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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26일 청와대에서 국정과제회의를 열기 위해 윤성식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장(오른쪽)과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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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식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장 사표 왜?
윤성식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장의 사퇴에 대해 12일 청와대와 이 위원회 관계자들은 모두 극도로 말조심을 했다. 윤 위원장과 갈등을 빚고 있는 김병준 전 정책실장이 ‘청와대의 2인자’로서 다음 개각 때 부총리급으로 돌아올 게 확실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또 정부혁신 분야는 노무현 대통령의 자존심이 걸린 영역이어서, 윤 위원장의 사퇴가 불러올 타격에 대한 우려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위원회 구실 놓고 청와대와 시각차가 원인
“혁신과제 산더미” “임기말 기능축소를” 대립
그럼에도 윤 위원장의 사퇴는, 사람과 제도 모두에서 참여정부의 문제점을 노출한 사례로 기록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 위원장과 김 전 실장은 한때 막역한 사이였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 전 실장이 2003년 4월 이 위원회의 초대 위원장을 맡았고, 2004년 6월 윤 위원장이 바로 자리를 이어받았다. 또 국회를 통과하지는 못했지만, 윤 위원장을 감사원장으로 적극 천거한 이도 김 전 실장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1년여전부터, 두 사람 사이엔 갈등의 골이 패이기 시작했다. 윤 위원장의 가장 큰 불만은 대통령과의 통로 역할을 맡고 있는 김 전 실장이 아예 노 대통령에게 보고할 기회를 주지 않고 있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팔다리’가 없는 위원회가 일을 하려면 정부 부처의 협조가 필수적인데 김 전 실장이 이를 도와주지 않고 있다는 것도 불평사항이다. 윤 위원장은 “위원회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보고서가 6개월이 넘도록 대통령에게 보고조차 되지 않고 있다”며 답답해 한 적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런 사람의 문제보다 더 근본적인 것은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등 대통령 자문 국정과제위원회의 기능과 성격에 대한 양쪽의 시각차인 것으로 보인다.
위원회 쪽은 여전히 혁신업무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위원회가 만든 로드맵이 300여개에 이르나 이제 200여개가 끝났을 뿐이며, 앞으로도 자치경찰제와 교육자치, 전자정부 등 산더미 같은 과제가 남아 있다”며 “이들 업무를 완수하기 위해서는 부처간 갈등을 조정하고 협력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 쪽은 관점이 다르다. 한 핵심 참모는 “참여정부 초기에는 위원회가 민간위원들의 참신한 시각을 받아들여 로드맵을 만드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옳으나, 이제 임기말에 들어가서는 그 추진 주체가 위원회가 아닌 정부가 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시기에 따라 그 기능과 역할이 축소될 수 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이런 견해차는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 자문 국정과제위원회는 현재 12개에 이르는데, 지난해 5월 ‘행담도 사건’으로 동북아시대위원회가 점검을 받았을 뿐, 거의 그대로 체제가 유지되고 있다. 김의겸 기자 kyu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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