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법무카드’ 여 반대 공개 경고
이병완(李炳浣) 청와대 비서실장의 3일 기자간담회 발언은 김병준(金秉準) 교육부총리와 문재인(文在寅)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둘러싼 인사논란을 화두로 삼아 대통령의 인사권 바로세우기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이 실장의 언급은 엿새째 침묵을 이어가고 있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인식을 대리인 자격으로 전달했다는 느낌을 줄 정도로 노 대통령 특유의 논리가 배어있다. 요약하면 이번 김 부총리 논문파문이 전형적인 `여론재판'이라는 전제 위에서 이 같은 후진적 정치문화에 집권여당이 휘둘릴 것이 아니라 상식에 입각해 냉철한 판단을 해달라는 촉구의 메시지로 여겨진다. 해석에 따라선 임기말에 반복되는 일부 언론에 의한 의혹 부풀리기에 대해 여당이 `국민여론'이라며 사퇴부터 요구하고 나선 상황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시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윤리적으로 명예는 회복됐지만 정치적으로 어떠니 퇴진해야 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는 이 실장의 언급에 이번 사태전개에 대한 청와대의 불만이 농축돼 있다. 노 대통령은 김 부총리의 논문 문제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국회 청문회를 통해 적잖이 해소됐는데도 불구하고 여당이 사퇴 불가피론을 밀어붙이고 나선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넘어 깊은 실망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노 대통령의 좌절감은 특히 원칙과 상식을 창당 기치로 내건 우리당이 일부 언론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과거 정치관행을 개선하려는 노력보다는 구태문화의 틀 속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는 진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 실장도 "검증되지 않은 근거를 갖고 사퇴부터 주장하고, 당사자가 물러나면 언제 그랬냐는듯 사안이 사라지는 것은 구태적 폐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실장은 그 연장선에서 여당이 김 부총리에 이어 문재인(文在寅)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입각에 대해 `코드인사'라며 반대하는 것도 후진적 정치관행이라는 인식을 분명히 했다. 이는 다른 각도에서 보면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각료 인사권에 여당이 개입해선 안된다는 `경고음'으로 들릴 수 있다. 좀 적극적으로 말하면 사실상 `인사권 불가침'을 천명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실장은 그 이유로 과거 사례를 거론, "당청간 갈등하는데 차별화니 하는 인식 자체가 좋은 결실을 이룬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과거 국민의 정부나 문민정부에서 여당이 대통령 권한에 개입하는 비슷한 상황이 빚어졌지만 "당의 인기가 올라가거나 국정이 더 안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언급은 여당의 인사권 개입 정도가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부담을 줄 정도로 한계수위에 이르렀다는 상황 판단이 작용한 측면이 있다. 이 선에서 막지 않으면 양극화 해소 등 주요 국정과제에 주력하려는 임기 후반기 국정구상이 엉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발동한 것이다. 동시에 향후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해 차제에 당청간의 권한과 역할 범위를 분명히 해두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즉 청와대로선 단순히 누가 된다 안된다는 차원이 아니라 여당이 정치적 시류를 이유로 대통령의 인사권에 관여하는 상황이 빚어져선 안된다는 원칙론을 분명히 전달하고 싶은 셈이다. 따라서 이 실장의 언급을 문 전 수석의 법무장관 기용 가능성을 시사한 것 내지 대통령의 탈당 가능성으로까지 확대 해석해서는 안된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 실장이 문재인 전 수석에 대해 "능력 있고 인품이 훌륭하면 그 이상의 자질이 있나"라고 평가하면서도 법무장관 기용 가능성에 대해 구체적 언급을 피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노 대통령을 대신해 이 실장이 청와대의 입장을 밝히고 나선 것이나, 청와대가 휴가 후 김 부총리의 사표를 수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진 것도 이를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한 핵심 참모는 "대통령은 퇴임 때까지 당을 지킨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이 실장의 발언은 김 부총리 파문에 대한 청와대의 문제의식을 밝힌 것으로 현실정치적 관점에서 보면 안된다"고 말했다. 김재현 기자 jahn@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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