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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8.06 15:10 수정 : 2006.08.06 16:16

"탈당하지 않고 백의종군하겠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6일 "대통령의 인사권은 책임있는 국정운영을 위한 핵심적 권한"이라며 "그것을 (당이) 존중해달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낮 청와대에서 김근태(金槿泰) 의장과 김한길 원내대표 등 열린우리당 지도부를 초청, 오찬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인사문제를 언급하면서 이같이 요청했다고 정태호(鄭泰浩)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는 균형과 견제 시스템에 의해 운영되고 있어 어느 누구도 추가권력을 가진 사람이 없다"며 "임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5.31 지방선거 직전 논란이 됐던 문재인(文在寅)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부산정권' 발언에 대해 해명하는 가운데 "코드인사라고 하는데 솔직히 쓸 만한 사람은 써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탈당문제와 관련, 노 대통령은 "탈당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열린우리당은 역사적 정통성과 미래 국민통합의 주역이 돼야할 정당"이라면서 "임기가 끝난 후에도 백의종군의 마음으로 당과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노 대통령은 "우리당이 너무 패배주의에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이 크고 튼튼한 배를 갖고 있는데 선장이 안 모인다고 너무 걱정하지 말고, 각자 제자리에서 역할을 열심히 하면 잘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당을 잘 지키고 있으면 좋은 선장이 탈 수도 있고, 당내외에서 선의의 경쟁을 하면 된다"면서 "이 배를 떠나서 다른 배를 타게 되면 노선과 정책을 잃어버리게 된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열린우리당이 향후 정계개편 논의의 중심에 서서 정권재창출에 나서야 한다는 당위론을 강조하면서 차기 대권주자의 외부 영입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jahn@yna.co.kr

김재현 기자 (서울=연합뉴스)


당청 오찬 대화록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6일 청와대 오찬회동은 시종 진지하면서도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1시간 30분 가량 진행됐다.

김병준(金秉準) 교육부총리 사퇴표명과 문재인(文在寅)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법무장관 비토론' 등으로 당.청간 갈등기류가 고조된 가운데 열린 이날 오찬회동은 외견상 추후 인사문제와 관련해서는 당.정.청간 원활한 의사소통 체계를 갖추자는 합의를 이끌어내는 모양새로 마무리됐다.

대통령의 인사권이 고유권한임을 명백히 하되 대통령도 당의 조언과 건의를 경청하겠다는 절충형 결론을 통해 갈등을 봉합하는 쪽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

여름휴가중 정국구상에 몰두했던 노 대통령은 "탈당은 절대 없다", "바깥에서 선장(대선주자)이 올 수도 있다", "배(열린우리당)를 지켜야 한다"는 발언을 통해 자신의 향후 거취, 여당내 대권게임, 정계개편 등에 대한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전달해 눈길을 끌었다.

다음은 정태호(鄭泰浩) 청와대 대변인과 열린우리당 우상호(禹相虎) 대변인이 전한 노 대통령과 우리당 지도부간 대화를 정리한 내용.

▲노 대통령 = 오늘은 허심탄하게 이야기를 나눠보자.

▲김 의장 = 휴가중에 초청해 주셔서 감사하다. 아직 외유중인 분들이 있어서 모두 참석하지 못했다. 다음에 모두 국내에 들어오면 기회를 만들어달라.

▲노 대통령 = 자주 봅시다. 휴가였지만 제대로 쉬지 못했다.

▲노 대통령 = 지금 인사문제가 거론되는데 인사권은 어떻게 보면 대통령에게 남아있는 유일한 권력 아니냐. 따라서 인사권 문제는 대통령으로서 역할을 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권한 중 하나이다.

청와대에 여러 문제가 있다고 하지만 사실은 비선정치를 한 적도 없고, 특정 측근에게 권력을 과도하게 위임한 적도 없었다. 철저히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는 시스템으로 운영해왔다. 장담하건데 참여정부 임기를 끝내는 마지막까지 권력형 게이트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책임을 지고 싶다. 책임지는 대통령으로 남을 수 있도록 인사권을 존중해달라.

