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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5.18 15:32 수정 : 2006.05.18 15:49

'이희범 발언' 보도 '반노 중독증' 저의 비판

청와대는 18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독대 금지' 원칙과 관련한 이희범(李熙範) 무역협회장(전 산자장관)의 발언 내용을 일부 언론이 1면 머리기사로 다룬데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양정철(楊正哲)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이날 청와대브리핑에 기고한 '톱거리가 없으면 차라리 백지를 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보도내용이 사실일지라도 그 내용을 대서특필하는 일부 언론의 판단가치에 심각한 오류가 있다"며 문제가 된 발언 내용의 '실상'을 설명했다.

그는 '장관이 대통령을 독대하기 힘들어 정책에 대한 생각이 달라도 설득하기 어렵다'는 대목에 대해 "노 대통령 취임 이후 독대금지 원칙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이 원칙은 음험한 저의가 있거나 대통령의 독특한 취향에서 비롯된게 아니라 시대의 요구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대가 가신정치, 안방정치, 밀실정치의 산물이었기에 폐지한 것이고 이는 정치의 투명성, 정책결정과정의 합리성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언론의 요구이기도 했다"며 "자사의 과거 기사를 찾아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장관이 대통령 독대는 못하지만 수시로 대통령을 만난다"며 "대통령 독대를 못해 일을 못하거나 설득을 못하는 장관이 있다면 본인의 무능이거나 다른 부처와의 협의가 덜된 때문"이라고 밝히고, 참여정부의 의사결정은 '협의의 과정'을 통해 이뤄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어 양 비서관은 '참여정부 수석들은 현황 파악만 한다'는 대목에 대해 "수석이 독대로 힘을 얻는다면 그 힘은 비정상적 힘"이라며 "역대 대통령들은 독대라는 형식을 빌려 특정 관료나 정치인에 대한 각별한 신임을 나타내곤 했는데, 그게 바람직한 현상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지금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은 대통령을 수시로 뵙고 보고드린다. 독대를 못해 안달이 나거나 일에 차질이 있는 수석은 한분도 없다"며 "청와대 수석들이 현황 파악만 하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자사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돌아가는 사정을 들어보라"며 '가시돋친 권유'를 곁들였다.

나아가 "그런 대목이 '참여정부 비판'의 사례가 되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전제, "참여정부에서 장관까지 지낸 분이 대통령과 국정운영을 비판한 것으로 보고 1면 톱으로 키웠을 것이며, 그런 사고의 기저에는 심각한 '반(反)노무현 중동즉'이 깔려있다"고 주장했다.


정태호(鄭泰浩) 청와대 대변인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독대금지'와 관련, "많은 언론이 독대문화의 폐해를 지적해 왔고, 대통령은 독대금지를 실천에 옮겨 의사결정의 큰 변화를 가져왔다"며 "관련 기사가 1면 톱거리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범현 기자 kbeomh@yna.co.kr (서울=연합뉴스)



[브리핑전문] 동아일보여, 그렇게 한가한가, 톱거리가 없으면 차라리 백지를 내라

양정철 홍보기획비서관

이희범 무역협회장 강연 내용이 일부 조간신문에 보도됐습니다. <동아일보>와 <국민일보>는 관련 내용을 1면 톱으로 부각했습니다.

대체 뭔 내용인가 싶어 발언록을 한번 살펴봤습니다. 읽어보니, 당사자 취지를 정확히 옮긴 것인지 다소 의문이 듭니다. 하지만 그 부분은 당사자와 해당 언론사가 다툴 일입니다. 청와대가 나설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문제는, 보도내용이 사실일지라도 그 내용을 대서특필하는 일부 언론의 판단가치에 심각한 오류가 있다는 점입니다.

기자는 늘 사실과 진실의 차이를 준별해야 하는 직업입니다. 어떤 사람이 어떤 말을 한 사실이 있더라도 그것이 곧 진실이 아닌 경우가 흔히 있습니다. 즉 누가 어떤 말을 한 것이 사실일지라도, 진실이 아니거나 근거가 미약하거나 보편적 상식이나 가치개념에 어긋나는 경우 기사화 하지 않는 것이 정상입니다. 언론의 ABC입니다.

이번 경우를 보겠습니다.

먼저 장관이 대통령 독대하기가 힘들어 정책에 대한 생각이 달라도 설득하기 어렵다는 대목입니다. 이런 내용이 1면 톱꺼리가 되는지 따져보겠습니다.

