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 “어떤 선택해도 부담 줄어” 여 “당 의견 경청 기대”
‘문재인 장관’ 유턴 가능성 여권내 조심스러운 관측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6일 당.청 회동을 계기로 청와대내 법무장관 인선 기류가 빨라지는 분위기이다.
청와대는 빠르면 8일 법무장관 인선 논의를 위한 인사추천회의를 갖고 노 대통령 보고 절차를 거쳐 이날중 후임장관 지명자를 발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7일 알려졌다.
당초 교육부총리 인선과 함께 단행하는 방안도 검토됐으나, 당.청간 인사권 갈등의 핵심이었던 법무장관 인선 시점을 늦출수록 불필요한 논란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점이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또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를 거쳐 새 장관이 9월 정기국회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인선을 조기에 매듭짓기로 했다는 것.
후임 법무장관은 당청갈등이 불거지면서 사실상 문재인(文在寅)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임명하느냐, 아니냐로 초점이 모아진 형국이다.
당.청회동에서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며, 대통령은 당의 조언과 건의를 경청한다'고 합의, 일단 인사 갈등은 봉합됐으나 법무장관 인선은 여전히 불씨로 남아 있는 셈이다.
노 대통령이 '비토론'이 우세한 당의 기류를 무시하고 문재인 전 수석의 장관 임명을 강행할 경우 당.청간 파열음이 다시 터져나올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청와대 참모들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문재인 카드'의 존속 여부에 대해 한결같이 "대통령외에는 누구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문 전 수석을 장관으로 임명할 지, 아니면 대안을 선택할 지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뜻이다.
전날 노 대통령이 문 전 수석을 거론하며 5.31 지방선거 당시 '부산정권' 발언을 대신 해명해주고, "솔직히 쓸만한 사람은 써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발언을 한 것을 놓고 '문재인 카드' 강행으로 간주해서는 안된다며 청와대 참모들은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렇다고 문 전수석을 임명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들에 대해서도 "그렇게 해석해서도 안된다"고 쐐기를 박으면서 "대통령 인사권에 대한 원론적 얘기일 뿐"이라고 주석을 달았다. 이 같은 청와대의 해석은 노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내리더라도 그에 따른 정치적 부담이나 파장을 최소화하고, 운신의 폭을 넓히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한 관계자는 "어제 당청회동을 계기로 대통령이 문 전수석을 장관으로 임명하더라도 당의 반발은 그렇게 나오지 않게 됐고, 설사 다른 사람을 장관으로 임명하더라도 대통령의 부담은 줄어들게 됐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청와대 참모들은 노 대통령의 구체적 '선택' 방향에 대해서 함구하고 있으나, 전반적 기류로는 노 대통령이 '문재인 카드'를 접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여권의 조심스러운 관측이다. 이는 ▲당.청 회동을 계기로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임이 분명히 확인됐고 ▲어떤 후보를 장관으로 지명하더라도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이 줄었으며 ▲현 시점에서 또 다른 당.청간 인사 갈등 재연은 여권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정무적 판단에 근거를 두고 있다. 노 대통령으로서는 당.청 회동의 소집과 분위기를 주도하면서 '도전받는' 형국이던 대통령 인사권을 확고히 다졌기 때문에, 설사 문재인 전 수석을 장관으로 지명하지 않더라도 '대통령 고유 권한'의 약화라는 부담은 피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실제로 청와대에서는 문 전 수석을 유력한 후보중 한명으로 검토했을 뿐, 그를 "장관으로 지명하겠다"는 뜻을 명시적으로 밝힌 적도 없기 때문에 "'문재인 카드'를 접었다"는 것도 엄밀히 따지면 정확한 표현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노 대통령으로서는 김병준(金秉準) 교육부총리 사퇴 파동 등과 맞물려 '레임 덕' 양상으로 치닫던 상황을 반전하는 동시에 인사권을 재확립하는 '명분'을 확보하는 대신, 당으로서는 대통령 권위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결과적으로 '문재인 장관' 인선을 막는 '실리'를 챙기는 `윈-윈'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여당 핵심 관계자는 문재인 장관 임명 가능성에 대해 "예단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전제로 "우리는 대통령에게 정확하게 의견을 전달했고, 대통령은 '경청하겠다. 하지만 인사권은 존중해달라'고 했으며 당은 그에 대해 동의했다"며 "당은 대통령 판단을 믿고 조용히 기다려야 할 때이며 대통령께서 정치적 안목이 있으니까 종합적으로 판단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장관'으로 향하던 인선 기류가 '유턴'할 경우 김성호(金成浩) 국가청렴위 사무처장의 발탁이 유력해 보인다. 성기홍 기자 sgh@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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