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3.01 19:00
수정 : 2006.03.01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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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7돌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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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 3·1절 기념사서 개헌추진 등 비판
“우리 역사도 바로잡아야” 과거사 정리 언급
노무현 대통령은 1일 삼일절 87돌 기념사에서 “일본이 ‘보통국가’, 나아가서는 ‘세계의 지도적인 국가’가 되려고 한다면 법을 바꾸고 군비를 강화할 것이 아니라 먼저 인류의 양심과 도리에 맞게 행동해 국제사회의 신뢰를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 1년 동안 신사참배와 역사교과서 왜곡, 그리고 독도 문제까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며 “우리 국민들 입장에서는 아직도 일본이 침략과 지배의 역사를 정당화하고 또다시 패권의 길로 나아갈지 모른다는 의구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사참배는 전쟁 반대의 결의를 다지기 위한 것이고 개인의 문제로서 다른 나라가 간섭할 일이 아니라고 한다”고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강행 논리를 소개한 뒤, “그러나 국가적 지도자가 하는 말과 행동의 의미는 당사자 스스로의 해명이 아니라 그 행위가 갖는 객관적 성격에 의해 평가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우리는 거듭 사과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과에 합당한 실천을 요구하는 것이고, 사과를 뒤집는 행동을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변국이 갖고 있는 의혹은 근거가 없다’고만 말할 것이 아니라 의심을 살 우려가 있는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며 “이미 독일과 같이 세계 여러 나라가 실천하고 있는 선례가 그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과거사 정리 문제와 관련해 “이웃 나라에 대해 잘못 쓰인 역사를 바로잡자고 당당하게 말하기 위해서는 우리 역사도 잘못 쓰인 곳이 있으면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며 “지금 진행중인 과거사 정리 과정은 이러한 역사적 관점에서 이해되어야 하고, 또 이러한 관점을 고려하여 진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언급은 일본 정치 지도자들이 지난 1년 동안 보여온 각종 망언과 행태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고, 지난해 삼일절 기념사를 통해 제시한 과거사 청산의 보편적 방식을 다시 한번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고이즈미 총리는 노 대통령의 기념사에 대한 기자들의 논평 요구에 “나는 일-한 우호론자다. 전후 60년 동안 일본이 걸어온 길을 잘 봤으면 한다”고 말해, 노 대통령의 비판이 적절하지 않다는 태도를 보였다. 아베 신조 관방장관도 기자회견에서 “노 대통령도 제발 일본이 자유, 민주주의, 인권을 지키고 세계의 평화 확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습을 똑똑히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들은 노 대통령의 일본 헌법개정 반대의사 표명에 대해서도 “헌법은 그 국가가 생각할 일”, “내정 간섭”이라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김의겸 기자, 도쿄/박중언 특파원
kyu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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