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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정무기능 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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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무기능은 낡은 정치관행” 폐지 움직임 뒤집어
‘당 장악력 강화’ 시선에 “의사소통 원활화 지원”
노무현 대통령이 27일 비서실 직제를 개편해 정무팀을 신설하고, 정무팀장 겸 정무비서관에 정태호(43) 대변인을, 정무기획비서관에 소문상(42) 기획조정비서관을 임명했다. 청와대는 또 현재의 이강철 정무특보 외에 비상근 정무특보를 추가로 임명해 별도의 정무특보단을 구성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정태호 신임 정무비서관은 “국회 및 정당의 의견을 수렴하고 당·정 간 상호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정무팀을 신설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무비서관은 당과 국회를 오가며 정치적 현안을 조율하고, 정무기획비서관은 정치문화 혁신 등 중장기 정무 과제를 기획·연구하는 기능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정무 기능 강화론은 노 대통령이 당무와 공천권을 좌우하는 낡은 정치관행을 타파하고, 당·청 간 자율성과 독립성을 강화한다는 명분 아래 추진해온 정무 기능 폐지 기조와는 180도 다른 흐름이다.
노 대통령은 2004년 5월 정무수석실을 폐지해 입법 협조 기능은 정책실장에게 넘기고, 정무적 연구과제를 전담하는 정무기획비서관실로 정무 기능을 축소했다. 지난해 5월에는 아예 정무기획비서관의 명칭마저 기획조정비서관으로 바꾸는 등 청와대의 ‘정무 기능 폐지’에 강한 집착을 보여왔다. 당시 열린우리당의 상당수 의원들은 “당·청간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정무수석직을 부활시켜 달라”고 요청했지만, 노 대통령은 “낡은 시대로 돌아가자는 것이냐”고 질책했다.
그런 청와대가 27일 정무팀 부활을 결정한 것은 노 대통령이 추진해온 정무 기능 폐지의 문제점을 어느 정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당·정 간에 의사소통이 잘 됐다면 청와대가 이미 임명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문재인 전 민정수석의 법무부 장관 기용 문제로 당과 대립하는 상황이 없었을 것”이라며 “당·정 분리 원칙은 지켜가지만, 의사소통의 단절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임기 하반기를 맞은 노 대통령이 장·차관 임명 등 요직 인사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전시 작전통제권 등 핵심 국정 수행을 원만히 추진하기 위해 여당의 지원과 협조가 필요하다는 현실을 인정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한편, 청와대가 정무팀 부활과 함께 정무특보단 강화를 예고하고 나선 것을 두고 여권 안에선 “사실상 정무수석실 부활이 아니냐”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갑작스레 정무 기능 강화론을 들고 나온 배경에는 집권 하반기에 당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려는 노 대통령의 의도가 담겨 있다는 의구심이다.
청와대는 이런 관측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윤태영 대변인은 “(참여정부) 초반에는, 당·정 분리 원칙과 제도는 정착되는데 당에서 생각하는 대통령 상은 옛날에 머물러 있어 원만하지 않고 부작용도 많았다”며 “그러나 이제 상당한 시행착오를 거쳐 당·정 분리가 정착했고, 당도 충분히 이해하는 만큼 정무 기능 강화를 소통 원활화 차원으로 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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