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9.10 17:32
수정 : 2006.09.10 18:13
청와대가 전효숙(全孝淑)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지명절차 논란의 단초가 되고 있는 헌법재판관직 사퇴 문제를 대법원 및 헌법재판소와 사전에 조율했던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국회 인사청문특위 위원들에 따르면 청와대는 지난달 11일부터 14일 사이에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측에 전 후보자의 재판관직 사퇴와 임기논란에 대한 의견을 요청하고 긍정적인 회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은 전 후보자가 대법원장 지명 몫의 헌법재판관이었던 만큼 재판관직을 사퇴하지 않고 그대로 헌재소장에 임명될 경우 대통령과 국회, 대법원장이 각각 3명을 지명하는 `3:3:3 원칙'이 깨지고 대법원장 몫이 1명 줄어들 것을 우려해 사퇴후 재지명을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헌재는 잔여임기 3년의 헌재소장이 임명될 경우 기관의 위상과 독립성에 문제가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재판관직 사퇴후 임기 6년의 헌재소장을 지명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웅래(盧雄來) 공보담당 원내부대표는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청와대가 전 후보자의 임기를 6년으로 늘리려고 편법으로 재판관을 사퇴하게 했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은 정치공세"라며 "청와대가 민정수석이 전 후보자에게 전화를 건 것은 이미 사전조율 작업이 마쳐진 상태에서 인사추천회의 결과를 알려준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 같은 사전조율 작업을 거친 뒤 지난달 15일 전 후보자와 오찬회동을 가졌으며,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튿날 전 후보자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노 원내부대표는 전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3년이냐 6년이냐 임기문제를 놓고 헌재에 물어봤더니 3년으로 할 경우 불안정한 임기, 헌재의 위상, 3년뒤 헌재소장 임명 문제 등을 이유로 6년이 좋겠다는 연구결과를 전해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래서 6년으로 갈 경우 전 후보자가 사퇴해야 하고, 그러면 대법원장 지명몫이 새로 생기는 중요한 문제라서 대법원에 의견을 구했다"며 "대법원 역시 전 후보자가 사퇴하지 않고 소장으로 임명되면 사실상 `3:3:3 원칙'이 깨지는 것이라며 사퇴 후 6년 임명을 강하게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모든 인사 프로세스는 관계 수석이 만나 의사를 듣고 있으며, 대통령도 당연히 전 후보자를 만나 소장직을 권유해 수락된 것"이라며 "예우를 거치지 않았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처럼 청와대가 전 후보자의 재판관직 사퇴 문제를 대법원 및 헌법재판소와 사전 조율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짐에 따라 지명절차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노효동 기자
rhd@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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