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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5.18 10:49 수정 : 2006.05.18 10:49

노무현 대통령과 부인 권양숙 여사가 18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26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 추모탑에 묵념을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불행한 역사 되풀이” 경계..화해와 통합 강조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8일 오전 광구 북구 운정동에 위치한 국립 5.18 묘지를 찾았다. '5.18 민주화운동 26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노 대통령은 취임 이후 매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왔다.

취임 첫해 5.18 기념식 참석 때는 한총련 소속 대학생들의 기습 시위 탓에 정문이 아닌 후문으로 입장하는 등 참석에 애로를 겪었고, 이듬해 5.18 기념식 참석은 노 대통령이 국회 탄핵 상태에서 직무에 복귀한 후 처음으로 가진 대외일정이었다.

이날 광주 방문은 시기적으로 5.31 지방선거 공식선거 운동이 개시된 날인데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호남표 끌어모으기에 전력을 다하는 터라 정치적으로 관심을 끌었지만, 노 대통령은 선거와 관련된 발언은 일체 하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매년 5.18 기념식 연설을 통해 '화해와 통합'이라는 키워드를 일관되게 전달해왔다. '5.18 광주가 주는 교훈은 화해와 통합의 역사를 이루는 것'이라는 인식에 따른 것이었다.

그동안 노 대통령은 "개혁과 통합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것"(2003년), "분열을 극복하는 일이야말로 우리에게 맡겨진 가장 중요한 과제"(2004년), "대안을 내놓는 창조적 참여를 통해 우리 사회의 합의 수준을 높여나가야 한다"(2005년)고 강조해왔다.

이번 기념식에서도 노 대통령은 "남은 과제는 대화와 타협의 민주주의 가치를 생활속에 뿌리내리는 일"이라고 밝혔다.

다만 노 대통령은 '화해와 통합'이라는 큰 화두 아래 '5.18'의 교훈을 매번 다른 관점에서 풀이해 왔다.


가령 2003년 첫해에는 '참여정부의 5.18 정신 계승'에 초점을 맞췄고, 2004년과 2005년 연설에서는 '권위주의 시대의 생각과 습관 탈피', '새시대에 맞는 시민사회의 역할'에 각각 방점을 찍었다.

이날 연설을 통해서는 '반독재 투쟁 시대의 생각과 행동 탈피' 및 '역사의 교훈'에 무게를 뒀다.

노 대통령은 "우리의 생각과 행동이 아직도 반독재 투쟁의 시대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생각과 행동에 있어서의 '탈(脫) 권위주의' 뿐아니라 '탈 반독재 투쟁'까지도 주문한 것이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화해와 통합으로 나아기 위해서는 양보 보다는 극한 투쟁을, 합의 보다는 첨예한 갈등을 '선(先) 가치'로 추구해온 반독재 투쟁 시대의 사고가 우선 전환돼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또한 그동안 국가권력의 힘빼기와 과거사 반성으로 탈권위주의에 있어서는 어느정도 '성과'를 거뒀으나, 국가권력을 '투쟁 대상'으로 간주하는 시민사회의 사고는 아직 달라지지 않았음을 우회적으로 언급한 셈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노 대통령은 "이미 절차적 민주주의가 정착됐고, 성숙한 민주주의의 단계로 들어서고 있다"며 "상대를 존중하고 양보할 것은 양보해서 합의를 이뤄내는 관용의 문화를 키워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노 대통령은 "5.18은 다시 반복해서는 안될 불행한 역사"라고 강조하면서 지난 1894년 부정과 외세에 항거해 농민들이 궐기한 동학혁명을 거론, 눈길을 끌었다.

노 대통령은 "동학혁명 당시를 돌이켜보면 참으로 억울하기 그지없다"며 "편협하고 독단적인 사상체계에 빠져 세상물정에 어두웠던 이 나라의 위정자들은 변화하는 세계의 새로운 조류를 받아들여야 할 시기에 새로운 학문과 사상을 배척하고 그도 모자라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까지 빼앗았다"고 밝혔다.

나아가 "사리사욕, 혹은 왕권 강화를 위해 민생을 도탄에 빠뜨려놓고 그들끼리는 끊임없이 분열해 싸웠다"며 "마침내 터져나오는 백성들의 요구를 억누르기 위해 외세까지 끌어들였다가 나라를 빼앗겼다"고 덧붙였다.

이는 '역사로부터 배워야 한다'는 최근의 강조점과 맥이 닿아있는 것으로, 시대의 흐름을 제때 따라잡지 못하거나 지배층 또는 지도층이 잘못 이끌어 나갈 경우 '불행한 역사'가 반복될 수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5.18 기념식 참석에 이어 노 대통령은 광주 종합고용안정센터를 방문, 성취 프로그램 및 취업캠프를 참관하고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김재현 김범현 기자 jahn@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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