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5.12 19:54
수정 : 2006.05.12 20:58
“미국도 한국 역할 알아”
‘성급한 판단 말아야’ 지적
노무현 대통령의 ‘몽골 발언’ 배경을 둘러싸고 해석이 분분하다. 논란의 핵심은 과연 한국이 미국과는 다른 ‘독자적인’ 남북관계 해법을 모색하고 있느냐로 모아진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한국의 해법은 미국과 완전히 일치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미국과 완전히 다르다고 할 수도 없다. 한국 정부가 미국내 수신자의 성격, 즉 강경파냐 협상파냐에 따라 서로 다른 메시지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사실관계 측면에서 노 대통령의 발언이 미국과 사전 조율이나 공감을 거쳐 이루어졌는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와 관련해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12일 엠비시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그 취지와 뜻에 대해서는 미국도 이해할 수 있는 선에서 공감대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몽골 발언이 미국과 ‘사전 협의’를 통해 나온 것인지 여부는 딱 뿌러지게 얘기하지 않은 셈이다.
노 대통령의 발언은 동포들과 간담회에서 ‘질의-응답’이라는, 비교적 자유로운 형식 속에서 나왔다. 또 당국자들의 말을 종합해 볼 때, 구체적인 복안을 마련해 놓았다기 보다는 ‘의지의 표명’에 가깝다. 노 대통령의 발언이 미국과 ‘사전 교감’을 했다고 보기도 어렵고, 굳이 할 필요성이 없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게다가 발언 자체에 대한 미국과의 사전공감이나 통보, 조율 여부만으로 한국 정부의 ‘독자적인’ 노선 걷기를 판단하는 것은 다소 무리라고 할 수 있다. 이종석 장관이 “6자회담의 지체를 타개하기 위한 우리의 적극적 역할에 대해 미 정부도 알고 있다”고 밝힌 것도 이런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미국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북한의 6자회담 복귀로 이어지는 일련의 ‘한국식’ 북핵 해결 로드맵에 공감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도 “미국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정부 내에서조차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문정인 외교통상부 국제안보대사는 12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교수 자격임을 전제로 “노무현 대통령이 부시 행정부에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언뜻 보면 한국이 ‘독자 노선’을 걷겠다는 것처럼 비춰지지만 문 대사 발언의 ‘수신처’는 위폐, 인권 등 전방위적으로 북한을 압박해 체제변동을 꾀하는 미국의 강경론자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북한·북핵 문제에 대한 미국내 접근법이 혼재돼 있는 ‘미묘한 정세’속에서 한국 정부는 미국의 협상파들은 견인하고, 강경파들은 견제하는 ‘양면 전략’을 쓰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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