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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1.09 19:39 수정 : 2006.11.09 22:31

한명숙 총리가 9일 국회 본회의에 출석해 대정부질문 첫째날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한 총리는 거국내각 구성과 관련해 여야가 합의하면 (대통령에게) 건의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종찬 기자 rhee@hani.co.kr

청와대 ‘거국내각 제의’ 왜 나왔나

“말로만 말고 합의안 가져와라” 역주문
“탈당론과 무관” 통합파에 불쾌감 표시

청와대가 9일 거국 중립내각 구성을 협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은 여야의 잇따른 거국내각 구성 요구에 대한 ‘공세적 응수’로 보인다. 정계개편이 논의되는 시점에서 앞으로의 활동반경을 넓히려는 포석도 깔려 있다.

청와대의 제의는 외견상 여야의 의견을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안보·경제위기 관리내각’을 요구했고,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도 ‘전문성과 중립성을 갖춘 인물들로 관리형 내각을 구성하라’고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여러 가지 조건을 달았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거국 중립내각 구성의 전제로 ‘국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된다는 담보’와 ‘여야 합의’를 요구했다. 국방개혁법, 사법개혁법안, 비정규직법안,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인준 등 쟁점 안건을 처리하고, 거국내각 구성의 절차와 방법에 대해 여야가 합의해서 책임 있게 요구하면 진지하게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여야 모두 말로만 하지 말고 합의해서 구체적인 안을 가지고 오면 대통령은 언제든지 진지하게 수용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한나라당에 던지는 메시지는 두 가지다. 국정을 거국적으로 운영할테니 정책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라는 것이다. 진지하게 논의할 의향이 없으면 정쟁 차원에서 불쑥불쑥 거국내각 얘기를 꺼내지 말라는 뜻도 깔려 있다.

한나라당은 청와대가 자신들의 요구를 왜곡하고 있다고 펄쩍 뛰면서 논의에 끼어들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청와대가 알아서 중립내각을 구성하면 될 일이지 왜 한나라당을 끌어들이느냐는 태도다. 논의에 참여하는 순간 청와대 의도에 말려들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여당에서는 거국내각 구성을 둘러싼 논란이 정계개편 논의와 맞닿아 있다. 여당으로선 대통령이 거국내각을 말하는 것 자체가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 국정 지지도가 낮은 터에 대통령이 당과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이면 당의 지지율 반등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다. 정계개편 논의의 숨통을 열어줄 수 있다는 기대도 엿보인다.

김한길 원내대표의 ‘안보·경제위기 관리내각’ 요구는 곧 노 대통령에게 국정에 전념하고 정치에선 손을 떼라는 말이나 다름없다. 여당에선 통합신당이 발족하는 시점 전후에 노 대통령이 중립내각 구성을 명분으로 자연스럽게 탈당하는 구도를 희망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청와대는 “거국 중립내각 제안과 탈당은 무관하다”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열린우리당에서 거국내각과 탈당 얘기가 나오는 데 대한 청와대의 불쾌감이 묻어난다.

거국내각에 대한 청와대와 열린우리당, 한나라당의 생각엔 건널 수 없는 강이 놓여 있다. 청와대는 현실적으로 성사되기 어려운 여러가지 전제조건을 달았고, 한나라당은 끼어들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여당도 대통령이 정계개편 논의에 개입하지 말라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청와대와 여야가 똑같이 ‘거국내각’이나 ‘관리내각’을 얘기하지만 내용은 동상이몽인 셈이다. 결국 거국 중립내각 구성은 여야의 ‘스파이크’에 대한 청와대의 ‘블로킹’으로만 끝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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