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 공식 반응 자제속 “한국외교 개가” 반색
청와대는 3일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이 차기 유엔 사무총장으로 사실상 내정된 데 대해 "끝까지 지켜보자"며 신중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한국 외교의 큰 획을 긋는 경사를 접하고 희색을 감추지는 못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투표와 유엔 총회 절차가 남아 있는 만큼 공식 반응을 자제하고 있지만, 반 장관이 참여정부 외교보좌관을 역임한 남다른 인연을 갖고 있는데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수 십개국과 정상외교를 펼치면서 반 장관을 총력 지원해 결실을 봤다는 점에서 청와대 참모들도 무척 고무된 분위기이다. 유엔 사무총장 최종 선임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그간 선거 과정에서 음으로 양으로 이뤄졌던 노 대통령의 `숨은 역할'도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선거전이 본격화된 지난 7월 1차 예비투표 이전부터 반 장관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호적인 환경 조성을 위해 공을 기울여 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이집트와 나이지리아, 알제리 등 아프리카 3개국을 순방한 데 이어 지난달 유엔 안보리 의장국인 그리스를 한국 국가원수로서는 처음으로 국빈방문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특히 노 대통령은 아프리카와 중동을 잇는 정치적 요충인 이집트에서 반 장관에 대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지지를 이끌어냄으로써 제3세계에서 지지기반을 구축하는 결정적인 계기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다. 여기에다 지난달 14일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이 반 장관의 총장선거 출마에 대한 깊은 관심 표명을 통해 사실상 지지의사를 밝힌 것도 노 대통령의 숨은 외교의 성과로 꼽을 수 있다는 게 당국자들의 일치된 견해이다. 노 대통령은 실제로 정상회담 등 외국 정상과 대좌할 때 마다 반 장관에 대한 관심과 성원을 요청하는 등 외곽지원에 각별한 신경을 썼던 것으로 전해진다.특히 노 대통령은 3차 예비투표까지 계속된 1장의 '반대표'가 유엔 상임이사국 중 한 나라인 A 국이라는 관측이 나오자 반 장관에게 "진짜 A 국인지를 확인해보라"며 "그렇다면 그 나라에 가서 정상회담 한번 더 하면 되지 않겠느냐"며 원군을 자처했다는 후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노 대통령께서 이번 선거과정에서 반 장관을 위해 많은 배려를 했다"며 "특히 반 장관이 개인적으로도 인품이 훌륭한 데다 국제무대에서 외교관으로서 쌓은 인지도와 능력이 다 알려져 있어 대통령이 정상 누구에게 부탁해도 거리낌이 없었다"고 전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반 장관에게 축하전화를 걸어 "수고 많았다. 좋은 결과가 나와서 기쁘다"고 격려하고 "아직 절차가 남아있으니 끝까지 최선을 다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고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청와대는 다만 유엔 등 외교관례를 고려해 유엔 사무총장 선거절차가 끝날 때까지 공식 반응은 보이지 않기로 했다. 한 핵심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반 장관이 유엔 사무총장으로 공식 확정되기 전까지 청와대 차원의 공식 반응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안보실 관계자는 "한국 외교의 경사"라며 "우리야 더 할 나위 없이 기쁘고 고맙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 관계자는 "무엇보다 한반도 평화를 저해하는 동북아의 여러 안보 불안요인이 확대되고 있는 시점에서 반 장관이 총장에 선출된다면 안보환경 개선과 우리나라의 국운융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재현 기자 jahn@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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