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의견 존중할 것"
청와대가 전효숙(全孝淑)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먼저 임명하는 문제를 놓고 고심중이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전 후보자를 재판관으로 임명할 수 있는 시점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국회가 오는 20일까지 전 후보자에 대한 헌법재판관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보내지 않으면 노 대통령은 21일 이후 전 후보자를 재판관에 임명할 수 있다. 현 시점에서 한나라당이 마감 이틀앞으로 다가온 재판관 인사청문회에 응할 가능성은 거의 전무한 상황이지만 청와대로서는 야당 일각에서 제기하는 전효숙 소장 지명 철회는 일절 검토하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다만, '재판관 전효숙'과 '재판소장 전효숙' 임명 절차 문제를 어떻게 차질없이 진행하느냐에 고민이 가 있다. 청와대는 21일 이후 전 후보자를 먼저 재판관에 임명하고 국회의 헌재소장 임명동의안 처리를 지켜본다는 A안과, 대통령의 재판관 임명을 국회 '헌재소장 전효숙' 인준과 동시에 처리한다는 B안을 놓고 내부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재 아무런 방침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제한 뒤 "헌재소장과 재판관을 분리해 임명하는 것이 맞는지를 놓고 내부 이견들이 있다"며 "선택은 둘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B안은 헌재 인사 관련 법률의 불비(不備) 상태와 김대중(金大中) 정부 시절인 2000년 윤영철(尹永哲) 변호사가 재판관과 소장의 지위를 동시에 부여받았던 전례에 근거를 두고 있다. 청와대가 두 가지 안을 놓고 고심하는 것은 이들 모두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장,단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선(先) 임명안은 야당에서 위헌문제를 제기한 헌재소장 임명에 있어 절차적 논란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야당은 '헌재소장은 헌법재판관 중에서 임명한다'는 규정을 들어 재판관을 사퇴한 전 후보자가 소장에 지명된 것은 위헌이란 논리를 폈다. 따라서 전 후보자를 이번에 재판관으로 임명하면 절차 문제가 근원적으로 해소된다는 게 여권의 해석이다. 하지만 북한의 핵실험 강행으로 국민의 관심이 북핵문제에 쏠려있는 상황에서 전 재판관 임명은 '전효숙 논란'을 둘러싼 정쟁을 심화시킬 수 있고, 이는 북핵사태에 대한 초당적 협력을 필요로 하는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때문에 청와대 내부에선 여야합의에 따른 인준안 표결처리를 전제로 전 후보자를 재판관과 소장에 동시에 임명하는 방안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청와대 판단으로만 정하기는 어려운 문제"라며 "국회 의견을 존중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청와대는 특히 여당의 의견이 중요하다고 보고 조만간 당정협의를 통해 전 후보자 문제 조율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김재현 기자 jahn@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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