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경제5단체장 오찬 간담회 안팎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경제 5단체장의 1일 청와대 오찬 간담회는 대통령과 기업인, 정부와 경제계의 '원활한 소통'을 목적으로 마련된 자리다. 노 대통령은 그동안 각종 회의 및 토론회, 해외순방 등을 계기로 경제 5단체장과 지속적인 만남을 가져왔으나, 이들 경제 5단체장만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오찬은 "경제단체장들과 편하게 만나 의견을 나누면 좋겠다"는 노 대통령의 제안에 따른 것으로, 지난 28일 대한상의 초청 특강에 이은 경제계와의 접촉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우선 노 대통령은 양극화 극복을 비롯한 미래과제 추진 및 동반성장에는 경제계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수이며, 이를 위해서는 경제계와의 '인식 공유'가 선행돼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경제정책을 비롯한 정부의 정책방향을 직접 설명함으로써 세간에 퍼져있는 참여정부에 대한 오해 및 우려를 불식시키는 동시에 '진정성'을 전파시키기 위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이를 위해 노 대통령은 오찬의 성격을 '편한 만남'으로 정했다. 부부동반 형식의 오찬을 제안한 것과 당초 행사 자체를 비공개로 하려 했던 것도 '부담없는 자리'를 위한 배려차원이었다.노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사실 오늘 비공개로 모시려고 했는데 공개행사가 됐다"며 "대통령이 하는 일이 이제는 공개 안되는 일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김만수(金晩洙)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옛날 청와대는 겹겹으로 울타리 치고 담으로 차단막을 둘렀는데, 제가 와서 뜯어내고 대신 CC-TV를 조금 늘리고 첨단 보안장치로 보완했다"며 '마음을 개방하고있음'을 우회적으로 설명한 노 대통령은 "딱딱하게 정치.경제에 대해 말하는 것보다 편안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노 대통령은 나아가 "기업하는 분들은 항상 정부를 불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정부가 조정하고 지원도 하지만 법 자체가 규제이다 보니까 규제도 많다"며 기업의 애로를 짚었다. 노 대통령은 "오늘은 편안하게 생각하시고, 저도 부담가는 규범적 말씀은 드리지 않겠다"며 "청와대 소개도 드리면서 편안하게 말씀 나눠달라"며 부드러운 분위기를 이끌었다. 이어 강신호(姜信鎬) 전경련 회장은 "최근 경기회복이 가시화되고 있고 기업으 투자가 늘고 있는데, 이런 분위기를 더욱 발전시켜 국민이 잘사는 부강한 나라를 만들자"며 '한국경제의 도약'을 기원하며 건배를 제의했다. 오찬에 앞서 경제5단체장 내외는 오전 11시30분부터 30여분간 한덕수(韓悳洙) 총리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 정세균(丁世均) 산자장관, 청와대 이병완(李炳浣) 비서실장, 김병준(金秉準) 정책실장 내외와 함께 청와대 본관과 경내를 관람했다. 낮 12시에 시작해 두시간 가까이 진행된 오찬은 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도록 상춘재에서 이뤄졌다. 노 대통령과 참석자들은 오찬장인 상춘재의 건물 양식과 소재, 자원외교를 비롯한 해외순방 성과, 기업의 개성공단 진출 등 비교적 가벼운 주제들을 화제로 오찬을 이어갔다. 특히 노 대통령은 "참으로 기업들이 위대하다"며 기업과 기업인들을 추켜세워 눈길을 끌었다. 노 대통령은 "초기에 기업쪽에서는 '대통령은 친(親)기업쪽이 아니지 않느냐'고 생각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기업에 특별한 거리를 둔 적은 없다"고 말한 뒤 "기본적으로 기업이 사회의 핵심이고 일자리를 만드는 원천이라는 생각을 항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그 전에는 기업들이 각자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역할을 중요시 했다고 생각했는데, 해외순방 및 여러 기업활동 보고를 통해 기업들의 시장개척, 기술개발, 해외진출 등을 보면서 '참으로 기업들이 위대하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나아가 "저와 장관들이 외국에서 대접을 잘받고 많은 성과를 거두게 된 것도 기업과 기업인들이 끊임없는 도전정신으로 시장을 개척하고 활동해온 덕택"이라며 기업들에게 공을 돌렸다. 노 대통령은 또 "계절이 바뀌는 것을 제일 먼저 아는 사람들은 기업가고 그 다음은 정치인, 제일 늦게 아는 사람들이 글 쓰는 사람들이나 학자들일 것"이라며 기업이 환경변화에 가장 능동적임을 짚었다. 그러면서 "과거 한.중 수교 이전에도 우리 기업인들은 (중국에) 가서 장사하고 있지 않았느냐"며 "그 뒤에 정치인들이 '수교해야 한다'고 떠들었고, 공무원들은 '진출할 때가 됐다'고 돌다리를 두드렸으며, 가장 마지막으로 글 쓰는 사람들과 학자들은 신중론을 폈다"고 소개했다. 노 대통령은 "남북교류.협력도 마찬가지"라며 "정치.외교적으로는 밀고 당기고 고려할 것도 많지만, 기업인들은 기업가 정신으로 남북교류나 시장개척에 한발짝 더 먼저 나가주시는게 좋지 않겠느냐"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김용구(金容九) 중소기협중앙회장이 "4,5월 중에 중소기협중앙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특강해 달라"고 요청하자, 노 대통령은 즉석에서 김병준 정책실장에게 "광범위한 주제보다 단일 주제를 선정해 그렇게 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 보라"고 지시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 28일 대한상의 특강이 화제에 오르자 "소통과 대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kbeom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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