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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 “두바이 와서 충격받았다” |
아랍에미리트(UAE)를 공식방문 중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4일 중동지역 허브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두바이에 대한 첫 느낌으로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한국시간 14일 오후) 두바이 시내 하얏트호텔에서 가진 동포간담회에서 "비행기에서는 삭막한 사막만 보였는데 내려서 아부다비 시내로 들어오니까 사막이 아니었다" 며 "아부다비에서 놀랐지만 이곳 오면서 한번 더 놀랐다"고 말문을 열었다.
노 대통령은 "사막 위에 이런 도시를 건설하는게 가능한지, 어떻게 이 많은 사람과 돈이 모였는지 궁금하다"고 말한 뒤 '라인강의 기적'과 '한강의 기적'을 언급하면서 "여기 와서 보니까 또 하나의 기적이 실현되고 있는 것 같다"며 감탄을 금치 않았다.
노 대통령은 또한 "석유를 다 쓰면 어떻게 할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석유에 의존하지 않고 경제를 끌어가려는 노력의 결과가 오늘의 두바이가 아닌가 싶다"며 "싱가포르가 지리적 이점과 위치를 선점한 경우인데, 두바이도 그렇게 오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나아가 "여기 오느라 공부를 많이 했다"고 말하면서 "우리 대사관, 외교부, 국정원, 모든 기관이 정보를 종합해 주는 것이므로 실제 사는 것보다 많은 정보를 안다고 생각하고 (해외에) 다녔는데, 두바이에 와서는 충격을 받아 읽은 것은 다 잊어먹었다"고 소개해 웃음을 자아냈다.
동시에 노 대통령은 "저도 여기서 공부를 좀더 해서 배우고 가고, 사업하는 분들도 좀더 배우고 가야 할 것 같다"며 "이번에 장관 4명과 함께 왔고, 지난해 11월에는 이해찬(李海瓚) 전 총리가 다녀갔는데, 더 자주 와서 보고 배우고 가야할 것 같다"며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두바이 예찬'에만 그치지 않았다. 비약적으로 성장하며 국제도시로 발돋움하고 있는 두바이 못지 않게 한국이 경쟁력과 저력이 갖고 있음을 교민들에게 알리는데 힘썼다.
노 대통령은 원자력 기술, IT(정보기술), 방산기술 등에 있어서의 한국의 경쟁력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 "기름의 경우 사람들이 50년 갈지, 100년 갈지 걱정을 하지만, 우리는 1천년 이상 가는 환경 등 좋은 자산과 좋은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더 중요한 것은 한국 사람들의 신망으로, 어디 가나 한국인의 재능과 성실성을 인정받는 게 가장 큰 자산"이라고 말하고 "여러분이 이곳에서 해줄 일은 항상 자랑스런 한국인으로서 존경과 신망을 모으는 국민이 돼 다른 사람들도 그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가진 한.UAE 경제인 오찬 간담회에서도 두바이에 대한 높은 평가를 이어갔다.
노 대통령은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두바이의 숲은 그야말로 '기적'이라고 생각했다"며 "도저히 이 사막에서 있을 수 없는 사실이 두바이에서 벌어지고 있으며, 여러분이 만든 이 숲은 어떤 유적보다도 훌륭한 유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만리장성과 피라미드는 결국 전쟁으로 억압과 착취의 결과물로 쌓은, 남의 고통을 담보로 한 부도덕한 유적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며 "하지만 두바이의 푸른 숲, 아름다운 도시는 창조와 평화가 공존하는 인간의 소중한 가치를 실현할 아름다운 창조물"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와 함께 노 대통령은 지난해 한국이 UAE와 교역에서 65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음을 언급하며 "두바이에서 돈을 벌어가지 않으면 우리는 석유를 살 수 없다. 우리는 좀더 석유를 살 수 있는 돈을 벌기 위해 이곳에 왔다"며 "우리에게 기회를 주시겠느냐"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또한 한국 기업의 담수화 설비, 높은 건설공사 수주실적 등을 거론하면서 "같은 값이면 한국 제품이 낫고, 값이 좀 비싸더라도 한국 제품은 제 값어치를 한다"며 "한국의 성실하고 책임있는 기술인들을 기억해 달라"며 여느 방문국에서와 마찬가지로 '한국 기업 홍보'에 힘을 기울였다.
한편 노 대통령은 동포간담회를 시작하면서 지난 3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에 납치됐다가 풀려난 용태영 특파원을 향해 "혼이 나서 한국으로 들어올 줄 알았는데 안 들어오고 계속 버티네요. 걱정을 많이 했는데 여기서 건강한 얼굴을 보니까 좋다"고 격려했고, 용 특파원은 "대통령과 국민 여러분께서 걱정해 주시고 신경써주신데 대해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성기홍 김범현 기자 sgh@yna.co.kr (두바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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