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장관 인선, 변화가늠할 시금석될 듯
김병준(金秉準) 교육부총리의 거취논란이 2일 자진사퇴로 사실상 마무리됨에 따라 향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어떤 형태로 바뀔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적어도 국정 기조는 그대로 유지되겠지만, 김 부총리가 참여정부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상징성을 감안할 때 인사스타일과 내각운용 등 국정운영 방식 측면에서 다소의 변화가 불가피하지 않겠느냐는게 중론이다. 당장 그의 퇴진은 7.3 개각까지 이어져온 집권 후반기 인사기조를 흔드는 결과가 됐고, 향후 내각운용에도 적잖은 변화를 가져올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7.3 개각 당시 노 대통령은 "코드인사 밀어붙이기"라는 여당내 격한 반발을 무릅쓰고 청와대 전.현직 정책실장을 교육.경제 부총리에 기용하는 이른바 `김병준 카드'를 관철했다.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정책 구상을 꿰뚫고 있는 측근들을 중용해 양극화 해소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등 임기말 국가적 과제를 차질 없이 추진하면서 국정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의지의 발로였다. 특히 김 부총리 기용은 그가 내각에서 장악력을 발휘하며 한명숙(韓明淑) 총리를 떠받치는 든든한 버팀목이자 청와대와의 정책적 가교 역할을 해줄 것이란 기대감도 깔려있던 것으로 보인다.때문에 노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김 부총리의 퇴진은 내각에서 정책을 추동하는 주요 축이 빠진 듯한 심리적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 임기 후반의 주요 국정어젠다 관리에 비상이 걸린 셈이다. 김 부총리가 정책 전반에 대한 장악력 못지 않게 참여정부를 상징한다는 측면도 국정운영 변화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90년대부터 노 대통령의 핵심 브레인 역할을 해온 김 부총리는 참여정부 출범 후 대통령 자문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장과 청와대 정책실장을 역임하며 행정도시 건설 등 지역균형발전 정책과 8.31 부동산 대책의 기획.입안을 주도했다. 이 과정에서 참여정부 개혁코드의 상징이자 노 대통령의 '분신'처럼 각인된 게 사실이다. 즉 김 부총리 퇴진이 참여정부의 개혁 드라이브에 제동이 걸린 것으로 인식될 수 있는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국민정서를 앞세운 여당의 압박에 밀려 김 부총리가 사퇴하는 듯한 모양새도 국정 장악력의 관점에서 보면 노 대통령에겐 부담으로 작용할 개연성이 크다. 실제로 지난 3월 이해찬(李海瓚) 당시 총리의 골프 파문 때는 여당의 5.31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총리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명분이라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여론을 등에 업은 여당의 요구를 마지못해 수용한 인상을 주고 있기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태는 대통령 권력의 핵심인 각료 임면권이 권력 재창출이 당면 목표인 여당의 정치논리에 의해 `침해'당한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 더구나 구심점이 없는 여당의 상황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각료 등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가 현실정치적 이해관계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는 경우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노 대통령이 김 부총리 거취문제에 대해 결단을 내리지 못한 채 상황을 관망한 가운데 한 총리가 '거중 조정'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것도 이 같은 임기말 여권의 역학구도 변화가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노 대통령이 여당의 요구에 계속 끌려다닐 것으로 보는 시각 또한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노 대통령부터가 일시적 여론과 국민정서에 휘둘려 각료를 바꾸는 '국면전환용' 개각에 대해 체질적 거부감을 갖고 있는 데다 임기 만료를 1년6개월 앞둔 단임제 대통령이 새로운 사람을 찾아 쓴다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대신 노 대통령은 여당의 입장을 일정부분 수용하면서 여당의 협조를 바탕으로 북핵문제 등 외교안보 현안 해결과 주요 국정과제 마무리에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막다른 정치적 고비에서 `정면돌파'를 선택했던 점에 미뤄 또다른 승부수를 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청와대 참모들은 "앞으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여당 역시 당분간 수위 조절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 인사권에 대한 과도한 개입이나 부동산 세제개혁 등 핵심 정책에 대한 견제가 노 대통령의 고립을 심화시켜 자칫 대통령 탈당과 이합집산 등 여권의 공멸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르면 내주 단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법무장관 인선이 주목된다. 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문재인(文在寅) 전 민정수석의 법무장관 기용 여부가 당청관계의 진로, 나아가 국정운영 방식의 변화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란 전망에서다. 김재현 기자 jahn@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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