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5.31 22:47
수정 : 2006.05.31 23:44
노대통령 집권 후반기 ‘경제개혁 후퇴’우려
최근 권오규 청와대 경제정책수석이 정책실장에 임명됨에 따라, 청와대 경제정책 라인이 모두 재경부 출신 경제관료들로 채워졌다. 참여정부 초기 경제정책을 주도했던 이정우 전 정책실장(현 경북대 교수) 등 개혁성향 인사들이 차례로 물러난 빈자리를 경제관료들이 모두 차지한 결과다.
결국 경제관료의 손에= 노무현 대통령은 30일 청와대 정책실장(장관급)에 권 경제정책수석을, 경제정책수석(차관급)에 윤대희 경제정책비서관을 각각 임명해 청와대 경제정책라인의 진용을 새로 짰다. 공석이 된 경제정책비서관 자리도 재경부 관료가 임명될 것으로 관측돼 결국 청와대 경제정책 진용을 모두 재경부 출신 관료가 독차지하는 셈이다.
권 정책실장은 재경부 경제정책국장, 차관보를 거쳐 청와대에 입성해 경제정책 수장의 자리에 올랐다. 윤 경제정책수석도 재경부 정책홍보관리실장을 거친 ‘재경맨’이다.
2003년 3월 노무현 대통령이 처음 청와대 비서진 진용을 짤 때는 사뭇 달랐다. 이정우 전 정책실장을 정점으로 곳곳에 개혁성향의 외부인사들이 포진했다. 이 전 정책실장은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로 처음부터 노 대통령을 도왔고, 참여정부의 첫 정책실장으로 부동산 대책 등 각종 개혁의 밑그림을 그렸다. 그는 지난해 7월 물러나 경북대 교수로 돌아갔다. 재벌개혁론자로 인수위에서 이 전 실장과 호흡을 맞췄던 이동걸 전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도 금융정책을 둘러싼 이견으로 2004년 8월 원자리인 금융연구원으로 복귀했다. 이들과 함께 청와대 개혁 3인방으로 불렸던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은 지난해 5월 ‘행담도 사건’으로 도중하차했는데, 최근 무죄판결을 통해 명예회복을 한 뒤에는 정부의 한-미 자유무역협정 졸속추진을 비판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결국 청와대 안에 남아 있는 비관료 출신의 초창기 멤버로는 김수현 사회정책비서관이 꼽힐 정도다.
경제개혁 후퇴할까 =참여정부 초기부터 개혁성향의 외부영입 인사들과 보수성향의 경제 관료들이 경제정책의 방향과 주도권을 놓고 힘겨루기를 벌여 왔다는 점에서 영입인사들의 퇴진과 경제관료들의 득세는 참여정부 경제정책의 현주소를 잘 보여준다는 해석이 많다. 정태인 전 비서관은 “참여정부 전반기에는 개혁의 방향으로 미국형 모델과 북구형 모델이 서로 균형을 이뤘으나 이정우 실장이 물러나면서 그 균형이 깨졌다”고 말했다. 정권 초기에는 경제개혁을 표방하다가도 임기 말기에 가까울수록 추진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경제관료에 의존하는 현상은 김영삼, 김대중 정권 때도 비슷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관료들은 다음 정권 아래서의 생존과 지위를 중시하는 특성 때문에 현상 유지 및 관리 쪽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다”며 “노 대통령도 양극화와 한-미 자유무역협정 등 두 가지 사안에 진력할 뿐 나머지는 관료들에게 맡겨 안전 위주 운행을 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경제정책 라인이 경제관료 출신들로 채워진 것은 우연의 결과”라며 “권 정책실장도 참여정부 초기부터 양극화 해소 등의 정책 틀을 함께 만들어왔던 사람이라 부동산 대책 등 개혁의 후퇴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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