식의 연장선에 있다는 게 중평이다. 이 논쟁 구도를 보수언론에서는 ‘자주파 대 동맹파’의 갈등이라고 불러왔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 행정관 등의 문제제기가 정권 초기엔 외교안보라인의 오랜 대미 편향 사고방식을 교정하는 데 기여했지만, 최근의 무차별 문건 폭로는 ‘현실을 무시한 교조’라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있다”고 평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 행정관도 잘못이 있지만, 최 의원의 신중치 못한 문건 폭로가 결과적으로 쓸만한 외교관 한명을 죽인 셈”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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