조선시대에도 밀실정치 막기 위해 독대금지

첫째, 노무현 대통령 취임 이후 독대금지 원칙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이 원칙은 음험한 저의가 있거나 대통령의 독특한 취향에서 비롯된 게 아닙니다. 시대의 요구였습니다. 독대가 가신정치, 안방정치, 밀실정치의 산물이었기에 폐지한 것입니다. 정치의 투명성, 정책결정과정의 합리성을 높이기 위함이었습니다. 언론의 요구이기도 했습니다. 자사의 과거 기사를 찾아보기 바랍니다.(“(장관의 대통령 독대가) 장관들이 대통령만 쳐다보는 눈치 병이 깊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무엇보다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소신행정이 아쉬운 때다”<동아일보 한 간부의 과거 내부칼럼 중에서>)

조선시대에도 밀실정치를 막기 위해 독대를 금지했습니다. 조선왕조 500년 동안 효종과 송시열의 기해년 독대(1659) 등이 극히 예외적인 경우로 전해질 뿐입니다. 그 만큼 역사가 깁니다. 다 이유가 있구요. 대통령에 대한 비판, 국정운영에 대한 비판의 논거가 되지 않습니다.

둘째, 장관이 대통령 독대는 못 하지만 수시로 대통령을 만납니다. 회의 때에도 만나고, 중간 티타임 때에도 만나고 식사자리도 있습니다. 별도 요청을 해도 배석자 두고 얼마든지 만날 수 있습니다. 대통령 독대를 못해 일을 못하거나 설득을 못하는 장관이 있다면 본인의 무능입니다. 아니면 다른 부처와의 협의가 덜 된 때문입니다. 그게 진실입니다.

의심가면 노 대통령 모시고 장관 하셨던 분이 많으니 일일이 확인해 보십시오.

셋째, 중요 정책 결정은 독대에서 이뤄지는 게 아니라 함께 협의하는 과정, 회의하는 과정을 통해 이뤄지는 게 맞습니다. 그게 민주주의입니다. <동아일보>는 중요 결정을 맨 윗분과 독대해서 하는지 모르지만 나라일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닙니다. 문제 삼을 걸 삼아야지요.

다음으로, 과거엔 청와대 수석이 독대에 참여해 힘이 실렸으나 참여정부 수석들은 현황 파악만 한다는 대목입니다. 이 대목 역시 1면 톱 내용이 되는지 따져보겠습니다.

수석만이 아니라 비서관·행정관까지 대통령과 토론해

첫째, 수석이 독대로 힘을 얻는다면 그 힘은 비정상적 힘입니다. 역대 대통령들은 독대라는 형식을 빌려 특정관료나 정치인에 대한 각별한 신임을 나타내곤 했다고 합니다.(이것도 옛날 <동아일보>에 적혀 있는 내용입니다.) 그게 바람직한 현상인가요? 다시 과거로 돌아가야 하겠습니까?

둘째, 지금 청와대 수석들은 역대 어느 수석들보다 대통령을 자주 만납니다. 비서관들도 그렇습니다. 과거 비서관들은 대통령 얼굴 한 번 못 뵙고 청와대 그만 두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지금은 수시로 뵙고 보고를 드립니다. 심지어 행정관들도 대통령을 뵙고 토론하거나 의견을 말씀드릴 기회가 있습니다. 일하기 좋습니다. 독대 못해 안달이 나거나 독대 못해 일에 차질 있는 수석, 청와대에 단 한 분도 없습니다. 의심이 가면 노 대통령 모시고 수석 하셨던 분들 많으니 이 역시 일일이 확인해 보십시오.

셋째, 청와대 수석들이 현황 파악만 하지 않습니다. 기사를 쓴 분들과 편집자, 편집간부들은 멀리 갈 것 없이 자사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돌아가는 사정을 들어보십시오.

나머지 내용은 청와대 내용이 아니고 공직사회에 대한 당사자의 일반적 소회이니 제가 지적할 일이 아닙니다. 다만 그런 대목이 “참여정부 비판”의 사례가 되는지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결론을 말씀드립니다. 이 대목 저 대목 빼고 나면 뭐가 참여정부의 심각한 문제점에 경종을 울릴 내용인지, 뭐가 국정운영에서 고쳐야 할 내용인지, 뭐가 국민들이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내용인지 도무지 알 수 없습니다.

대통령 비판했다고 1면 톱 올리는 것은 심각한 ‘반노 중독증’

이희범 회장이 (취지야 어찌됐든) 기사 비슷한 내용으로 특강 한번 한 것이 ‘사실’이라는 것 말고는 가치 있는 ‘진실’을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문제의식이 뭔지 모르겠습니다. 1면 톱 거리가 그렇게 없으면 차라리 백지로 신문을 낼 일입니다.

아마 두 신문은 참여정부에서 장관까지 지낸 분이 대통령과 국정운영을 비판한 것으로 보고 1면 톱으로 키웠겠지요. 그런 사고의 기저에는 심각한 반노무현 중독증이 깔려 있습니다. 아무나 대통령 비판만 하면 키우는 못된 버릇은 언론의 정도가 아닙니다. 효자동 강아지가 청와대를 보고 짖어도 기사를 쓰려는 심보입니다.

제발 그만 두십시오. 오죽하면 기사판단은 언론사의 몫인데도 청와대 비서관이 하도 딱해 가르치려 들겠습니까. 두 신문사 편집진이 부디 기자 초년병 시절의 초심과 원칙으로 돌아가 문제기사를 정독해 보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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