▲김 의장 = 인사권은 대통령 고유권한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당도 이견이 없다. 다만 지방선거 패배이후 민심이 많이 떠나있기 때문에 민심을 거스르지 않아야 한다는 인식에서 당은 출발하는 것이다. 다만 당의 의견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이문제가 공개된 과정에 대해서는 실수가 있었고 죄송하게 생각한다.

지방선거 패배이후 당은 깊은 충격을 받고 있다. 민주세력의 위기로 돼서는 안되고 변화가 필요하다는 절박한 심정을 갖고 있다.

▲이석현 의원 = 대통령의 인사권은 당연히 존중돼야 한다. 대통령과 당은 공동운명체이므로 당이 국민여론을 수렴해서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 인사문제에 대해서 건의는 드릴 수 있는 것 아니냐.

▲노 대통령 = 우리가 나누는 한마디 한마디가 당청갈등으로 비쳐지기 때문에 나도 부자유스럽다. 서로 이견이 있어도 서로 불편을 감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에게 정치지형이 유리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대통령도 변화하기 위해 무척 노력함을 알아달라.

당 지도부도 당에 소속된 의원들 설득에 일정한 역할을 해달라. 당과 청와대가 서로 합의할 수 있는, 합의가능한 일부터 해나가면서 소통해 나가자.

▲김한길 원내대표 = 지금은 매우 안타까운 상황이다. 인사권이 고유권한이라는데 동의한다. 그러나 주요 인사에 대해서 당은 의견을 전달하고 대통령은 조언을 참고해서 결정하시는 것 아니겠는가. 당과 대통령이 공동운명체임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정장선 의원 = 당과 청와대 사이에 의사소통이 어려운 점은 안타까운 상황이다. 이를 타개해 나가야 하겠다.

▲한명숙 총리 = 이럴 때일수록 총리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옆에서 대통령 고민도 잘 지켜봤고 당의 입장도 잘 이해하고 있다. 직접 대화가 부족한 상태에서 신문보도를 보고 의견을 전달받아서 때로는 오해가 생기고 확대해석되는 것 아니냐. 중간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 몇 명으로 짜여지든 긴밀하게 대화하는 의사소통의 시스템이 필요한 것 같다.

▲강봉균 정책위의장 = 대통령 인사권도 존중돼야 하며 의견전달할 때도 비공개 전달이 맞다. 가까운 사람을 장관시키는 것 문제삼을 수 없다. 서로가 긴밀하게 의사소통하자.

▲노 대통령 = 주요 인사문제에 대해서 지도부와 상의할 의사가 있다. 그러나 이것도 또한 일정하게 시스템화됐으면 좋겠다.

(이에 따라 참석자들은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임을 다시 확인 ◇당의 조언과 건의에 대해서 대통령이 경청 ◇조언과 건의는 합당한 방법으로 하기로 함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총리가 포함된 고위당정청 모임을 갖기로 함 등 4가지 사항에 합의했다고 우상호 대변인은 설명)

당의 지지율 하락에 책임감을 느낀다. 대통령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 탈당은 하지 않겠다. 역사적 정통성과 미래 국민통합의 주역이 될 정당이 열린우리당이다. 임기가 끝나도 우리당에 백의종군해서 함께 하겠다.

지금 상황이 어렵지만 우리당이 너무 패배주의에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당은 큰 배다. 선장이 눈에 잘 안띈다고 해서 하선해서야 되겠는가. 각자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다 보면 바깥에서 선장이 올 수 있다.

내부에도 좋은 사람이 많다. 내부의 사람과 외부의 사람이 공정한 조건에서 경선도 하고 선장을 정하면 좋은 기회가 올 것이다. 배를 갈아타면 배가 갖고 있는 좋은 정책과 노선도 수정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 배를 지켜야 한다.

▲김 의장 = 걱정하고 왔는데 잘 정리됐다. 심기일전해서 더욱 열심히 하겠다.

▲노 대통령 = 저도 걱정이 많았는데 만나서 대화해보니 잘 정리된 것 같다. 앞으로 잘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jbryoo@yna.co.kr

류지복 정윤섭 기자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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